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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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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연구원
김광석 연구원 gsk@hanyang.ac.kr
  • - 한양대 겸임교수
    - 前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 前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머스크가 쏘아 올린 우주 경제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 6위 기업이 되었다. 2026년 6월 12일,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일론 머스크는 임직원 앞에서 연설을 했다. “엘 세군도(El Segundo)의 한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역대 최고 기업공개를 하게 된다니 믿기 어렵다. (중략) 몇몇 우주비행사만이 아니라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 모두를 데려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중략)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미래가 어제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것. (중략) 매 순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준 우리 임직원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조7700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증시 6위 자리에 안착했다. 국내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조2300억 달러와 비교해 보아도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가치다.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1조1100억 달러로, 사상 첫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됐다. 스페이스X 상장은 시가총액 그 이상의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의 비즈니스가 망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스페이스X의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 일론 머스크는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나아가 전 세계 우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에 한국은 어떤 전략적 산업정책이 필요할지 논의해 볼 시점이다. 스페이스X가 보여준 가능성 전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스페이스X에 대한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로켓 발사 횟수가 증가하고 있고, 2025년 총 324회의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중 스페이스X 로켓 발사는 170회로 52.5%에 달한다. 위성 배치도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2025년 4510대 중 70%인 3157대가 스타링크다. 향후 전 세계 우주 산업의 스페이스X 의존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스페이스X에 의존하는 이유는 ‘발사 비용’ 때문이다. 한국도 우주 주권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은 필수적이지만, 다양한 위성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가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의 독자 발사체인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비교해 보자. 발사 비용이 약 9배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팰컨9은 대형 정지궤도나 수십 기의 군집위성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개인이 물건을 배송한다면, 최소 몇십만원이 들겠지만, 편의점 택배는 3600원으로도 가능하다. 발사체 발사 비용 비교 대한민국(누리호) 스페이스X(팰컨9) 1회 발사 비용 약 1300억 원 약 950억 원 1회 탑재 중량(수송 능력) 최대 1.9톤 최대 22.8톤 1kg당 발사 비용 약 3500만 원 약 400만 원 특징 1회성 발사체 재사용 발사체 자료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일론 머스크 유니버스, 독자적 AI 밸류체인의 완성 일론 머스크의 모든 비즈니스는 AI를 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독자적인 AI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일론 머스크도 AI를 자립화하는 모습이다. AI 밸류체인은 (1)인프라(전력인프라, 통신인프라, AI 인프라)→ (2)AI 모델→ (3)AI 서비스로 구성된다. 테슬라 메가팩과 솔라시티를 주축으로 태양광,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의 전력인프라와 건설 능력을 이미 갖추었다. 통신인프라는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인데, 테라팹은 반도체 양산과 자립화에 도전하고 있고 스페이스X는 우주데이터센터에 도전하고 있다. xAI는 자체 AI 모델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SNS, AI 서비스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을 독자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AI를 넘어서 피지컬AI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 피지컬AI 밸류체인은 (1)인프라(전력인프라, 통신인프라, AI 인프라)→ (2)AI 모델→ (3)피지컬AI로 구성된다. 테슬라는 세계 자율주행 전기차 1위 기업이고, 옵티머스 라인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피지컬AI 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두산로보틱스 등과 적극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모습과 구분된다. 즉, 일론 머스크는 AI 및 피지컬AI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젠슨 황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스페이스X는 방위산업을 이끌 것이다.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지경학적 분절화의 시대다. 스페이스X는 방위산업에서 위성 발사, 위성 통신 및 AI 서비스 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활용하여 군사 위성을 다수 발사해 왔다. 2020년 7월 군사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 2023년 12월 발사한 군 정찰위성 1호기(EO/IR)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이스X가 2026년 초 인수한 xAI가 영업손실을 보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으나, 인프라 투자와 AI 모델 개발을 통해 국방부 등에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지금의 한계점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전쟁 중에 2만 달러의 드론과 400만 달러의 미사일이 부딪치는 ‘비대칭 전쟁’을 보면서 세계 각국 국방부는 첨단무기화에 도전하고 있다. 우주 경제와 우주 경쟁 시대 스페이스X 상장으로 우주 경제가 본격화했다. 세계는 우주 경제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된다. 러시아, 중국 등의 적대국 진영의 국가들은 우주개발 예산을 더욱 투입해 나갈 것이다. 독자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국가들은 수송 능력을 고도화하고,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도전할 것이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스페이스X에 더 의존적으로 될 것이고, 스페이스X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더 누리게 될 것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완전한 전환을 이루었다. 우주 산업은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 중심의 제한된 영역이었다. 이제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내고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시대로 탈바꿈되었다. 우주 산업의 밸류체인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그동안 우주 산업이 발사체 및 위성 제조에 머물렀다면, 저궤도 위성 통신이나 우주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확장하는 우주 경제에서 한국 기업에도 무한한 기회가 있다. 발사체 수출 이력은 없지만, 반도체, ICT, 초정밀 제조 등의 밸류체인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 첫째, 지상 장비 및 안테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저궤도 위성 안테나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한국은 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우주 데이터 분석 서비스도 막대한 시장이다. 위성이 보내오는 영상·이미지·레이더 데이터를 가공 및 분석하여 농업, 물류 등의 최적화를 위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소재·부품 공급망에서도 큰 시장기회가 있다. 우주 방사선을 견디는 우주용 반도체, 특수 합금 소재, 고정밀 센서 모듈 등에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넷째, 위성 제조 및 발사 서비스를 일괄수주로 제공할 수 있다. 발사체 자력 발사 레퍼런스(Heritage)를 축적하여, 자체 발사 능력이 없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턴키 방식의 수출 기회를 영위할 수 있다. 무한한 우주만큼이나, 우주 경제에서의 기회도 무한하다. 먼저, 단기적으로도 기대되는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위성 안테나, 우주용 반도체, 특수 합금 소재, 고정밀 센서 등의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도록 경주해야 한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도 있다. 돈이 되니까 하는 사업도 있지만, 돈이 안 돼도 해야만 하는 사업이 있다. 우주 주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로켓 발사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세계적인 인재를 영입하고, 우주공학 분야 연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스페이스X도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기업이었고, 지금의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 수많은 과거의 실패가 있었음을 잊지 말자.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머스크가 쏘아 올린 우주 경제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파업 아닌 공존을 선택해야 할 때

    파업 아닌 공존을 선택해야 할 때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공장은 디트로이트가 아니라 앨라배마 혹은 조지아에 있다.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모여있는 디트로이트가 아닌, 남부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트로이트의 쇠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920년대 디트로이트는 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불리면서 산업 몰락의 상징이 돼 버렸다. 러스트 벨트로 몰락한 배경 중 하나는 노사갈등이었다. 2023년 저명한 학술지 Journal of Political Economy(JPE)에 게재된 한 논문은 러스트 벨트의 쇠퇴 원인 중 '노사갈등'을 핵심으로 짚어내어 경제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외 경쟁(특히 중국발 충격)'이나 '기술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노사갈등’도 산업도시 몰락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높은 임금을 추구하거나 파업이 반복되었고, 신규 투자 감소 및 생산성 둔화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새로운 거점을 찾아 나섰고, 기존의 거점은 몰락하게 되었다. 2026년 5월 한국도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투자자들은 역대급 코스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즐길 새도 없이, 중대한 과제를 만났다.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이 주말까지 제출해야 할 기말과제에 응하느라 기뻐할 새도 없듯이 말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6년 5월 21일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면서, 노사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재용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파업 고집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입장을 명확히 했다. 