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완도 화재 순직까지…국가는 왜 늘 '사후 대응'만 하는가
지난해 6월 광복 80주년을 맞아 아주경제가 마련한 보훈 신춘문예는 ‘기억’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자리였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희생을 되새기며, 우리가 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의 생명을 지키는 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12일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화재로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구조를 마친 뒤 잔불 정리에 들어간 지 불과 10분 만에 유증기 폭발이 발생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바뀌었고, 국민의
-
[인문자의 영화 이야기⑮ | 인간·문화·자연] '왕과 사는 남자', 측은지심과 홍익인간 정신의 한국인들
계룡산 자락 동학사의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그곳은 시간과 인간의 결단이 겹쳐진 자리다. 새벽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숲길을 따라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붉게 물든 단풍 빛 옷 한 벌이 들려 있다. 옷은 낡았지만 정갈하게 접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올리는 마음의 예(禮)다. 그는 영월의 엄홍도다. 법당 앞에는 이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서 있다. 그의 곁에는 노모가 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말보다 먼저 감정이 차오르기 때문이
-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노딜'로 끝난 미·이란 협상…호르무즈 이후는 세계의 문제다
미국과 이란의 마라톤 협상이 결국 합의 없이 끝났다. 21시간에 걸친 협상에도 양측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라는 핵심 쟁점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핵 개발의 영구 포기를 요구했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결렬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전쟁과 협상이 병행되는 국면에서 양측은 ‘합의’보다 ‘지렛대’를 택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제재로 압박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을 쥐고 맞선
-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금감원까지 나선 운용사 제동…금융시장 기초체력 점검할 때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둘러싼 ‘최저보수 경쟁’에 금융감독원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규 ETF 출시와 기존 상품의 보수 인하 과정에서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사실상 보수 수준의 적정성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자율에 맡겨왔던 가격 경쟁에 감독당국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ETF 보수 인하는 그 자체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낮은 비용은 장기 수익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ETF 시장은 보수 인하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왔다. 문제는 경쟁의 방향이다. 상품 구조나 운용
-
[기원상의 주간전망] 리스크는 줄지 않았다…이번 주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
시장은 종종 착각에 빠진다.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도, 실제로는 그 위험이 다른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시장의 반등 역시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이 긴장 완화로 받아들여졌지만,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는 위험이 해소됐기보다 여전히 진행 중임을 확인한 결과에 가깝다. 이번 주 시장은 이러한 현실을 다시 반영하는 과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점은 변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시장은
-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전쟁 변수 다시 부각…추경 효과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중동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협상 기대가 시장의 긴장을 일부 완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과는 그 기대가 아직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협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변수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한 것은 시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 소비 위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은 분명하다. 특히 소
-
[AJP 데스크 칼럼] '자유의 바다' 이후 — 호르무즈가 바꾼 질서와 에너지 빈국의 생존 공식
바다는 더 이상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충격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한 세기 넘게 유지돼 온 국제 교역의 전제, 즉 ‘공해에서의 자유항행’이라는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 균열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폭 50㎞ 남짓한 이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였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100척이 넘는 선박이 이곳을 지났고, 글로벌 공급망은 이 전제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해왔다. 그러나
-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인권의 보편성과 외교의 언어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맞았다. 토요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 간 막판 신경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전쟁의 불똥이 외교적 논쟁의 형태로 한국에까지 번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을 둘러싸고 외교부와 이스라엘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양측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발언 취지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 표현”이라고 설명하며 유감을 표명했고, 동시에 모든 형태의 폭력과 국제인도법 위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
-
[기원상 경제진단] 지난 한 주 반등은 있었지만, 안심은 없었다
지난 한 주 시장은 반등했다. 코스피는 10일 5858.87로 마감하며 전장 대비 80.86포인트(1.40%) 상승했다. 장중에는 5918.59까지 올라섰다. 외국인은 1조3억원을 순매수했고, 환율은 1482.5원으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숫자만 보면 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웃었을 뿐, 안심하지는 못했다. 이번 반등의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과 이란이 11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라는 점, 이스라엘과 레바논 역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전쟁 확산’ 대신 ‘휴전 기대&r
-
[기원상컬럼] 플랫폼이 바꾸고, 중동이 흔든다…경제의 판이 뒤집힌다
지금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전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변화이고, 후자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변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둘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랫폼 경쟁과 지정학 리스크는 서로 맞물리며 산업의 판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산업 경쟁을 ‘제품’ 중심으로 이해한다. 더 좋은 차를 만들고, 더 빠른 반도체를 생산하고, 더 저렴한 제품을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