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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칼럼] 시진핑 4연임 가능할까
요즘 우리나라 유튜브 네트워크에 올라오는 중국 국내 정치 관련 OTT의 제목들을 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은 이미 정치적 권력과 영향력을 상실하고 2선으로 쫓겨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진핑 축출 임박했다…곧 대륙이 갈갈이 찢어진다.' '시진핑을 향하는 원로들의 칼…시진핑의 비참한 최후.' '시진핑의 후임자, 왕양(汪洋)인가, 후춘화(胡春華)인가.' '드러난 리커창(李克强) 암살 전모…시진핑의 작품이었다.' '시진핑의 정치적 운명이 이미 끝장났다'는 무시무시한 시나리오에 군불을 때는 우리 유튜버들 중에는 전직 정보기관원도 있고, 현직 대학교수도 있으며, 재중(在中) 한인 동포도 있다. 이른바 ‘대륙 정치 전문가’라는 유튜버가 등장하는 대만 유튜브 OTT들은 우리 유튜브들보다 더욱 그럴싸하게 시진핑이 폭망했다는 시나리오를 엮어댄다. 이들은 “오는 8월 말에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 즉 4중전회가 열려 시진핑의 실각 또는 2선 후퇴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언을 풀어댄다. 20기 3중전회가 작년 7월 15~18일 개최됐으니까 4중전회가 오는 8월 27~30일 개최된다는 개최 시기 예상은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관례에 따르면 중앙위 전체회의 개최 여부는 대외비이며 실제로 개최된다고 해도 회의 마지막 날에 ‘공보(公報)’가 발표돼 회의 내용과 결론을 알려줄 뿐이다. 중국공산당은 아직 20기 4중전회 개최를 공지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한 차례씩 개최하는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는 공개하지만 중전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우리나라와 대만 유튜버들이 “시진핑이 끝장났다”고 주장하는 시나리오는 대체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하나는 인민해방군 최고 통수권자인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주석으로서 군 인사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2년 전 2022년 10월 22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폐막식 도중 인민대회당에서 강제 퇴장당한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가 영향력을 회복해 시진핑에게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제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달리 군인 출신이 아닌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는 실제로 발생한 인사 사고들이 증거로 제출된다. 2년 전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Rocket Army) 사령관이 부패 혐의로 숙청된 데 이어 지난해 6월 웨이펑허(魏鳳和)와 리상푸(李尙福) 두 국방부장(장관)이 7개월 간격으로 잇달아 당적을 박탈당했다. 로켓군은 원래 ‘제2포(第二砲)’로 불리던 화력지원 부대였는데 시진핑이 2012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취임하면서 국제 흐름에 맞춰 로켓군으로 편제를 확대했다. 그 로켓군 초대 사령관 저우야닝(周亞寧)도 숙청돼 종적을 감췄으며, 심지어는 인민해방군 최고 지휘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인 먀오화(苗華) 해군 상장도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2명 가운데 정치공작을 담당하던 허웨이둥(何衛東)도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이후 실종 상태다. 더구나 허웨이둥의 전임 중앙군사위 부주석 쉬치량(許其亮)도 지난 2일 심장마비로 사망해 시진핑은 군부 문제를 의논할 상대를 잃었다. 쉬치량 빈소에는 시진핑과 리창(李强) 총리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세워졌는데, 이들 7개 조화 끝머리에 2년 전 당대회 폐막 때 강제 퇴장당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세워져 중국 안팎에 화제가 됐다. 대만 유튜버들은 후진타오의 영향력 회복을 불쏘시개로 해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비롯한 당 원로들이 지난 4월 25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 나와 시진핑의 과오를 비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원로들 가운데 108세인 쑹핑(宋平) 전 조직부장까지 확대회의장에 나와 시진핑의 과오를 비난했다고 대만 유튜버들은 주장했다. 우리나라와 대만 유튜버들은 오는 8월에 열리는 4중전회에서 시진핑은 실권을 잃고 2선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생전에 마오가 후계자로 지명한 화궈펑(華國鋒)이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목숨과 지위는 유지한 채로 실권을 상실하는 방식을 시진핑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 중앙TV는 16일 시진핑이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상하이협력기구 회의 참석을 위해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해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관영 미디어들은 시진핑이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10일에는 한국 대선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과 당선 축하 전화통화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중국 관영 미디어들의 보도 태도는 2년 전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고, 2027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1차 당대회에서 임기 5년의 4연임을 예약해 놓은 시진핑의 운명이 바뀔 것이라는 어떤 단서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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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칼럼] 미국을 초월하라…시진핑의 '중국의 꿈'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3일 오전 베이징(北京) 중심부 인민대회당에서 ‘천윈(陳云)동지 탄신 12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시진핑(習近平)을 비롯, 리창(李强) 총리, 왕후닝(王滬寧)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리시(李希)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당 최고 지휘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했다. 사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자오러지(趙樂際)가 보았다. 3000여 명을 수용하는 인민대회당에는 당정군(黨政軍) 수뇌부가 대부분 참석했다. 시진핑은 개막 연설을 통해 “천윈 동지는 위대한 무산계급 혁명가이자 걸출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창시자로, 마오쩌둥(毛澤東)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제1세대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이자, 덩샤오핑(鄧小平)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제2세대 집단지도체제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천윈 동지는 제1차 경제 5개년 계획을 짜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련의 경험을 중시하고 우리의 국정에서 출발해서 사회주의 공업화와 사회주의 개조의 기본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은 천윈(1905~1995) 당시 부총리의 기본계획 입안으로 한국전쟁이 휴전이 된 1953년부터 제1차 경제 5개년계획에 착수해서 2006~2010년에 제11차 5개년 계획, 2011~2015년에 제12차, 2016~2021년 제13차, 2021~2025년에 제14차 5개년 계획을 진행했고, 내년인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제15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시진핑은 지난달 19일 허난(河南)성을 시찰하면서 15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 사고방식과 목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제조업은 국민경제의 중요한 기둥이며,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제조업의 합리적인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현대 제조업은 과학기술과 분리할 수 없으며, 15차 5개년 계획 기간에 우리의 현대 제조업 발전의 중요 영역은 첨단화, AI화, 녹색화를 3대 목표로 삼고 나가야 한다.” 경제 5개년 계획과는 별도로 중국 국무원은 2015년 5월 리커창(李克强 · 1955~2023) 당시 총리의 지휘 아래 202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10년 계획을 짜서 ‘중국제조 2025(中國製造 2025 · 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이 생산하는 상품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큰 것에서 강한 것으로의 변화(大變强)’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리커창 총리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를 필두로 장강(長江) 하류 해안지대의 쑤저우(蘇州), 난징(南京) 닝보(寧波) 등 도시들을 시범 도시로 선정해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품질 개선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은 이른바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고 괜찮은 품질임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내 TV들이 이들 지역에 대한 르포 화면을 보여주는 제조 공장 내부는 말 그대로 우리가 괄목상대해야 할 밝고 청결한 상태에서 로봇을 동원한 자동화가 진행 중임을 과시한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중국제조 2035’ 프로젝트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진행될 중국 제조품의 품질 고도화의 목표 Made in China 2035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중국 AI 딥시크(Deep Seek)에게 물어보자 “초월미국(超越美國 · 미국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전 세계 신형 에너지 차량의 60%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될 것이며, 중국차 BYD가 테슬라를 누르고 정상에 오르는 한편, 반도체 자급률은 3년마다 2배로 높아질 것이고, 5G를 기본으로 한 AI 네트워크는 대폭 확장되는 데다가 양자(量子)컴퓨팅 비밀 코드는 우주산업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거침없는 답을 내놓는다. 15차 5개년 계획이나 ‘중국제조 2035’는 모두 2012년 중국공산당 제18차 전당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의 꿈(中國夢 · China Dream)’이라는 지도사상과 집권 이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게 중국공산당의 공식 입장이다. ‘중국의 꿈’의 정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꿈’이 처음 제시됐을 때 미국과 유럽의 중국 관찰자들은 “중국의 꿈이란 중국의 GDP가 전 세계 GDP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던 청나라 초반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중국 제조 2035’의 목표가 “미국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중국공산당의 목표설정은 “화평발전(Peaceful Development)”이라는, 미국과 전쟁 없는 평화를 내세웠던 덩샤오핑의 목표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세계가 잘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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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칼럼] 미·중 관세전쟁 중국의 득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 시각으로 지난 11일 오전 SNS를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중국과의 딜(협상)은 끝났다.