본 고는 노조의 주장이 맞는지, 사측의 주장이 맞는지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논쟁, 갈등, 분열이 아니라, 공존, 상생, 지속가능성으로 방향을 잡아야 함을 제청하기 위함이다.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포함한 적절한 근로 조건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기업이 성장 도약할 수 있는 R&D 지출 등의 투자자금 확보도 필요하다. 다만,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파업이나 생산 차질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이 디트로이트의 다음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가 갖는 한국경제의 의미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불리는 한국에 반도체는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이다. 반도체는 총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한국의 단연 1위 수출 품목이다. 더욱이 반도체가 없이 수출이 가능한 품목은 단 하나도 없다. 자동차, 일반기계, 선박,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컴퓨터, 가전, 이차전지 등의 품목에는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고,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 등의 품목에도 생산공정에 반도체가 모두 들어간다. 정부가 지정한 15대 주요 수출 품목은 전체 수출의 77.8%를 차지하는데 어느 하나도 반도체 없이는 가능한 수출이 없다. 반도체가 없다면, 필자가 이 글을 쓸 수도, 독자가 이 글을 읽을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기술하는 데 그칠 수 없다. 반도체의 의미는 한국경제의 미래에서 찾을 수 있다. 말 그대로 AI 시대 아닌가? 피지컬 AI 시대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식탁 위에 쌀이 빠지지 않듯, 미래 산업에 반도체가 빠질 수 없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HBM을 비롯한 최고 사양의 반도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외교 및 통상적으로도 협상력을 갖게 해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갖는 한국경제의 의미 삼성전자는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다. 한국의 120만 개의 법인 중 하나가 아니다. 3,500개의 대기업 중 하나가 아니다. 1969년 36명의 직원으로 설립한 이후,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하나가 되어 지금의 기술 거인으로 도약했다. 12만 명 이상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국내 협력사만 약 1,700개에 달한다. 이는 곧 삼성전자의 실적은 경영진 혼자서 이뤄낸 것도 아니고, 노동자만의 성과도 아니다. 경영진, 기술 인력, 노동자, 투자자, 협력사, 정부, 국민 모두가 이뤄낸 성과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이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반도체 생산 차질시 불거질 리스크 첫째,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반도체는 수백 개의 초정밀 공정이 연결되어 있고, 진공상태, 온도, 미세 물질 등의 조건이 어느 한 공정에서 틀어지면 불량품이 발생한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웨이퍼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이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100조 원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반도체 공정 차질이 1조 원에 달하고, 재가동하는 데에 수개월 걸린다. 둘째, 미래 반도체 시장을 뺏길 수 있다. 공급망 공백은 경쟁사들에 점유하고 있던 시장을 내어주게 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반도체 품질과 안정적인 납기를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파업 여부를 누구보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업이 반복되는 구조는 영구적인 시장을 상실케 한다. 경쟁사들은 이를 기회로 삼을 것이다. 마이크론과 같은 DRAM 시장의 3위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MTC)와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Nanya Technology),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바짝 추격 중이다. 특히, 중국 창신메모리는 지난해 11월 초당 8000MT/s 속도의 DDR5 메모리 제품을 공개한 데 이어 현재 대규모 양산에 들어간 상황이다. 급성장하는 미래 시장수요를 잃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잃는 것이다. 셋째, 직접적 손실이 천문학적이라면, 간접적 손실은 그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파업은 곧 1,700개 공급업체와 각 사 임직원, 그 지역경제에까지 거미줄처럼 연쇄 충격을 주게 된다. 또한, 반도체는 완제품이 아니고 부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국내 대부분의 주력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전 산업 생산 차질은 전 산업 수출 차질로 연결된다. 한국은 반도체 혹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품목을 수출하는 나라 아닌가? 한편,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자산가치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28.1%를 차지한다. 주가 하락이 가져올 파급 영향을 기술하려면 책 한 권을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다. 공존이라는 이름의 성과급 정책 대응 첫째, 소모적 갈등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타협을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법이 정해놓은 적법한 쟁의와 파업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노동자의 기본권이 국민 전체의 공공복리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함을 논하고자 한다. 파업은 파업을 낳는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수많은 산업에 걸쳐 대규모 파업으로 전개될 수 있고, 이는 공존이 아닌 공멸로 향할 수 있다. 둘째, 외부 중재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다. 성과급 산정 과정에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중재 시스템을 도입하여 노사 간 불신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성과 보상 체계의 투명화 등에 관한 안건도 외부 중재 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노사 양측이 중재 기구의 판단을 따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셋째, 공동 목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산업에 걸쳐 미래 산업 수요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 적정 투자액이 요구된다. 영업이익의 흐름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신규 투자는 필요하다. 마치, 농부가 씨앗을 심듯이 말이다. 더욱이,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을 고려할 때 이는 공존을 위해 절대적인 과제다. 따라서, 장기 목표 R&D 투자액을 설정하고, 이를 전제로 한 이익의 배분 등을 논의해야만 한다.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일부 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와도 맞고, 임직원들의 공동 목표 의식을 함양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파업 아닌 공존을 선택해야 할 때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안보가 경제를 삼킨 …'불안한 평화'에 갇힌 세계

    포스트 워(Post War), 닥쳐올 5가지 구조적 변화 벌집을 쑤셔놓고 달아난 세기의 사건이 일어났다. “Stir up a hornet's nest.”라는 표현은 큰 소동이나 논란을 일으켜 놓는다는 관용어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전쟁을 일으켰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십억 인류를 공포에 내몰았다.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국채금리는 치솟고, 세계증시는 무너져 내렸다. 4월 1일 밤 9시(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시작했다. 종전 선언을 기대했던 인류는 대반전의 연설을 들었다. “앞으로 2~3주 동안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용 국가들이 스스로 해결하라.” 벌집을 쑤셔놓은 자가, 해결할 고민도 없이 다른 나라들에 문제를 전가해 놓고 달아난 것이다. 전쟁이 불러온 구조적 변화 폭풍은 지나가지만, 폭풍이 지나고 난 자리는 그대로일 수 없다. 전쟁은 끝나겠지만,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법하다. 즉, 전쟁이 끝나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마치 코로나19는 지나갔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있듯 말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들어간 이때, 전쟁 이후 나타날 구조적 변화를 주목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첫째, ‘불안한 평화(a fragile Peace)’의 시대에 놓일 것이다. 2022년에 발발한 러-우 전쟁은 끝나지도 않은 채, 2026년 중동전쟁이 맞물렸다.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세계 80억 인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채 긴장감이 잦아들 새 없다. 중동전쟁이 4월 안에 종식된다고 하여도, 이란의 강경파 집단이나 반미 국가들의 보복성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절대적이다. 즉, 테러를 광의의 전쟁이라고 분류한다면, 종전 선언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를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고, 무기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움직임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세계 주요국들은 국방비 지출액을 증액해 왔다. 2026년 중동전쟁 이후에도 사용하거나 파괴된 무기체계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OECD 주요국별 GDP 대비 국방비 지출액 비중 둘째,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증폭될 것으로 전망한다. IMF, OECD, 세계은행(Worl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멈추었다고 판단했다. 지경학적 분절화가 이미 시작되어 세계 경제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으며, 2025년 시작된 트럼프 발 관세전쟁과 2026년 중동전쟁은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다. 실리주의에 편승해 기존 동맹국 간의 긴밀한 연대가 해체되고 있다. 200여 개 나라가 하나의 지구본을 구성하는 양상이 아니라, 수많은 블록들(Blocks)로 흩어지는 양상이 될 것이다. 세계 교역이나 공급망이 단절되고, 내수경제 혹은 블록경제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Trade-Policy Activity Index 셋째, ‘고비용 시대(Age of high costs)’가 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공급망 차질이 뒤따른다. 기존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원자재나 부품 수급처를 이동한다는 것은 비용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더 저렴하게 공급되는 광물·식량·에너지 자원을 찾아 뻗어나갔다면, 분절화 시대에는 안보를 우선시하며 국산화 노력을 집중하게 되고 비용 상승을 수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희토류를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멈추고, 자국 혹은 우방국에서 몇 배 비싸게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는 움직임이 있다. 더욱이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게 될 경우, 세계 주요 초크포인트들도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고, 해상운임 및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AI가 보편화하면서 생산성이 증대되고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이를 다소 상쇄시킬 수는 있으리라 본다. 