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세계 패권전쟁의 축은 이제 컴퓨팅 파워(Computing Power), 즉 연산력이 되었다. 한때 말을 타고 영토전쟁을 했던 시절에는 기동력(Mobility Power)이 패권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었을 것이고, 함포로 무장한 함정을 이끌고 상륙을 시도했던 해상전쟁에서는 누가 압도적인 화력(Fire Power)을 가졌느냐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제 누가 AI(연산력)를 장악하느냐에 달렸고, 데이터센터가 패권을 장악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공급을 제한했고, 중국은 미국의 칩 규제에 맞서 자국산 AI 칩으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국산 GPU로 무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희토류 공급을 제한했고, 미국은 중국의 자원 통제에 맞서 호주, 캐나다 등 동맹국과 희토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각자 경쟁적으로 구축되는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산력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없이는 AI가 없고, 전기 없이는 인터넷도 없다.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겠지만,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두려울 정도다. 세계가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세계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에 세계 각국은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뒤늦게 지각하면서 전력공급 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사용량
네이버가 개관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매시간 약 162MW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 달간 약 116GW에 달하는 전력량이고, 인구 약 106만명이 거주하는 고양시 전체 가정이 쓴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보수적으로 계산한 전력 사용량이다. 전력 사용량은 전력 공급량의 60%에 불과하다. 즉, 전력 공급량은 그 이상이어야 하겠다.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전력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 전력이 공급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착수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규모나 운영 목적 등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된다. 소형 데이터센터는 큰 사무용 빌딩 정도의 전력 소비 규모인 1~5MW 수준이고, 중형 데이터센터는 중견 기업들이나 중소 도시가 사용하는 것으로 50~70MW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아마존, 구글, 메타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100M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고, 최근 500MW 이상의 초대형 시설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AI와 클라우드의 확산이 데이터센터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5년 82GW에서 2030년 220GW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경우 2025~2030년 동안 3.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과 인류의 환경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전개됨에 따라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지고,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AI 외 데이터센터(Non-AI workload)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전 산업에 걸쳐 AI 도입 경쟁이 가속함에 따라 AI 데이터센터(AI Workload)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알파벳,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Hiperscale Datacenter)를 운영하고, 추가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
데이터센터가 사흘에 하나꼴로 생기고 있다. 2025년 11월 17일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1만1111개에 달한다(DataCenterMap). 미국(1위)에 4194개, 영국(2위)에 511개, 독일(3위)에 487개, 중국(4위)에 381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한국은 93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25년 약 383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652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통산업 주요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공사 중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완성되기도 전에 임차가 완료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선임대(Pre-lease) 비율이 약 89.1%에 달한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초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다 보니, 수전용량을 확보한 지역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되었다.
데이터센터 지역별 공사중 선임대 비율
세계 전력수요 전망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AI가 전 산업에 걸쳐 활용되고, 피지컬 AI로 구현되며,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력 소비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AI가 아니라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점차 대체하는 등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어 전력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시에,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도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 되고 있어, 산업현장이나 공공기관 및 가정 등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전기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945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4년 소비량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2024~2030년 동안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연평균 약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같은 기간 중 세계 전력수요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는 주요한 전력 수요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기술패권 전쟁이 진행 중이고,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범용서버(conventional servers)의 전력수요도 증가하겠지만, AI 기술도입 확산이 주도하는 가속서버(accelerated servers) 설치 용량 확대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국(지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전망
주 : 각 숫자는 데이터센터 용량(Capacity)을 의미
흔들리지 않는 AI 생태계 구축 전략
거대한 전환기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부상하는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첫째, AI 생태계와 밸류체인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6~2030년 동안 26만 장의 GPU를 조달받게 될 예정이다. GPU는 부품일 뿐이지 완제품이 아니다. GPU 조달 계획과 함께, HBM 수급 계획을 착수하고, 그밖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과 전력 및 통신 인프라 점검 등에 이르기까지 로드맵을 짜야 한다. 물론, 그 로드맵 안에는 인력 수급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까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계획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하겠다.
둘째, 전력 수급 계획을 재구축해야 한다. 세계가 전력을 확보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념을 놓고 갈라선 정쟁을 멈춰서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는가? 정치적 프레임을 버리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풍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형 원자력발전(SMR)과 같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효율화하며, 분산형 전력망을 강화하는 사업에 정진해야 한다. 전력공급 능력은 이제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다.
셋째, 데이터센터, 원자력발전 및 전력망 구축 등의 글로벌 수요를 포착해야 한다. 한국형 AI 고속도로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신시장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중동 산유국들과 부상하는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의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플랜트, 원자력발전, 도시건설 수주실적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데이터센터 수주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점검하고, 한국이 특화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수출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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