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우수하다. … 영구 자석과 희토류(rare earth)를 중국이 우리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 유학생들이 우리의 대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희토류와 하버드 유학 비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서 희토류는 미국에게 아킬레스건이었고, 하버드 유학 비자는 중국에게 아킬레스건이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은 12일 런던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결론은 지난 4월부터 불붙었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90일간의 휴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두 나라가 각각 상대방 상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를 115% 낮추기로 합의한 배경에는 희토류와 하버드 유학 비자라는 아킬레스건을 서로 허용하기로 한 결정이 있었음을 전날 트럼프가 공개한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베이징(北京)지국장으로, 2009년부터 16년째 희토류 기사를 쓰고 있는 케이스 브래셔(Bradsher)는 런던에서 미·중 관세전쟁 휴전이 이루어진 12일 NYT 뉴욕판 1면에 ‘관세전쟁 휴전 뒤에는 중국의 교묘한 일처리(finessing)가 있었다’는 기사를 썼다. “미국에 대한 지렛대(leverage)인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도하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것이었다. 브래셔는 미·중 관세전쟁 휴전이 발표된 11일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의 최대 영구자석 생산업체 JL Mag Rare Earth Co.(金力永磁稀土公司)가 “국무원 상무부로부터 미국,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에게 비(非)군사용 자석 수출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았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브래셔는 중국이 2021년부터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을 조절하는 오랜 관행을 갖고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희토류 전문가로 US Critical Material Co. 대표인 짐 헤드릭(Hedrick)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업은 미국보다 30년 앞서서 시작했으며, 앞으로 미국은 적어도 5년간은 중국 희토류 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희토류로 제조하는 영구자석은 자동차와 드론, 미사일, 전투기 제조에 필수적이며,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제어에는 약 100종의 소형 희토류 영구자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군용 장비에 필수적인 희토류 사마리움(Samarium)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이 폭락한 상태. 브래셔에 따르면. 중국의 저가공세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말레이시아에 있던 일본 희토류 생산공장은 1992년에 문을 닫았고, 프랑스는 1994년에 가공공정을 포기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운영 중이던 미국 희토류 생산 라인은 1998년에 멈춰섰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010년 대만 근해의 센가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제도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빚어졌을 때 중국 정부는 2개월 대일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일본 기업들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11일 ‘미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많이 중국의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그래픽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9.2%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은 11.5%, 미얀마 7.9%, 태국 · 나이지리아 · 호주가 각 3.3%, 인도와 러시아 마다가스카르가 0.5~0.7%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량은 2024년 현재 중국이 4400만 톤, 브라질이 2100만 톤, 인도가 690만 톤, 러시아 380만 톤, 미국이 190만 톤, 그리고 베트남, 그린란드, 남아공, 탄자니아가 소량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가 관세전쟁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대학에 대한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권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널리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Rubio)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 관련자들이 포함된 중국 유학생이 미국 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비자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의 승인을 받은 발표였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 따르면 지난 2019~2020년 중국 유학생들에 의해 미국 대학에 흘러 들어온 달러는 15조9000억 달러였다. 디플로맷은 “이전에는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은 문화교류 차원이었지만 무역전쟁 시대에 들면서 철강에 대한 관세나 반도체에 대한 수출입 통제와 같은 차원의 관리수단으로 바뀌어 관세전쟁 협상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유학비자 가운데 특히 STEM(과학기술과 공학, 수학)분야는 미국정부의 무역 관리 대상이 됐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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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이재명 '셰셰(謝謝)외교'… 실현 가능할까?
“제가 셰셰했습니다.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말했습니다. 틀린 말 했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유세하면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한 달 남짓 전인 4월 11일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한 말을 확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후보는 4월 10일 후보 등록을 한 다음날 당진으로 달려갔다. 당진은 ‘唐津’이라는 한자가 의미하듯, 역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당나라로 건너다니며 무역을 해서 먹고살아 온 지역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공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대중국 외교에서 실패했다는 주장을 폈다. “뭘 자꾸 집적거려 가지고, 자꾸 망가뜨려서, 가장 크게 망가뜨린 게 뭐냐? 외교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흑자 국가, 수출 국가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국가가 돼버렸어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그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무슨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합니까. 대만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어요?” 이 후보의 윤 전 대통령 대중 정책 비판은 윤 전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문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중국의 반감을 산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면서, “결국 이런 (대만 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로이터 회견 다음날 2023년 4월 20일 중국 외교부 당시 대변인 왕원빈(汪文斌)은 정례브리핑에 나와 “대만 문제의 해결은 중국인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들의 치훼(置喙)를 용납할 수 없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왕원빈이 말한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용어는 ‘주둥이를 놀리지 말라’는 뜻으로, 중국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욕할 때나 쓰는 말이었다. 왕원빈은 “세계에서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대만은 중국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으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불용치훼’라는 용어를 쓴 것은 외교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로이터 회견에서 말한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대만 해협의)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말은 미국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중국을 자극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구사하는 일종의 외교적 클리셰(cliche · 常套語)였다. 그런 상투어를 한국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 회견 때 구사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격분한 것이었다. 물론 요즘 중국 외교가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이 너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점을 수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국면이기는 하다. 