넷째, ‘에너지 전환의 시대(Era of Energy Transition)’가 온다. 2026년 심각한 에너지 공급 쇼크를 경험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EU 회원국들은 리파워EU(REPowerEU)라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위한 의제를 수립했다. 당시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극심한 에너지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의 고충을 겪었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에너지 수입처를 다른 나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실제, 2022~2025년 동안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급감한 바 있다. 리파워 EU(REPowerEU)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비중 2026년의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는 원유 공급부족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재촉시켰다. 이미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요국들은 에너지 수급 전략을 전면 개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던 터였다. 2026~2027년 동안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등의 행보가 세계적인 정책과제가 되는 모습이다. 한편 원유 수급 다변화도 동시에 추진될 것이다. 중동산 원유에 편중된 구조가 취약점으로 드러난 데다, 미국의 무역수지 균형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취지에서 미국산 원유 의존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미국 원유 수입 추이 다섯째, ‘저성장 고착화(entrenchment of low growth)’ 국면에 놓였다. 최근 세계 경제는 나름의 회복할 기회에 놓일 때마다 거스를 수 없는 변수를 만나고 있다. 2019~2020년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 팬데믹이 닥쳤고, 2022년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던 국면에 러-우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 2026년에는 관세전쟁의 경기 하방압력을 AI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되던 기점에 중동전쟁이 경로를 꺾어 놓았다. 결국 세계 경제는 장기 평균 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으로 굳어져 버렸다. 지정학적 불안과 보호무역주의 및 고비용 압력 등은 세계 경제를 고성장 국면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게 길을 막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중동전쟁 전후 세계경제 경로의 변화 포스트 워(Post War)를 준비하라 전쟁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전개될 구조적 변화는 그림 그릴 수 있다. 전쟁은 막을 수 없지만, 변화에 대응할 수는 있다. 세계 국제기구나 주요 기관들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많이 작용할 국가로 한국을 꼽은 바 있다. (1)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2)석유 의존도가 높고 (3)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서다. 해결책은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1)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2)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3)미국 등의 원유로 수급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쟁 이후 수요가 어디에 집중될 것인지를 포착하고 산업적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러-우 전쟁과 중동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시설 및 각종 인프라 재건 사업이 급격히 확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한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 플랜트 및 도시건설 프로젝트 이력들을 활용하고, 외교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수주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재건 사업에는 ICT 및 AI를 적용하는 첨단화가 동시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테크기업들과의 협업 및 컨소시엄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방위산업은 한국의 미래산업이라 선정할 만하다. 전쟁을 치른, 또는 참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진되고 파괴된 무기체계를 빠르게 보완하려는 행보가 집중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하는 움직임이 분주히 일어나고 있어 방위산업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의 향후 과제는 첨단화다. 모든 무기는 AI와 만날 것이기 때문에, 전통 방산 기업들이 AI 기술을 확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방산 기업들은 기술 기업들과 전략적 M&A를 시도하는 것도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안보가 경제를 삼킨 …불안한 평화에 갇힌 세계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150달러 간다? '4차 오일쇼크' 공포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심지어 장르가 드라마나 공상과학도 아니고 전쟁영화가 현실이 되어 버리니 참혹한 일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 실물경제도 충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부채도사’라면 모를까, 우리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각 상황에 대응 태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동전쟁의 경과를 상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떤 파급 영향이 있을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주변국으로서는 전쟁의 경과를 바꾸어 놓을 수 없기에 각 시나리오에 선제적 혹은 적시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중동전쟁 시나리오 첫째, 시나리오1은 6주 내 미국과 이란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경우로 가정한다. 3월 안에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작전을 4~6주로 계획했고 장기간 끌었을 때 국제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어 중간선거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 31일 미·중 정상회담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중동전쟁을 그전에는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120달러 내외의 흐름을 유지하고 환율 및 증권시장에 변동성을 주겠지만 전쟁 종료와 함께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실물 경제적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시나리오2는 중동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제한다. 이란 지도부는 이미 종교적·경제적 큰 손실을 보았고 상응하는 복수를 단행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략적으로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화하는 조치 등을 통해 심각한 국제 유가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다만 2025년 9월 유엔이 핵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급락한다든가, 2026년 2월 62%에 달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처해있는 등 경제 여건이 위축되어 있다. 즉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수개월 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하고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150달러 내외에 도달할 수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시나리오3은 중동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가정한다.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와 핵 개발 무산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사항은 이란 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2022년 2월에 발발하여 만 4년이 훌쩍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 요구사항이 서로 첨예하게 엇갈려 있기 때문 아닌가?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대부분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더 많아지기도 했고 인도의 원유 공급 요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러-우 전쟁 중에도 중국, 인도, 터키 등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함으로써 전비 조달 기능을 수행한 것처럼 중국과 인도는 저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고 이란은 전비 지원을 받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이란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배상받기를 요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더욱 강하게 봉쇄할 수 있다. 120~15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4차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전쟁 시나리오별 경제적 파급 영향 전제 국제 유가 파급 영향 시나리오1 6주 내 종료(3월 내 합의) 120달러 내외 금융시장 혼란 시나리오2 2~3개월 지속(4~6월) 150달러 내외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3 갈등 장기화 고유가 장기화 4차 오일쇼크 자료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중동전쟁과 경제적 파장 중동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실물 경제적 충격이 작을 수 없다. 즉 시나리오2와 3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파장을 유추해 보자. 먼저, 중동전쟁 장기화 시 ‘공급망 쇼크’가 올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급 차질이 일어나면 원유를 통해 추출하는 모든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비료, 의약품, 비닐, 플라스틱 등 모든 제조공정의 앞단에는 원유가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전 산업에 걸쳐 비상등이 켜질 것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던 석유화학산업엔 치명타를 줄 것이다. 원유 수급 불안은 물론이고 그 외 핵심 원자재 수급에도 차질이 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헬륨(카타르산 65%)과 브롬(이스라엘산 98%)은 반도체 생산공정의 핵심 원료로 생산 차질이 일어날 수 있고,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부품으로 들어가므로 수많은 완제품 생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국제 유가(브렌트유)가 현물시장에서 125달러를 초과했고, 2026년 3월 두바이유가 이미 145달러를 초과했다. 전쟁이 얼마나 더 장기화해서 고유가 흐름이 더 이어질지라는 문제만 남았다. 더욱이 전쟁 불안으로 인해 해상보험료가 올라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기 어려워진다. 수입 원유 가격은 ‘국제 유가×해상운임×환율’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사실 삼중으로 비싸지게 된다. 다행히 석유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주유비 인하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국제 유가 자체를 떨어뜨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주유비 상승→교통·운송비 상승→물류비 상승→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채소와 과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값 부담으로 이어지며 돼지고기, 달걀, 소고기, 우유 등 식료품 가격도 연달아 상승한다. 비닐 가격이 오르면 라면, 빵 등 모든 제품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식당이나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도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 인플레이션이라는 과제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가혹하게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물가 상승 압력을 주겠지만 동시에 경기 하방 압력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 활동 침체와 함께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불황을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통상적으로 불황이 오면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이 오면 물가가 상승하는데 경기와 물가의 안 좋은 것만 함께 찾아온다니 이보다 안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25년에도 1%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유독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경제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준다. 사실 전쟁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 가장 예민한 주체가 기업인데 다국적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 등 신규 투자를 단행할 수 없고 이는 한국의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이 막히고 생산·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넷째,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함께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우선 고려하기 마련이다. 2022~2023년은 41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했던 시대였고 이때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대대적으로 인상했다. ‘긴축의 시대’가 왔다. 그 통화정책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2024~2026년은 과도하게 높았던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를 향해 조정(인하)하는 ‘피벗의 시대’였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다시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하기 시작하면 ‘피벗의 시대’를 마감하고 기준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긴축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다섯째,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는 자본시장 여건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금리는 중력과 같다. 금리의 향방에 따라 ‘돈의 이동’이 결정된다. 금리를 인하하는 구간에는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시장을 향한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진다. 금리를 인상하는 구간에는 돈이 시장에서 빠져나와 은행으로 향한다. 시장이 냉각된다. 2025~2026년에는 세계 각국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고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났지만 2026년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면 역유동성 장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높아진 금리는 기업이나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실물경제도 역동성을 잃는 건 마찬가지다. ‘4차 오일쇼크’에 대응하라 ‘4차 오일쇼크’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공급망 안정을 꾀해야 한다. 원유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이나 소재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급망 쇼크에 유독 취약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망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주요 산유국들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발휘하고, 한국석유공사와 민간 정유기업들의 전략적 원유 비축분을 관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주력 산업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둘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불어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 그 부담은 더 가혹하다.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 조절 등 단기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원화 가치를 절상시키는 구조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투자의 해’를 지정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2020~2024년 연평균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약 17억5300만 달러에 달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전력, 통신 인프라와 반도체 및 AI 서비스 역량을 강점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R&D 특화센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경제자유구역, 규제자유특구 등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고 경쟁력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한국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실물경제의 선순환과 원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가계는 변화하는 국면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국면에는 저축 금리는 오르고 자산시장의 추세적 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 2025~2027년에는 집중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시대적 변화에 맞서서는 안 된다. 긴축 기조가 시작되면 주식시장도 그 하방 압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상법 개정 등과 같은 주식시장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상쇄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긴축의 시대에는 긴축의 시대에 맞게 저축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150달러 간다? 4차 오일쇼크 공포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제2의 러다이트 습격사건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 1811년 영국 직물공장들이 연쇄적으로 파괴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수공업으로 이루어졌던 섬유산업에 방직기가 도입되면서 숙련공들의 대규모 실직이 일어났다. 1811~1817년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고 공장을 불태우는 대규모 폭동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바 있다. 이를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라 한다. 최초로 방직기를 파괴했다고 알려진 네드 러드(Ned Ludd)와 추종자를 뜻하는 ‘–ite’의 합성어다. 이른바 최초의 ‘기계와의 전쟁’이었다. 기계가 도입되면서 숙련공들은 일자리를 잃고 수공업이 몰락했지만 경공업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남는다. 21세기 들어 AI 혁명이 시작되었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산업의 고도화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도 있다. 2026년 연초부터 미국 주요 기업들이 10만명가량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화물운송사 UPS는 약 3만명, 아마존은 약 1만6000명 감원을 예고했다. 대부분 기업은 감원 사유로 AI 도입을 꼽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양산하고, 2028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 투입, 판 엎겠다”고 말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거대한 수레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 혁명이 본격화함에 따라 인류는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마주할 것이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AI 확산 가속화 AI 확산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인 챗GPT가 2022년 11월 공개된 이후 2026년 2월 현재 약 10억명에 달하는 활성 사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지 3년 후 활용률이 7.8%인데 생성형 AI 활용률은 같은 기간 64%를 넘어섰다. PC가 처음 도입되어 약 20년 걸리고, 인터넷이 도입되어 약 10년 걸린 도입률을 생성형 AI는 3년 만에 돌파했다. 개인적 AI 사용경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만 다양한 산업에 걸쳐 기업들이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미국 ICT 기업들은 이미 63%가 AI를 도입했고, 향후 3년 이내에 90%가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른 산업에서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AI를 도입해 나가는 추세는 유사하다. AI 모델이 경쟁적으로 고도화되고,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도 가시화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뿐만 아니라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SK텔레콤의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차별화되고 고사양의 생성형 AI가 출시되면서 AI 도입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2028년부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각국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와 로봇 확산 경주를 하고 있고,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 AI와 로봇의 도입은 극명한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한다. 필자가 시대적 흐름을 아래 그림과 같이 표현해 보았다. 물론 AI를 활용했다. 만약 직접 그림을 그렸다면 며칠이 걸려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픽 디자인으로 표현했더라면 별도의 담당자를 고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 그림을 그려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몇 분이었다. 이렇게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현상을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하지 않는가? AI를 도입하면서 전개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AI를 사용하면 할수록 생산성은 더욱 향상된다. AI 초기 사용자는 결과물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경험이 축적될수록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AI도 학습을 하면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현상)이 감소한다. 할루시네이션이란 AI 모델이 잘못된 결과나 부정확한 아웃풋을 생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사용자도 AI를 학습하고, AI도 사용자를 학습하면서 생산성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적은 노동 투입으로도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근로자는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약 1.5시간 정도 근무시간 단축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작업별로는 관리직이나 전문직 등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1.5~2.8%). 한국은행은 AI 활용에 따라 잠재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남을 증명했고 미국을 대상으로 수행한 그 밖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새로운 일자리 어젠다 AI는 골디락스를 불러온다. 즉 성장을 견인하면서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AI를 도입할수록 비용을 절감하니 기업의 마진은 증가한다. AI를 활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이 일어나고 생산성은 올라가니 경제는 성장할 수밖에.