중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내정해 두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20년 전인 지난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부산을 방문했고, 시진핑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10년 동안 방한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4월 11일 당진과 5월 13일 대구 유세에서 말한 ‘셰셰외교’ 발언은 중국 내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바이두(百度)와 함께 중국 최대 검색엔진 중의 하나인 소후 닷컴(搜狐 · SOHU.com)에 올라온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19일 현재 2188만명이 열람한 기록을 올렸다. 글을 올린 중국 네티즌은 수이펑주멍(隨風逐夢·‘바람을 따라 꿈을 좇는다’)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중국인으로 광둥(廣東)지역에서 글을 올렸다고 되어있다. 글 제목은 ‘이재명이 친중(親中) 논쟁에 정면으로 반응하다’. 이 글에서 수이펑주멍은 “이재명이 말한 셰셰라는 간단한 구어(口語)는 실제로는 심각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는 이 간단한 말을 통해 자신은 친중(親中) 고수의 뜻이 없으며, 실용 외교의 이념을 갖고 있어, 중국과 관계 악화와 국익의 손해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하이난(海南)성에서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 올린 글은 이재명 후보의 셰셰외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소개했다. 닉네임 샤오주탄가이녠투(小竹談槪念圖)라는 네티즌은 이 후보의 셰셰외교에 대해 “이재명의 두안수이(端水)외교, 중국과 대만에 모두 셰셰라고 말하는 이 장난은 과연 이해가 가능한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중국 네티즌은 이재명의 셰셰외교를 “여기저기 어느 쪽과도 잘 지내려는 두안수이 외교”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의 실용주의 외교 책략은 네티즌들의 관심과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네티즌이 말한 ‘두안수이’는 인터넷 신조어로 한 잔의 물도 수평을 맞추려는, 즉 누구와도 잘 지내려는 사람을 두안수이 대사(大使)라고 표현하는데 이 네티즌은 셰셰외교를 말한 이재명 후보를 두안수이 대사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가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으로 나뉘는 가운데, 미국 미디어들은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 비해 중국, 북한과 보다 ‘따뜻한 관계(warmer ties)’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월 14일 이재명 후보와 인터뷰를 갖고 “그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hawkish) 한국의 자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와 불편한(at odds) 관계를 만들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재명 후보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도전을 받는 전선(front line)에 있다”고 표현해서 “그의 말뜻은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고립시킬 여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이 후보는 미국, 일본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와 관련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해 항상 적대적이거나 항상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최대의 무역파트너인 한국으로서도 베이징(北京)에 대한 접근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울러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와의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도 셰셰외교를 버리거나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셰셰외교가 너무 친중적”이라고 말하자, “친중으로 몰아보려고 하는데 부적절하다”면서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 다음날 당진에 가서 처음으로 언급하고, 한 달 남짓 뒤에 다시 대구 유세에서 확인했고,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셰셰외교는 중국과 미국에서 지속적인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셰셰외교를 당진과 대구, 그리고 대선후보 토론회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언급한 것을 보면 이 셰셰외교가 이 후보의 즉석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의 외교안보팀에서 만든 중요 정책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처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제정치 큰 그림은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와 함께 구상해서 소련 체제 붕괴에 성공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2.0판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로서는 러시아 푸틴과 손을 잡고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미국판 이이제이 2.0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셰셰외교가 트럼프의 미국이 추진하는 국제정치 큰 그림과 어긋나지 않도록 이 후보의 외교안보팀은 잘 점검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시진핑이 4 연임을 해야 하는 2027년 가을의 당대회를 위해 대만점령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시진핑은 평택 주둔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해 북한 김정은을 부추겨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도 있다. 그 경우에도 셰셰외교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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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관세 던졌더니 …용이 날아올랐다
⑬ “관세전쟁에는 승리자가 없습니다. 세계와 맞서 싸우면 스스로 고립될 뿐입니다. 지난 70년간 중국의 경제발전은 시종 자력갱생한 결과이지 누구의 은사(恩賜)에 의지한 결과가 아닙니다. 어떠한 무리한 압력도 두렵지 않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베이징(北京) 조어대(釣魚臺) 국빈관에서 중국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한 말이다. 시진핑은 미국을 겨냥해서 작심한 듯 “중국과 유럽연합은 글로벌 경제와 자유무역의 지지자로, 전 세계 경제총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 행위를 공동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도 시진핑의 말에 동조하면서 “스페인과 유럽도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반대하며,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서 국제무역 질서를 잘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사흘 뒤인 14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베트남 다낭 발로 “시진핑의 이번 동남아 순방의 목적은 최근 베이징에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한 ‘관세전쟁에는 승리자가 없다’는 말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지도자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베트남을 ‘court(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였던 1979년 2월 17일 20만명의 병력을 동원해서 당시 소련을 지지하던 베트남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베트남 국경도시들을 공격했다가 2만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교훈을 주기는커녕 교훈을 받고 철수하는 치욕의 기록을 남겼다. 베트남의 현재 지도부인 베트남공산당은 1955년부터 1973년까지 20년 가까이 진행된 베트남 남북 전쟁에서 남베트남과 남베트남을 지원하던 미군을 패퇴시킨 승전 기록을 역사에 남겼다. 역사가 흐르다 보니 그 후 50여 년 만에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 때문에 중국공산당과 베트남공산당 지도자가 다시 하노이에서 미국을 헐뜯는 구도를 연출했다. 세계 질서와 국가 간 분위기를 근본부터 바꿔놓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누가 기획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제조업 수석고문(Senior Counselor for Trade and Manu –facturing) 피터 나바로(Navarro·76)가 바로 그라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에도 백악관 무역과 제조업 담당 책임자(Director of the 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였던 나바로는 중국에 대한 가혹한 관세 부과로 중국의 미움을 받았다. 나바로에 대해서는 아마존에 지난 11일 출판된 <피터 나바로와 경제적 파괴의 기술 : 트럼프의 관세 전략가의 전기 (Peter Navarro and the Art of Economic Destruction: The Biography of Trump’s Tariff Strategist)>라는 책이 올라있다. 나바로의 일생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모조리 수집해서 담은 이 책의 저자는 ‘Aven Keldric’으로 되어있으나 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미국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없다. 챗 GPT에는 “피터 나바로와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의 상세한 인적 사항을 담은 전기를 쓴 저자”로만 소개돼 있다. 아마존에는 피터 나바로가 쓴 책 가운데 중국 관련으로는,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 (Coming China Wars : Where They Will Be Fought and How They Can Be Won ; 2006년>,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Crouching Tiger: What China's Militarism Means for the World · 2019년>, <치명적인 중국(Death by China 중국어판 · 2022년)> 등이 올라있다. 나바로가 트럼프 관세 정책을 기획한 책사이며,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 대상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책들이다. 이 가운데 2012년에 출간된 <치명적인 중국>의 영어판은 나바로 자신이 감독을 맡아 제작한 유튜브에 ‘중국에 의한 죽음 : 미국은 어떻게 제조업 기반을 잃었나(Death By China: How America Lost Its Manufacturing Base)’라는 제목으로 올라있다. 9년 전 처음 제작됐다는 유튜브 ‘Death by China’에는 나바로가 “넷플릭스에서도 많이 열람되고 있다”는 설명이 있은 뒤, 미 성조기 무늬에 ‘JOBS(일자리)’라는 글씨가 새겨진 구슬이 천안문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 아래 문 뒤로 사라지고, 천안문 바로 뒤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들이 나타난다. 곧이어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5만7000여 개의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2500만명의 미국인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수 없었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독재국가에 3조 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 ‘Death by China’의 중국어 번체(繁體)판에는 “중국이 조성하는 죽음의 여러 가지 증거로 작자(나바로)는 불량상품, 환경오염, 정치부패, 환율 조작, 광적(狂的)인 군사 확장, 식민지의 권리를 박탈하는 제국(帝國) 외교, 그런데도 강권을 휘두르는 정치에 대한 관영매체들의 사탕발림 등, 이런 중국의 면모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책 소개를 붙여놓았다. 중국어 번체자는 대만과 홍콩에서 주로 사용되고, 대륙 본토 중국에서는 획수를 줄인 간체(簡體)가 사용된다. ‘Death by China’를 ‘치명적인 중국(致命中國)’이라고 번역한 나바로의 책의 판매 대상이 중국이 아니라 중국 밖의 대만, 홍콩과 유럽의 차이나타운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이런 중국을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킨 클린턴 대통령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시작한 1기(2017~2021) 때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적인 싱크탱크 허드슨(Hudson) 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Pillsbury · 80)가 쓴 <백년의 마라톤(Hundred Years’ Marathon)>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이 책에는 ‘슈퍼파워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비밀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필스버리는 <백년의 마라톤>의 ‘100년’을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1949년부터 2049년까지의 100년간이라고 설정했다. 중국공산당의 100년 전략은 손자병법의 삼십육계 중 제1계인 ‘만천과해(瞞天過海 · 천자를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은 1980년 빠른 경제발전을 시작하면서 ‘화평굴기(和平崛起 · Peaceful Rise)’를 전 세계를 향해 외쳐 미국을 속였다는 것이 필스버리의 진단이었다. 트럼프 1기 때의 필스버리나, 2기 때의 나바로 진단을 보면 적어도 트럼프 집권 기간에 미국과 중국이 화해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별로 없어 보인다. 그 배경에 “미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과소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 겸 NSC(국가안보위원회) 인도 태평양 조정관(Coordinator)을 지낸 커트 캠벨(Campbell)이 지난 10일 발행된 포린 어페어즈 5-6월 최신호 기고문에서 경고했다. 캠벨은 조지타운 대학의 중국전략위원회 책임자 러시 도쉬(Dosh) 교수와 함께 쓴 ‘과소평가 된 중국(Underestimating China)’ 기고문에서 “중국은 불과 몇 년 전의 코로나 팬데믹과 높은 청년실업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재 GDP 수치에서 미국의 70%를 넘어섰고, 해군 규모에서 미국의 200배가 넘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캠벨과 도쉬는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빠른 극초음속 전투기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군 현대화를 빠른 속도로 추진 중”이라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평가는 미국에 대한 과신(Over-confidence)에서 출발해서 중국에 대한 과소평가의 오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오래 연구해 온 우리 국제정치학자들은 “요즘 중국 정부가 한국, 일본, 필리핀과 동남아시아 일원의 싱크탱크 연구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 중”이라고 전하고 “접촉 과정에서 중국 측 인사들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미국을 ‘America First’가 아니라 ‘America Last’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귀띔했다. 안전보장은 미국에, 경제의 많은 부분은 중국에 걸어놓고 있는 우리에게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중국 경제를 오래 연구해 온 우리 학계의 한 원로 학자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민 중인 한국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과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참여하는 RCEP(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등 지역 내 협력 강화를 통해 활로를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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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이어도와 中 선란(深藍)의 수상한 동선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이청준(1939~2008)이 1974년에 발표한 소설 ‘이어도’의 첫머리다.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피안의 섬 이름이다. 뱃사람들이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어도로 갔다”고 말해왔다. 소설 이어도에서 작가 이청준은 가상의 남양일보 기자 천남석이 이어도 실체를 밝히기 위한 해군들의 수색 작전 취재를 나갔다가 실종된 사건을 규명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로 만들었다. 이어도는 그러나 정확히 말해 섬은 아니다. 해수면 아래 4.6m 정도에 있는 수중 암초다. 국제 해도(海圖)에는 ‘Socotra rock(소코트라 암초)’으로 표시돼 있다. ‘Socotra(‘용의 피’라는 뜻) rock’은 1910년 영국 상선 워터위치(Waterwitch)가 발견해서 해도에 등재했다. 제주도 뱃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로 나가서 이 암초에 걸려 조난해서 돌아올 수 없게 되면 “이어도로 갔다”고 한 연유가 밝혀진 것이다. 이어도의 위치는 북위 32도 7분 22.63초, 동경 125도 10분 56.81초. 제주도 마라도 서남쪽 149㎞, 중국 상하이(上海) 앞바다 저우산(舟山)열도 동쪽 끝 둥다오(童島)에서 북동쪽으로 247㎞ 떨어진 곳에 있다. 일본 규슈(九州) 남쪽 도리시마(鳥島)에서는 서쪽으로 287㎞ 떨어져 있다. 이어도에 관한 공식기록으로는 1945년에 설립된 한국산악회 홈페이지에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8월에 피난 수도 부산에 모인 회원들이 (국토조사 목적으로) 제주도 남쪽 해상에 있는 전설의 섬 파랑도를 답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대한민국 인접 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의 선언’을 발표, 독도와 이어도가 대한민국의 영해 안으로 들어왔다. 1984년에는 제주대학교가 ‘이어도 실재론’ 현장 조사에 나서서 소코트라 암초를 발견해서 ‘파랑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과거 화산이었던 해저에 태극기와 제주대 교기를 꽂아두었다. 우리 정부는 1987년 8월 해운항만청이 이어도를 탐사하고 해수면에 야간선박 항해를 돕기 위한 부표를 설치했다. 부표의 크기는 지름 2.8m, 높이 9m, 무게 8톤이었다. 2003년 6월 해양수산부는 이 위치에 바다 위 39m 높이의 철골 구조물과 헬기 착륙장이 있는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다. 1992년 8월의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외교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정부 사이에는 해상 영토분쟁이 없다”고 밝혀왔다. 이유는 “쑤옌자오(蘇岩礁 · Socotra rock을 음역한 것, 이어도의 중국명)는 섬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19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중국 정부는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으로 둘러싸인, 이른바 남중국해(서필리핀해)의 스프래틀리(Spratly Islands · 중국명 난사 南沙 군도), 파라셀(Paracel Islands · 시사 西沙군도), 프라타스(Pratas Islands · 둥사 東沙군도)의 70여 개 섬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 분쟁에는 이 지역이 동아시아로 통하는 석유 수송로라는 점에서 미국이 개입해서 공해상 자유통항권을 내세워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 해역 일대가 당나라 때부터 설정된 남해 구단선(九段線) 안에 포함된다는 역사 기록을 내세워 대부분의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섬이 아닌 산호초에도 시멘트를 부어 넣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헬기 착륙장과 전투기와 폭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서 이 지역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은 풍부한 해저 천연가스 매장 지역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화약고로 꼽히는 해역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1987년 이어도에 부표를 설치하고, 2003년에 헬기장이 포함된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한 사실을 알면서도 일관되게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간에는 해상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 정부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위한 헬기장을 설치한 사실을 항의하면 자신들이 남중국해 곳곳의 산호초에 시멘트 구조물을 만들고 군용기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사실에 대한 역 비난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 2006년 4월 5일 중국 국무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중국 공산당 지휘부가 거주하는 중난하이(中南海) 자광각(紫光閣)으로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초청해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영토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두 나라는 수천년간의 우호 교류사를 갖고 있으며, 이 점이 양국 관계 발전의 유리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해 9월 14일 당시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쑤옌자오(이어도)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에 위치해 있으므로 한국 측이 이 해역에 대해 일방적 활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한국 