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신기술이 도입되면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1차 산업혁명의 증기, 2차 산업혁명의 전기, 3차 산업혁명의 인터넷과 PC는 신기술 도입이 엄청난 비용 감소를 만들어낸다는 역사적 증거들 아닌가? AI 시대가 가져올 경제적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기업들 걱정하지 말자. 생산성이 올라가니 경제 걱정도 하지 말자. AI는 물가 안정에도 기여한다. 일자리 문제만 남았다. 문제는 일자리에 있다. 최근 국내외 저명한 컨설팅사들과 연구기관들이 AI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RA(Research Assistant·연구보조원)를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률회사에서도 이제 '새끼변호사'를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경력직만을 뽑는 이유도 유사하다. AI에 의해 대체될 대상은 청년인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자리 구조 변화에 주목하자.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지만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다. 인류 역사는 늘 신기술이 도입되어 왔고 그때마다 사람의 노동력을 줄여왔다. 그런데 왜 현대인은 늘 바쁘게 살아가는 것일까?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부가가치와 새로운 기업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보라. 3차 산업혁명 또는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업종과 기업들이 채워져 있지 않은가? 일자리의 양이 줄어드는 것보다 일자리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에서 생겨나는 일자리로 인력을 재배치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떠한 역량이 요구되고 어떠한 훈련 등 프로그램을 도입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는 경력을 요구하지만 청년은 경력을 가질 기회조차 없다. 단기적 시야로 경력직만을 찾는다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경력을 갖춘 사회의 허리 계층이 부재할 것이다. 정부는 비취업 청년에게 청년수당 등과 같은 안전망을 제공하느라 바쁘다. '쉬는 청년'을 유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일하는 청년'을 유도해야 한다. 쉬는 청년에게 수당을 제공하는 대신 신입 청년을 채용하는 중소기업들에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청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안전망은 수당이 아니라 일자리임을 잊지 말자.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제2의 러다이트 습격사건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관세는 시작 …세계는 '자원·기술·통화'로 싸운다

    무질서(Disorder)의 시대 세계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무질서가 새로운 질서가 된 시대다.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 시대가 왔다. 전쟁이 없던 시대에서 전쟁이 일상화된 시대로 바뀌었다. 국제법이나 국제기구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가고 분절화(Fragmentation)가 일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듯하고, 유동성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다자주의(multilateralism)가 가고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왔다. 다자주의는 여러 국가가 범세계적 협의체를 두고 규범이나 절차를 만들어 상호 의존적 질서를 정립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일방주의는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거나 국제협력을 최소화하고, 자국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방식을 뜻한다. 일방주의는 단자주의 또는 패권주의로도 불린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유가 태풍 때문이듯,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이유는 미·중 패권전쟁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치 20세기 말 일본의 GDP가 미국의 70% 수준으로 추격해 오자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통해 일본의 경제적 도약을 막아 세웠듯이 말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GDP는 미국의 76.8% 수준에 달했고 이를 막기 위한 패권전쟁의 역사가 전개되고 있다. 20세기에는 패권국의 힘이 절대적이었지만 21세기 지금은 양국의 힘이 대등해진 듯하다. 미국이 중국을 단번에 제압하지도, 중국이 미국에 무릎을 꿇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 패권전쟁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세계는 지정학적 불안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미·중 패권전쟁이 전개될 4가지 양상 미·중 패권전쟁은 크게 4가지 방면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중국이 향후 수십 년을 어떠한 결에서 싸움을 진행하는지 양상을 이해하고, 이에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한다면 불확실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원 패권전쟁이다. 중국은 미·중 패권전쟁 장기화에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 자동차, 로봇, 국방 장비, 반도체 등과 같은 주요 산업의 소재를 장악해 나갔다. 채굴, 정제, 영구자석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희토류를 중국이 장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에 활용되는 비철금속들에 대해 중국이 독점적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 즉 미국으로서는 희토류뿐만 아니라 리튬, 알루미늄, 구리 등 비철금속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압박할 때 중국은 자원을 무기로 압박을 가했다. 2025년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대응하는 수단으로 희토류 공급 차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도 미·중 패권전쟁을 장기간 끌어가기 위해서는 자원을 확보해야 함을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를 전략물자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국내 유일한 희토류 생산기업인 MP머티리얼스에 지분 투자와 가격 보전 등 전략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MP머티리얼스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서 채굴·정제하고 텍사스 인디펜던스에서 네오디뮴 자석을 제조하고 있는데, GM 등 미국 제조업체들이 자국산 자석을 공급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과 희토류 공급망 확보 및 자립화를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둘째, 미·중 기술 패권전쟁은 시장에서 실감할 만큼이다. CES나 MWC와 같은 박람회 현장을 가보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전쟁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AI, 로봇, 전기차, 자율주행차, 반도체 등에 걸쳐서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따돌리려 질주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1위 R&D 지출 국가로, 2023년 R&D 지출액 9556억 달러를 기록했고, 세계 2위인 중국은 4770억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이 반도체 시장과 데이터센터 용량 등 측면에서 모두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추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즉 제2, 제3의 딥시크 사태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공 졸업생 수가 82만명인 데 반해 중국은 3570만명에 달한다. 또한 미국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인 기술인재들을 고려해 보면 미국이 기술 패권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확답을 내놓기 어려울 정도다. 그 밖에도 AI 논문 건수, 특허 출원·등록 건수도 중국의 성과가 미국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미·중 다툼이 첨예함을 확인케 해주는 사안이다. 셋째, 통화 패권전쟁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를 이용해 달러 발권력이라는 수혜를 누리고 있고, 중국은 이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빠른 속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위안화 비중은 0%였으나 2019년 4.3%, 2022년 7.0%, 2025년 8.6%로 꾸준히 상승했다.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무역 결제나 해외자산 투자 등의 관점에서도 위안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독자들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지만 달러-유로화-엔화에 이어 위안화는 이미 4대 기축통화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금융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CIPS(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도입했다. 중국의 CIPS는 미국 중심의 금융 네트워크인 SWIFT(국제결제통신협회)에 대응하고 있다. 2015년에 도입한 CIPS는 2025년 기준 참여 은행이 193개에 달하고, 연간 약 17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기 위한 디지털 화폐 전쟁도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를, 중국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수단으로 도입했다. 미국은 CBDC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중국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넷째, 에너지 패권전쟁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 차단을 무기로 고민하는 동안 미국은 원유 공급 차단을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개발사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 등을 통해 미국은 이미 원유 순수출국으로 거듭났다. 2026년 베네수엘라 사태와 이란 분쟁 역시 중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절대적인 원유를 조달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국제 유가 조절이나 원유 공급 통제력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에너지 패권전쟁은 앞서 언급한 다른 영역과도 맞물린다. 먼저, 통화 패권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오늘날 기축통화국이 된 배경을 한마디로 ‘페트로 달러(Petro Dollar)’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1970년대 금본위제가 붕괴한 이후 석유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사우디와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서 산유국들에 위안화로 결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기술 패권과도 연결된다. 왜냐하면 AI 패권을 가지려면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 하고,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데 절대적인 전력량은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 무질서가 뉴노멀이 되었다. 무질서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국방 및 안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안보 체계가 무너지면 경제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니 국내 무기체계 및 군사적 동맹을 강화해야 하겠다. 미국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ce)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꾸고 국방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에 ‘펜타곤 10배 규모’의 거대 군사도시를 짓고 있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지경학적 패권전쟁의 흐름은 단기간에 끝날 리 만무하다. 둘째, 외교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동맹국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과의 경제적 교류를 생각해 볼 때 안보와 경제를 분류한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보적으로 비동맹 국가들과는 외교적인 접근을 통해 경제 교류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셋째, 미·중 패권전쟁의 장기화에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방위산업에서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방위산업의 첨단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AI·모빌리티·ICT 관련 민간 산업들과 방위산업 간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공동연구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미·중 패권전쟁 과정에서 경제 제재나 반도체 등 공급 제재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질서가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들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관세는 시작 …세계는 자원·기술·통화로 싸운다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AI전쟁 …전기를 쥔 자, 세계를 지배한다

    세계 패권전쟁의 축은 이제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 즉 연산력이 되었다. 한때 말을 타고 영토전쟁을 했던 시절에는 기동력(Mobility Power)이 패권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었을 것이고, 함포로 무장한 함정을 이끌고 상륙을 시도했던 해상전쟁에서는 누가 압도적인 화력(Fire Power)을 가졌느냐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제 누가 AI(연산력)를 장악하느냐에 달렸고, 데이터센터가 패권을 장악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공급을 제한했고, 중국은 미국의 칩 규제에 맞서 자국산 AI 칩으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국산 GPU로 무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희토류 공급을 제한했고, 미국은 중국의 자원 통제에 맞서 호주, 캐나다 등 동맹국과 희토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각자 경쟁적으로 구축되는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산력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없이는 AI가 없고, 전기 없이는 인터넷도 없다.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겠지만,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두려울 정도다. 세계가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세계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에 세계 각국은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뒤늦게 지각하면서 전력공급 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사용량 네이버가 개관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매시간 약 162MW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 달간 약 116GW에 달하는 전력량이고, 인구 약 106만명이 거주하는 고양시 전체 가정이 쓴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보수적으로 계산한 전력 사용량이다. 전력 사용량은 전력 공급량의 60%에 불과하다. 즉, 전력 공급량은 그 이상이어야 하겠다.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전력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 전력이 공급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착수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규모나 운영 목적 등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된다. 소형 데이터센터는 큰 사무용 빌딩 정도의 전력 소비 규모인 1~5MW 수준이고, 중형 데이터센터는 중견 기업들이나 중소 도시가 사용하는 것으로 50~70MW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아마존, 구글, 메타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100M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고, 최근 500MW 이상의 초대형 시설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AI와 클라우드의 확산이 데이터센터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5년 82GW에서 2030년 220GW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경우 2025~2030년 동안 3.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과 인류의 환경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전개됨에 따라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지고,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AI 외 데이터센터(Non-AI workload)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전 산업에 걸쳐 AI 도입 경쟁이 가속함에 따라 AI 데이터센터(AI Workload)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알파벳,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Hiperscale Datacenter)를 운영하고, 추가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데이터센터가 사흘에 하나꼴로 생기고 있다. 2025년 11월 17일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1만1111개에 달한다(DataCenterMap). 미국(1위)에 4194개, 영국(2위)에 511개, 독일(3위)에 487개, 중국(4위)에 381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한국은 93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25년 약 383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652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통산업 주요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공사 중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완성되기도 전에 임차가 완료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선임대(Pre-lease) 비율이 약 89.1%에 달한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초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다 보니, 수전용량을 확보한 지역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되었다. 데이터센터 지역별 공사중 선임대 비율 주 : 각 숫자는 데이터센터 용량(Capacity)을 의미 세계 전력수요 전망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AI가 전 산업에 걸쳐 활용되고, 피지컬 AI로 구현되며,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력 소비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AI가 아니라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점차 대체하는 등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어 전력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시에,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도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 되고 있어, 산업현장이나 공공기관 및 가정 등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전기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945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4년 소비량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2024~2030년 동안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연평균 약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같은 기간 중 세계 전력수요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는 주요한 전력 수요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기술패권 전쟁이 진행 중이고,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범용서버(conventional servers)의 전력수요도 증가하겠지만, AI 기술도입 확산이 주도하는 가속서버(accelerated servers) 설치 용량 확대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국(지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전망 자료 : IEA(2025.4), Energy and AI. 주 : 각 숫자는 데이터센터 용량(Capacity)을 의미 흔들리지 않는 AI 생태계 구축 전략 거대한 전환기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부상하는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첫째, AI 생태계와 밸류체인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6~2030년 동안 26만 장의 GPU를 조달받게 될 예정이다. GPU는 부품일 뿐이지 완제품이 아니다. GPU 조달 계획과 함께, HBM 수급 계획을 착수하고, 그밖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과 전력 및 통신 인프라 점검 등에 이르기까지 로드맵을 짜야 한다. 물론, 그 로드맵 안에는 인력 수급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까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계획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하겠다. 둘째, 전력 수급 계획을 재구축해야 한다. 세계가 전력을 확보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념을 놓고 갈라선 정쟁을 멈춰서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는가? 정치적 프레임을 버리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풍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형 원자력발전(SMR)과 같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효율화하며, 분산형 전력망을 강화하는 사업에 정진해야 한다. 전력공급 능력은 이제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다. 셋째, 데이터센터, 원자력발전 및 전력망 구축 등의 글로벌 수요를 포착해야 한다. 한국형 AI 고속도로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신시장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중동 산유국들과 부상하는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의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플랜트, 원자력발전, 도시건설 수주실적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데이터센터 수주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점검하고, 한국이 특화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수출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AI전쟁 …전기를 쥔 자, 세계를 지배한다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확장재정 …그 달콤한 함정