측의 일방적 활동에 대해 우리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그 뒤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서 이 해역을 ‘잠정조치수역(PMZ)’으로 규정하고, 양국 가운데 한 나라가 이 수역에서 일방적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잠정조치수역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카운터 파트인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에게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선란(深藍) 1호’와 ‘2호’로 알려진 중국의 서해 철골 구조물 인근 해역을 점검하려는 한국 선박을 중국 인원들이 가로막고 위협해 2시간 대치한 상황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6미터 해수면 밑의 국익 조선일보는 중국이 지난해 4~5월 선란 1 · 2호기를 설치해서 ‘서해 알박기’를 시도한 사실이 포착된 데 이어 최근 3호 구조물 제작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하고, 이 구조물들이 지름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로, “중국은 이 구조물이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한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에도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선란 1호와 2호가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중국 관영 미디어들이 보도했다. 3년여 전인 2022년 7월 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발행되는 칭다오 완바오(靑島晩報)는 “선란1호가 국내 최초로 양식에 성공한 국산 연어가 칭다오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칭다오 완바오 보도에 따르면, 선란1호는 2018년 7월 산둥성 정부의 ‘해상 양식 창고’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세계 최대이자 최초의 잠수식 연어양식장으로, 지름 60m에 무게 1400t이며 5만㎥의 바닷물을 이용, 1만여 마리의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선란1호는 2021년 6월에는 15만 마리의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칭다오 완바오는 전했다. 2024년 5월 9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광명(光明)일보의 온라인 뉴스에 따르면, 이날 선란1호와 비슷한 크기의 선란2호가 제작되어 선란1호보다 바닷물의 부피가 2배에 가까운 9만㎥에서 심해 연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선란1호의 경우 해안에서 120해리(약 222㎞) 떨어진 심해에서 연어 양식을 한 것으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선란 1-2호가 가설된 해역이 해안에서 222㎞ 떨어진 곳, 이어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해역이라는 점에서 ‘연어 양식 시설’이라는 중국 외교당국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란 1-2호를 한국과의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 ‘알박기’용 철골 구조물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박기용인지 연어 양식 시설인지 칭다오 주재 우리 총영사관을 통한 현지 확인 과정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현재의 한-미-중 관계는 상황 변화를 잘 살펴가며 정책을 검증하고 채택해야 할 때다.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해상영토 분쟁을 치열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 외교부나 언론들도 중국 관련 항의와 보도에서 턱없는 중국 비난을 해서 외교적 피해를 자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중국에 대한 최강경파인 마이클 필스버리를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평가해서, 필스버리의 <백년의 마라톤(Hundred years’ marathon)>의 주제인 ‘미국은 중국에 100년 동안 속아왔고 또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대통령이었다. 우리 외교당국은 대미, 대중 정책에 대해 폭풍의 언덕 위에 선 것처럼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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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22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압박…선악의 이분법 사고 버려야
1950년 6월 25일, 그날은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날이었다.(이중근 편저 '6·25 전쟁 1129일') 새벽 4시 북한군 전군에 남침암호 '폭풍'이 하달됐다. 북한군 1, 2, 3, 4, 5, 6, 12사단과 105전차 여단 등이 38도선 11개 지점에서 일제히 국경을 넘어 침공했다. 그로부터 1129일 만인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민인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 판문점에서 서명됐다. 협정에는 유엔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 미 육군 대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彭德懷) 3명이 나중에 최종 서명했다. 1953년 7월 29일자 조선일보는 최병우 특파원발로 "휴전회담에 한국을 공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 한국인의 운명은 또 한번 한국인의 참여 없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제목은 '기이한 전쟁, 기이한 휴전'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남북통일을 실현하지 못한 채 휴전이 되었으나 유엔과 미국의 협조 아래, 특히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한국 통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1129일간의 한국전쟁으로 한국군은 전사 13만8000여 명, 부상 45만여 명, 실종자 포함 60만900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미군은 전사 3만6516명, 부상 10만3248명, 실종자 8177명의 피해를 입었다. 북한군은 사망 13만6000여 명, 부상 20만8000여 명, 실종과 포로 포함 97만3000여 명의 피해를 입었고, 중국군은 사망 13만6000여 명, 부상 20만8000여 명, 실종과 포로 포함 97만300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우리 민간인은 사망 24만5000여 명, 학살 13만여 명, 부상 23만명, 피랍 8만5000여 명, 행방불명 30만300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24일로 만 3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1097일간 사망 5만7000명, 부상 25만여 명의 피해를 입었고, 러시아군은 사망 11만5000여 명, 부상 50만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하면 2~3배가량의 인명 피해를 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등 미 수뇌부와 '북진통일'을 놓고 의견 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전 뉴데일리 대표 인보길, '위대한 3년') 청일전쟁은 1894년 7월 25일 인천 앞바다에 있는 풍도 근해에서 일본 해군과 청 수군이 해전을 벌임으로써 개전됐다. 전쟁은 1년이 채 안 된 1895년 4월 17일 일본 해군이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류궁다오(劉公島)에 있는 청 북양함대 기지를 급습함으로써 종결됐다. 강화조약은 대청제국 북양통상대신 리훙장(李鴻章)과 일본 내각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종결됐다. 시모노세키 조약의 핵심은 모두 11개 조항으로, 첫째 청은 조선의 독립을 인정할 것, 둘째 대만(臺灣)과 펑후(澎湖)열도를 할양할 것, 셋째 전쟁기간의 전비를 보상할 것, 대청제국 내 7개 도시와의 통상을 허용할 것 등이었다. 이 가운데 조선은 모르는 가운데 조선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은 시모노세키 조약 제1조 '청은 조선이 완전무결한 자주 독립국임을 인정하고, 조선이 청에 해오던 조공 등의 전례를 폐지한다'는 조항이었다. 일본으로서는 역사적으로 중국 대륙의 아시아 지배체제의 일부였던 조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었다. 일본은 다음 단계로 1905년 러일전쟁에 승리해서 조선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강화하고, 1910년 마침내 조선을 병합하게 된다. 1904년 2월부터 1905년 가을까지 한반도 근해와 만주, 랴오둥(遼東) 반도 일대에서 벌어진 러일 전쟁의 승자도 일본이었다. 1905년 9월 5일 미국의 중재로 미국 포츠머스(Portsmouth)항에서 체결된 일본과 러시아 제국의 강화조약의 핵심도 조선에 대한 영향력 확보였다. 포츠머스 조약의 제2조는 '러시아 제국은 일본이 조선에서 정치, 군사, 경제적인 이익을 배타적으로(paramount) 확보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조선이 1910년 일본에 병합되기까지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해서 조선을 중국 대륙의 영향권에서 분리시킨 뒤 러일전쟁의 승리로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배타적인 이권을 확보했고, 그런 다음 병합을 한 것이었다. 나라의 운명을 정작 우리 백성들은 모르는 가운데 외부에서 결정하려던 또 한 가지 나쁜 기억이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명(明)에서 파견된 선웨이징(沈維敬)이라는 사기꾼이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만나 조선 5도를 일본에 떼어주고 휴전하는 협상을 하다 미수에 그친 일도 있었다. 우리가 근세사에 겪은 일들에 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광물의 50%를 넘기라고 요구한 것은 제국주의자의 본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년 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베이징(北京)을 방문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보장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에 도움이 되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중국은 푸틴의 말에 따라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고 표현하는데 중국관영 매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라는 표현을 썼다. 