    초콜릿 사 달라는 아이에게 초콜릿만 사줄 텐가? 마약에만, 술에만, 그리고 초콜릿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확장 재정에 중독되었다. 국민은 달콤한 초콜릿을 원하고, 더 많은 초콜릿을 줄 것을 약속한 정치인이 당선되고, 국민은 초콜릿에 이미 취하고, 초콜릿을 도저히 줄일 수가 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확장 재정과 유동성 공급에 빠진 세계 주요국들이 결과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주요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정위기에 처한 프랑스 2025년 8월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재정 상태가 큰 위기에 빠졌다."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2025년 116.2%에 이르렀고, 유럽연합(EU) 내 최고 수준에 이르는 재정 적자 수준이었던 만큼 부채 감축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확장 재정에 중독되어 있던 프랑스 국민은 이를 반대 했고, 야당은 정치적으로 이를 공격했다. 바이루 총리 내각은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불신임 투표로 사임했다. 담뱃불이 산불로 번지듯, 재정중독은 확장 재정의 악순환과 정치 불안으로도 번졌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이른바 긴축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음에도 의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니 재정 건전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도 철회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피치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이어 10월 17일 S&P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달러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미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표하는 것은 중간선거 승리뿐이다. 2026년 11월 3일을 겨냥한 정치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만든 기반이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 아니겠는가?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고, 부채한도(debt ceilling)를 상향했다. 즉 3억5000만 유권자들에게 확장 재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재정적자가 확대됐고, 정부의 순이자지출이 빠르게 늘어왔던 게 사실이다. 바이든 정권은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종식되었다고 평가한다. 2020~2024년 바이든 행정부 동안 41년 만에 초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이에 따라 실질임금이 급감했다. 2022~2024년 동안 미국 연준은 물가 안정을 목표로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경제주체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었으며, 자산시장이 붕괴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실질가처분소득이 감소했고, 자산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정권이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역이용할 것이다. 유동성을 쏟아부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재정을 투입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장려하여 미국 국채 매입을 유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많아진 유동성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자산가치 상승을 유인한다.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효과(debasement effect)를 가져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실질소득을 증대시켜 주고, 자산가치를 부풀려 올릴 것이다. 모두를 부자 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용도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다지만 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미국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달러는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막대한 부채와 유동성에 의존해 이뤄온 미국 경제가 신뢰도가 흔들리게 되면 감당하지 못할 후폭풍이 올 수 있다. 미국은 펜타닐 중독만큼이나 재정중독도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중국 부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중국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사실 중국 경제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이미 과도한 부채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광의의 정부부채로 손꼽히는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는 GDP 대비 53%에 이른다. 부채에 의존해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률을 만들어내다시피 했다면 이제 그럴만한 동력이 사라졌으니 성장 둔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중국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로봇, 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과 같은 유망 산업들로 구성된 신경제 측면에서 보면 세계 경제를 압도하고 있는 반면 인프라 건설 등을 비롯한 전통 산업들로 구성된 구경제는 추락하고 있다. 이미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어 디플레이션에 처했고, 3년 넘게 부동산 경기는 하락하고만 있다. 사실상의 기준금리라고 할 수 있는 LPR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경제가 말을 듣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모습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어떻게? 한국도 사실 예외가 아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줄곧 적자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구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예산안을 보아도 이미 적자재정을 계획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적자재정 기조를 운용하고 있다는 이면에는 재정건전성은 분명 악화하고 있음에 경각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고 있지 않은가? 불이 뜨거운지 손을 데어보아야 아는가? 이대로는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면 모두가 변화에 동참하여야 한다. 비록 모두가 당장 손해를 볼지라도 말이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국정 의제로 삼아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범국민적 의제여야 한다. 경제성장이나 소득재분배 등과 같은 중대한 과제들도 재정건전성을 살피는 범위에서 고민해야 한다. 내일을 고려하지 않는 오늘이어서는 안 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서는 안 된다. 재정 준칙을 마련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위기에 처한 프랑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중국, 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미국과 같은 주요국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도 더 이상 초콜릿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우유를 요구해야 한다. 지금 당장 즐거운 게 아니라 미래가 즐거워야 한다. 내일을 그림 그릴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도 바뀔 것이다. 초콜릿 준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소외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려내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제시하는 건전재정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확장재정 …그 달콤한 함정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0.9%냐 2.2%냐 …지경학적 리스크가 좌우할 내년 한국 경제

    리스크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다. 마치 농사짓는 사람이 홍수와 싸움해야 하고, 집을 짓는 사람이 지진을 이겨내야 하는 듯한 상황이다. 지경학적 분절화와 한국 경제 세계화(Globalization)의 시대가 가고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al Fragmentation)의 시대가 왔다. 지경학(Geoeconomics)은 경제적 수단, 즉 무역정책, 경제정책, 경제 제재 등을 사용하여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정학(Geopolitics)이 지리적 요인을 기반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달리 지경학은 경제를 '무기' 삼아 국가 간 '패권전쟁'을 벌이는 것을 뜻한다. 세계 경제가 뒤틀리고 있다. 먼저, 공간적으로는 잘 맞추어진 지구본 퍼즐이 흩어져 파편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이념을 뒤로하고 실리적으로 협력할 국가들과 연대하고 있다. 한편 시간의 이동을 고려했을 때 2025년과 2026년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모습이다. 시공간적으로 세계 경제는 분절화되고 있다. 필자가 <스테이블코인 전쟁 2026년 경제전망>을 통해 2026년 경제를 분절점(Point of Fragmentation)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2026년 한국 경제 전망 2026년 한국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하방 압력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지정학적 불안과 긴장감은 한국의 대외거래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의 정도에 따라 경제 여건이 달라질 것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나 미·중 패권전쟁이 격해질 수도 있다. 2026년 한국 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겠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고조될 것인지,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완화 혹은 해소될 것인지에 따라 다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립적인 전제를 담은 기준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26년 한국 경제는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 한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저성장했고 기저효과에 따른 부풀려진 숫자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고리에 던져진 듯하다. 2026년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관세전쟁과 미·중 패권전쟁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즉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26년까지 18% 수준을 유지하고, 한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1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건을 상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대중 수출에도 어려움이 있겠다. 더욱이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가 상승률은 점차 2% 이하로 내려오지만 여전히 물가 그 자체는 높게 오른 채 더 오르기만 한다. 2025년보다는 경제지표들이 다소 개선세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숫자와 현실은 상당한 괴리가 있을 것이다. 둘째, 낙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는 2026년 한국 경제가 2.2% 수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 한 해 대외 경제 여건을 억눌렀던 지정학적 리스크 다소 완화될 것을 가정했을 때다. 미·중 패권전쟁의 소재는 매우 장기적인 경제적 변수이겠지만 그 정도가 격화되거나 다소 완화되는 국면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5%로 하락하고 한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16%로 떨어지면 수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주요국들도 보호무역 조치를 다소 완화하고 세계 교역량이 증가할 것이다. 2025년부터 본격 시동을 걸었던 세계 주요국들의 확장 재정 및 유동성 확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자본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비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는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0.9%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로 상승하고 한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20%로 상승할 것으로 전제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제약된다. 한국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총수출 자체가 둔화하게 된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단행해도 경기 부양 효과가 채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다. 글로벌 교역환경은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취약하게 흔들릴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한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게 되고 내·외수 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 분절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026년은 순탄한 길이 아니다. 험난한 여정이다. 글로벌 경제는 파편화된 경제 체제로 바뀌고, 세계 교역체제는 자유무역주의에서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경제는 2020년 이전 수준의 중성장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으로 고착할 전망이다. 2026년 우리는 처음 경험해 보는 분절화된 세계 경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복잡한 국제 정세 변화에 유연한 대응책들을 갖추어야 한다. 안미경중은 사라졌다.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라니.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하다. 지정학적 긴장감과 경제학적 경쟁 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새로운 숙제가 던져졌다. 빼앗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 간에 치열한 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외교, 통상, 경제정책을 총동원하고, 기업-정부-전문가들의 지략을 모아야 한다. 다양한 대응 전략들을 갖춰야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베테랑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구를 준비해야만 제대로 상대할 수 있듯 말이다. 복잡한 숙제를 풀 공식은 간단할 수 없다. 실리적 외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념적으로 함께하는 동맹국들과 이해관계를 함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외교·안보적으로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되 경제적 파트너 관계는 별개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파트너십이 형성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므로 기술협력·수출입·공급망 구조 등을 재편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대응해야 한다. 저성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게을리함이 없어야 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이지만 AI 관련산업의 성장세는 25%에 달한다. 실제 엔비디아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끊임없이 관련 혹은 비관련 산업에 걸쳐 유망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지경학적 분절화’라는 큰 힘이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무역 제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수출 기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요소가 많아졌다. 앞만 보고 열심히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어떤 보호무역 조치를 새롭게 도입하는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0.9%냐 2.2%냐 …지경학적 리스크가 좌우할 내년 한국 경제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3%의 덫 …조각난 세계 경제

    세계 경제가 아슬아슬하다. 줄을 타고 건너고 있지만, 끊어질 듯 불안하다. IMF(국제통화기금)는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면서, “Tenuous Resilience Amid Persistent Uncertainty”라는 부제를 사용해 2025~2026년 동안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의 흐름이 불안하다고 표현했다. World Bank(세계은행)는 “Global Economy Faces Trade-Related Headwinds”라고 총평하면서, 세계 경제가 무역과 관련한 역풍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OECD는 “Tackling Uncertainty, Reviving Growth”라는 부제를 사용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과 씨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전쟁에 시동을 걸고, 세계 주요국에 미국 내 투자를 약속받았다. 2026년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을 위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브릭스(BRICs) 국가들끼리 연대를 강화하거나 공동 대응을 준비할 것이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멈춰서고,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전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스테이블코인 전쟁 2026년 경제전망』을 통해서 2026년 경제를 분절점(Point of Fragmentation)에 비유했다. 지구를 구성하는 퍼즐들이 산산이 조각나면서 흩어지는 듯하다. 지경학적 분절화는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경제주체들의 대응에도 복잡한 셈법이 필요해진다. ‘저성장 고착화’에 빠진 세계 경제, 국제기구들의 한목소리 IMF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2025년의 성장률 3.0%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으나, ‘도토리 키 재기’일 뿐 매우 더디고 미약한 경기 흐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거 10년 동안의 장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3.7% 수준이었음을 참작하면, 2022~2026년 ‘저성장 고착화’라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부정적으로 전개될 경우,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그 부작용으로 2021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 대란이 발생했고, 인플레이션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2022년 중반 세계 경제는 41년 만에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2024년 중반까지 강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라는 고강도 긴축의 시대에 놓였다. 세계 경제는 2022~2024년까지 고물가와 고금리의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았고, 2025년 들어 관세전쟁이라는 또 다른 하방 압력이 등장했다. 2026년 세계 각국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정책을 가동하지만 수출 및 설비투자 감소로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기구들이 공통적으로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갇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025년 세계 경제가 극단적인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압력에 놓였음에도, 2026년 뚜렷하게 반등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2.9%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포문을 연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2026년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OECD는 불확실성을 뚫고 항해(Steering through Uncertainty)를 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비관세 무역장벽을 확대하거나, 관세를 점차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격동에 빠져있다(The world economy today is running into turbulence).” 세계은행(World Bank)의 공식 진단이다. 세계은행은 2024년 2.8%, 2025년 2.3%에서 2026년 2.4%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경제가 유독 억눌려서이지, 2026년 세계 경제가 딱히 성장하는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고 있다. 2025년 대비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이 있음에도 2.4% 수준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그동안 쌓인 피로가 마치 만성 피로처럼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WTO(세계무역기구)는 “역사적으로 높은 관세와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 무역을 강타하고 있다(Historically high tariffs and trade policy uncertainty expected to hit world trade)”고 강조했다. 2021~2024년까지 2.8% 이상으로 세계 무역이 성장했다면, 2025년과 2026년 각각 2.2%, 2.4%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얼마나 확산하는지에 따라 국제 무역량은 추가로 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주요국들 세계 경제가 2025년 저성장의 늪에 빠져, 2026년에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별로 살펴보자. 미국은 2025~2026년 점차 성장둔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세정책의 부메랑으로 일부 유통·물류망이 구조 조정되고, 정부 효율화 정책의 영향으로 공무원 및 공공 일자리가 축소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유동성의 힘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은 만큼, 2026년 신규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고용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유로지역(Euro Zone)의 경우, 극심한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만날 것으로 전망한다. 2023~2024년 동안 2년 연속 제로성장을 지냈던 유로존은 2025~2026년 점차 회복할 것이지만 그 정도가 매우 미진할 것이다. 2025년 들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점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2026년에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짐에서 상당한 수준 벗어날 것이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힘겨운 여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구조적으로 중성장화가 전개되고 있다. 과거의 10%대 고성장기를 지나, 5%대 중성장기에 진입했고, 장기적으로 3%대를 향해 점차 성장이 둔화하는 국면인 것이다. 인구감소와 미·중 패권전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중국은 당분간 강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관련 산업 등의 구경제는 아무리 유동성을 주입해도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로봇, AI,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과 같은 신성장 산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경제는 세계 주요국들을 위협할 만큼 강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경학적 분절화의 시대, 대외 전략의 유연화 유연한 대외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의 관세전쟁을 비롯한 자국 우선주의적 대외정책들은 나머지 국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게 만든다. 이념으로 세계가 나뉘는 시대가 가고, 실리를 찾아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민첩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분절화라는 세계 경제구조의 거대한 변화에 유연한 대응 없이는 미래도 없다. 실용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파트너 국가들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만 편중되어 의존적인 대외거래는 분절화의 시대에 대응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수출입, 공급망, 기술 교류 등의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 국가들과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 이념을 배제하고, 각국의 자주적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의 외교가 필요하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북유럽 등의 여러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통신 및 에너지 인프라를 ODA 사업 등을 통해 전파하고, 기술 협력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협력 국가들로부터 광물자원을 조달 받거나, 방위산업이나 인프라 산업 등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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