놀랍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휴전시키겠다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푸틴과 정전협상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제국주의자 근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외교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는 최신호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세상은 생산성이 전부다. ··· 미국은 유럽을 포기할 것인가, 미국의 유럽 포기가 유럽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윌슨 센터의 역사학자 마이클 킴마게(Kimmage)는 '트럼프가 원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냉전이 끝나고 20년이 흐른 2010년 국제사회에는 근원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 그것은 러시아 푸틴이 시작한 것으로, 강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다음은 중국 시진핑(習近平)이 더 큰 스케일로 더욱 강력한 중국을 건설하겠다고 나섰고, 시진핑의 뒤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가 '힌두 민족주의'로 뒤를 이었으며, 모디에 이어 터키의 에르도한이 거의 전제에 가까운 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세상에서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됐다. 킴마게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된 뒤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느니, 캐나다를 52번째 주로 만들겠다느니,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용하는 것을 버려두지 않겠다느니 하는 행동들이 바로 이런 배경을 가진 것이라고 한다. 킴마게의 기고에 따르면 트럼프가 유럽마저도 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식의 가치동맹 따위는 이미 버릴 결심을 했으며, 1930년대와 1950년대 미국의 반공산주의 우익세상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킴마게는 진단했다. 미국과 트럼프가 그렇게 변하는 세상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해서 광물 50%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선(善)과 악(惡)의 기준으로 분류할 일은 아닌 듯하다. 이제 트럼프의 미국이 가는 길 앞에는 생산성이 유일한 기준이며, 일론 머스크를 효율부(DOGE) 장관으로 발탁한 일을 결코 소홀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또한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선과 악을 기준으로 나누지 말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보는 변화를 시작해야 할 듯싶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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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하얼빈역 그날의 총성 …116년 후 한국 민주주의
“한국의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Can South Korea’s democracy survive)?” 미국의 국제정치 전문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즈 1월 27일자 최신호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미국 사립 존 캐벗(Cabot) 대학 존 딜러리(Delury) 교수의 글을 실었다. 연세대에서도 강의한 일이 있는 딜러리 교수의 글에 포린 어페어즈는 “이 나라에는 단순한 위기관리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개혁(Bottom-up Reform)이 필요하다”는 부제를 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이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위기관리를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다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다소 고까운 부제를 달았다. 딜러리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한밤의 쇼킹한 TV 연설을 통해 선포한 비상계엄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었으며, 윤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한국을 군사통치 아래에 놓겠다는 선언이었다”고 보았다. 윤은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시키고,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정지시키려 했으며, 군부 지도자들에게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를 문 닫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그리고 경찰과 특전사를 보내 국회의원들의 의사당 진입을 막았다고 했다. 딜러리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치의 헌법학자였던 칼 슈미트(Carl Schmitt · 1888~1985)의 ‘예외 상태(state of exception)’ 이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밤의 비상계엄 선포 포고문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딜러리 교수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한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 여러분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딜러리 교수에 따르면 윤의 이 같은 논리 전개가 바로 칼 슈미트의 ‘예외상태’이론, 예외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권이며, 예외의 정상화를 집행할 수 있는 사람이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는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딜러리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더 큰 권력을 확보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며, 이에 관해서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에릭 모브랜드(Mobrand) 교수가 쓴 <위로부터의 한국 민주주의(Top-Down Democracy in South Korea)>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에릭 모브랜드 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한국의 엘리트들은 정치적 위기가 지나가면 민초(grassroot)들의 영향력을 제한해왔는데, 이제는 선거 과정이나 정당 시스템에 광범위한 민초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혁이 필요하며, 법률규정은 줄여야 한다고 딜러리 교수는 권고했다. 딜러리 교수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을 통해 이런 권고를 한 데 대해 우리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누가 그걸 모르나”라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잘 돌아보면 국회의원을 뽑는 정당의 공천 시스템에만 해도 민초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정당 대표가 주도하고 정당 지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선거구민 몇 천, 또는 몇 만명, 선거구민들의 서명을 받으면 공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10월 29일 마지막으로 개정한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前文)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1919년 4월 10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임시 의정원을 창설하고 의정원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임시정부 교통총장을 지낸 신석우(1895~1953) 선생이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라고 제안해서 조직의 이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정해졌고, 이에 따라 1948년 수립된 정부도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상하이 임정 수립 당시 프랑스 조계(租界)에 위치해서, 일본과 중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던 마당(馬當)로 뒷골목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두 나라 정부의 협조 아래 잘 보존돼왔다. 지금은 중국공산당 제1차 당대회 개최 기념 건물이 가까이 있고,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높은 신톈디(新天地) 패션타운이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역 역세권에 위치해있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도 벌써 100년하고도 5년이 지났다. 그런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탈리아에 있는 서양 교수 딜러리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데 대해서 우리로서는 마음이 불편하다. 상하이 임정은 수립 13년 만인 1932년 4월 29일 임정 소속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시내 훙커우(虹口) 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황 생일 기념행사에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요시노리 육군대장과 가와바다 데이지 상하이 거류민단 단장을 죽게 하고, 일본 육군 제9사단 사단장 우에다 켄키치 중장과 주중 일본공사 시게마쓰 마모루에게 다리를 절단하는 부상을 입혔다. 이 의거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를 떠나 항저우(杭州)를 거쳐 쓰촨(四川)성 충칭(重慶)까지 옮겨다니는 고생을 했지만, 당시 상하이에서 지하활동 중이던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과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상하이 임정의 활동을 알리게 돼 임정의 이전과 충칭 정착에 중국공산당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임정이 수립되기 10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에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러시아와 회담을 하기 위해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총살하는 의거에 성공했다. 이토는 일본 메이지(明治) 유신 유공자로, 초대 내각총리를 지냈으며 1895년 청일전쟁 승리를 마무리하는 시모노세키 조약과, 1905년 러·일 전쟁 종전조약 서명 당사자였다. 일본제국 헌법과 일본정치의 내각제 확립에 큰 역할을 한 이토는 이후 제5대, 제7대, 제10대 내각 총리를 지냈고, 초대 조선총독부 통감을 역임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이토가 일본의 조선 병합 주동자였고, 초대 조선총독부 통감을 지내며 조선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조선인들에게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안 의사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 밝혔다는 기록이 있다. 안 의사는 체포된 후 직업을 묻자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05년 이토는 조선 왕 고종과 대신들을 위협해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는 주동자 역할을 맡아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대한의군의 제1 제거목표가 됐다. 당시를 묘사한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는 “내가 조선통감을 하는 동안 조선 경제를 얼마나 발전시켰는데 그걸 모르는 조선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조선의 왕이나 지도층들은 실제로 조선인들에게 아무것도 베푼 게 없는데 조선 의병들은 나를 제거하려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이토의 말은 고증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우리 민중들의 이토에 대한 생각을 대변하는 말일 수는 있을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시내 한 개봉관에서 개봉된 영화 하얼빈에는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기획이 있었다. 여기에 나온 한 출연진은 “안중근 의사가 어떻게 해서 되찾은 나라인데 요즘 우리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해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자신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설명하는 3차 담화를 하면서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예를 들어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항에 정박 중이던 미 항공모함을 촬영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최소 2년 이상 한국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지만 외국인 간첩들을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이 내정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 무역협력에 먹칠하는 데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중국 관련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한 국가의 대권을 쥐고 있던 대통령이 자신의 계엄을 정당화 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까지 무책임하게 공개해서 상대방 외교부 대변인이 항의를 제기한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권을 쥐고 있던 대통령 자신이 해결 못한 일을 야당의 책임으로 떠넘기려고 언급을 한 것은 우리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독립투사들,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총살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윤봉길 의사의 살신(殺身)정신에 비추어보면 윤 대통령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다. 계엄을 선포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면을 내던지고 몸부림치는, 참으로 부끄러운 대통령의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는 영화 하얼빈 한 출연진의 말 “우리나라가 어떻게 국권을 되찾아 지켜온 나라인데…”라는 말을 직접 들려주고 싶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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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트럼프-시진핑 시즌2 …갈등과 협력의 초한지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시진핑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했다는데 나는 트럼프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지난 24일자 1면에 실린 오피니온 칼럼에서 트럼프를 칭찬했다. 트럼프에 대해 좀처럼 긍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 미국의 정통 보수 신문의 대표적 칼럼니스트가 트럼프를 칭찬한 점이 흥미로워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Lessons from my China trip(중국 여행에서 얻은 교훈)’. 프리드먼은 자신이 최근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와서 CBS 방송이 지난 12일 보도한 트럼프의 시진핑 초청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됐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최근 자신이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현재의 미국과 중국 관계가 마치 두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가 빨대(straw)를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을 취임식에 초청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여행 기간 동안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전 중국 땅에 미국인은 나 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을 왕래했지만 ‘전 중국에 미국인은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썼다. 베이징의 호텔 로비에서, 상하이의 기차역에서 미국인이 하는 영어 발음은 들을 수가 없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중국인들은 “내 아들딸들이 미국 가서 공부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중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미국에 공부하러 가면 미 FBI가 미행을 할 것이고, 중국으로 귀국하면 중국 정부가 미행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대학의 교수들은 “미국 학생들도 더 이상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중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귀국하면 미국 직장에서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그는, 주중 미 대사관 통계에 따르면 27만명이 넘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숫자가 현재는 1100명에 불과하며, 이 숫자가 10년 전만 해도 1만5000명은 됐다고 했다. 프리드먼이 중국 여행을 통해서 깨닫게 된, 거의 바닥으로 가라앉아있는 미·중 관계는, 1917년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과 2021년 1월에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 4년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 정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 중국 전문가는 마이클 필스버리였다. 미 허드슨연구소의 필스버리는 저서 <백년의 마라톤(Hundred-Year Marathon)>에서 “미국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시진핑(習近平)에 걸쳐서, 그리고 1949년까지 100년 동안, 과거에도 속았고, 앞으로도 속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서 글로벌 슈퍼파워가 되기 위한 비밀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백년의 마라톤>은 제1장에서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삼십육계를 소개한다. “제1조는 만천과해(瞞天過海)로,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는 기만전술”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 책을 쓴 필스버리를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과 관세전쟁과 환율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후임자인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이어받고 확장했다. 보복 관세부과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산업 간 연관성을 끊는 디커플링(decoupling·탈 동조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 11월 7일 트럼프의 두 번째 당선이 확정되자 시진핑은 축전을 보냈다. 시진핑의 축전은 축하와 위협의 뜻이 함께 포함된 것이었다. “역사가 알려주는 것처럼 중국과 미국은 서로 화합하면 양쪽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合則兩利 鬪則俱傷)”이라고 협박성 경고의 의미를 담아서 보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쌍방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상호 윈윈(win-win)의 원칙에 합의하자”고 제시했다. 시진핑은 지난 12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USCBC(미중무역위원회) 2024년도 만찬 모임에 축사를 보내 트럼프 2기 미·중 관계의 기조를 다시 강조했다. 시진핑은 중국과 무역을 하는 미국 국내 270개 기업이 참여하는 이 미중무역위원회에 보낸 축사에서 “화합하면 양쪽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중국과 미국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의 하나이며, 양국 인민들의 이익과 인류의 앞날 운명이 달려있다. 두 나라가 화합하면 둘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이니, 앞으로 양국 관계는 대항이 아닌 대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호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국무위원은 지난 17일 지난 1년의 중국 외교를 되돌아보고, 앞으로를 전망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왕이는 “중국의 대미 정책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며,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는 최근의 중·미 관계에 대해서는 “중·미는 최근 두 차례의 전략적 협의와 5차례에 걸친 금융·경제 분야 협력 회의를 개최했고, 마약과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칭화(靑華)대 국제관계 연구원 원장 옌쉐퉁(閻學通)은 지난 12월 20일 발행된 미국의 외교전문 계간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해 기고를 했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의 위세가 대단하겠지만, 이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not scared)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겠지만 냉전 시대와 같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옌쉐퉁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강렬한 반공의식을 가진 매파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미 육군 소령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하기는 했지만, 트럼프는 미·중간의 군사력 경쟁보다는 무역 경쟁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옌쉐퉁은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첫 번째 임기 때 중국을 ”미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비난하고, “중·미간 거대한 무역적자 때문에 미국의 핵심 공업지대가 공동(空洞)화 됐다”고 주장했으며, “코로나 병원체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 데 대해서는 중국 사람들이 아주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중·미 간 교류에 장애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이 펜타닐 마약으로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심각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그런 주장들은 미국과 중국 국민 사이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 ‘중국 여행에서 얻은 교훈’에서 트럼프가 주중 미국대사로 조지아주 상원의원 출신의 데이비드 퍼듀를 내정한 데 대해 “퍼듀 주중대사 내정자는 오늘의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듀는 지난 9월 워싱턴 이그재미너(Examiner)지 기고에서 “분명한 것은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목표가 국제사회의 패권을 쥐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마르크시즘의 세계로 바꿔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퍼듀의 그런 중국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프리드먼은 “오늘의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마르크시스트가 되기보다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처럼 되고 싶은 머스키스트(Muskist)가 더 많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 미국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마르크시즘의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이기려고 한다는 사실을 주중 미국대사 내정자는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칭화대 중국경제 사상과 실천 연구원 원장으로 하버드 대학 박사 출신의 리다오쿠이(李道葵) 교수는 “많은 중국 사람들은 트럼프를 중국 개혁개방 지도자 덩샤오핑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유는 덩샤오핑이 경제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점을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것처럼 트럼프도 모든 것을 경제로 연결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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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새로운 한중관계를 위한 역사 다시 읽기
1394년 9월 조선 태조의 아들 이방원(李芳遠)이 조공 사절단을 이끌고 명나라 수도 난징(南京)에 갔을 때 일이다. 이 이야기는 박원호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80)가 2002년에 펴낸 ‘명 초 조선관계사 연구’에 나온다.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이방원에게 뜬금없이 “앞으로 조공할 때 표문(表文)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표문이란 조선 왕이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보낼 때 그 이유를 적은 글이었다. 주원장이 이방원에게 앞으로 표문을 올리지 말라고 한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니 이방원 일행이 올린 표문 속에 “괴이한 글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이방원 일행은 주원장에게 “사대(事大)의 예를 갖추는 데에는 표를 바침으로써 작은 정성이나마 전달할 수 있는데 어찌 표를 바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말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다. 다음 해인 1395년 10월 다시 조선에서 조공 사절이 가서 표문을 주원장에게 올렸다. 주원장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죄하러 온 사신이 돌아가자마자 짐을 모욕하는 글이 또다시 올라오니 너희를 징벌할 수밖에 없다. 표문은 너희들이 쓴 것이 아니라 정도전(鄭道傳)이 썼을 터이니 정도전을 난징으로 오라고 하라.” 주원장은 조선 사절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그중 한 명을 조선으로 돌려보내 정도전을 데리고 오라고 억지를 부렸다. 조선 태조는 명나라에 “표문을 쓴 것은 정도전이 아니며 정도전은 현재 병이 깊다”고 알리면서 끝내 주원장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이 표전사건은 사건 발생 4년 만인 1398년 주원장이 조선 사절 3명을 처형한 뒤에야 가라앉았다. 조선과 명 초에 두 나라 사이에 가장 큰 문제였던 표전사건은 나중에 조선이 명 황제 주원장 주변에서 일어난 ‘문자의 옥(獄)’이라는 스캔들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 주원장은 명 앞의 왕조인 원(元)나라 말기 홍건적의 난 때 탁발승으로 유랑걸식하며 지내다가 명나라 황제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런 주원장은 황제에 오른 뒤 탁발승의 대머리를 상징하는 광(光), 독(禿)이라는 글자와 중을 가리키는 승(僧)은 물론 발음이 비슷한 생(生)이라는 글자, 홍건적 시절을 암시하는 적(賊)이라는 글자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조선 왕실이 그런 ‘문자의 옥’ 스캔들에 대한 정보에 어두워서 일어난 사건이 표전사건이었다고 박원호 교수의 ‘명 초 조선관계사 연구’는 밝혀 놓았다. 1392년 건국한 조선 왕조는 건국 후 503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다 1895년 청과 일본의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국망(國亡)의 길로 들어섰다. 1895년 4월 17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북양(北洋) 통상대신 리훙장(李鴻章)이 서명한 종전(終戰) 조약의 제1조는 ‘청은 조선이 완전무결한 독립국임을 인정하며, 조공 등 전례는 폐지한다’고 되어 있었다. 조선은 다시 10년 뒤인 1905년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체결한 포츠머스(Portsmouth) 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한다. 포츠머스 조약의 제2조는 ‘러시아 제국은 일본이 한반도에서 정치·군사·경제적인 이익을 소유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조선은 다시 5년 뒤인 1910년 전쟁 한번 벌이지 않고 일본제국에 병합됐다. 그로부터 82년이 흐른 1992년 8월 24일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사이에 체결한 ‘한·중 수교 공동성명’은 과거 조선과 명·청 간 조공관계와 비(非)대칭적인 관계를 넘어선 대등한 주권 국가 간 외교관계 수립을 분명히 한 조약이었다. 조약의 제2조는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유엔헌장의 원칙들과 주권 및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평등과 호혜, 그리고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선린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에 합의한다’고 선포했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 왕조들 사이에 천하 중심과 주변국 관계, 명과 청을 거치면서 확립된 조공 관계를 역사적으로 처음 완전히 털어낸, 주권 국가와 주권 국가 간 대등한 조약이었다. 조약의 제3조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되어 있었다. 제4조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한반도의 역대 왕조들과 중국 대륙의 역대 왕조들 간 관계는 중국 역사를 지배한 유교 철학에서 나온 화이론(華夷論)과 천하(天下) 체계에 따른 중심과 주변의 관계였다. 중국은 천하의 중심인 중화(中華)이고, 한반도의 왕조들은 변두리에 사는 오랑캐(夷)라는 구조였다. 그러나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재구성된 국제질서 아래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된 대한민국과 1949년 10월 1일 정부가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의 관계는 30년 전쟁 종전 이후 유럽 국가 간 관계를 정립한 1648년 베스트팔렌(Westphalen) 조약에 따른 주권 국가와 주권 국가의 독립적인 관계였다. 유엔 회원국들 사이의 현대적인 국가관계의 기본원칙은 베스트팔렌 조약에 따라 주권 국가와 주권 국가의 관계는 국토의 면적과 인구의 많고 적음, 국력의 강약과 관계없이 대등한 관계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1992년 8월 24일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사이에 체결된 한·중 수교 공동성명도 베스트팔렌 조약의 원칙에 따른 현대적인 국제관계다. 천하의 중심과 변두리 사이의 화이론은 이미 과거의 것이다. 대통령실 웹페이지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페루 리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자신의 한국 방문 계획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하였다.” 대통령실이 전하는 시진핑의 말을 분석해 보면 ‘내년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APEC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니 그전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면 좋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2년간 1대 1에 가까운 정상(頂上) 방문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2년 9월 노태우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 방중, 1998년 11월 김대중 대통령 방중, 2003년 7월 노무현 대통령,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순서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1995년 11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방한했고, 2008년 8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부산 APEC 참가차 방한했으며, 2014년 7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방한했다. 두 나라 정상들은 대체로 임기 내에 한 차례 상대국을 방문했고, 베이징올림픽이나 핵안보 정상회의 등 상대국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회의 참가차 방문했다. 상대국 정상과의 회담은 주로 APEC이 열리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부주석이던 2009년 12월에도 서울을 방문해서 정운찬 총리와 회담을 한 기록을 남겼다. 두 나라 외교당국 기록에 따르면 한·중 간 정상 방문은 해당 대통령이나 국가주석 임기 내에 한 차례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였다. 시진핑 주석은 부주석 시절에 서울을 한 차례 방문했고,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 국가주석으로서 서울로 정상방문을 한 기록을 남겼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은 내년 가을 경주 APEC 때 방한하게 되면 세 번째로 방한하는 셈이 된다. 윤 대통령이 내년 경주 APEC 이전에 방중하느냐 이후에 방중하느냐의 문제는 시진핑 주석 방한 기록으로 볼 때 엄격히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페루 APEC 참석길에 들른 브라질에서 현지 신문과 서면으로 인터뷰하면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말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며 특히 중국만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과거 명과 조공 관계를 맺고 있던 시절에 조선이 명 황제 주원장에게 갑질을 당한 표전사건을 생각하면 미국을 버리고, 중국만을 선택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