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팬 룸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떠난 지 9개월…'팬 조의금' 두고 상속 갈등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 영화 ‘러브레터’로 사랑받은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세상을 떠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추모회에서 모아진 조의금을 둘러싸고 유족과 소속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주간문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향년 54세로 별세한 나카야마를 기리기 위해 올해 4월 도쿄국제포럼에서 ‘이별의 모임’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약 1만명의 팬이
박희원 기자 -
서초 프리뷰 민사사건 다시 늘어난 법원…처리 속도 소폭 개선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이 470만건을 넘어서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소송 건수가 2년 연속 반등한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도산·경매 사건이 늘어나면서 민사 분쟁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이 24일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민사사건은 총 470만9506건으로 전년(457만6462건)보다 2.
박용준 기자 -
주목 이 선수 '라팍' 점령한 홈런 타자 디아즈, 외인 첫 50홈런 새 역사 쓸까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르윈 디아즈가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라운드 위 땀과 열정을 쏟는 선수들의 이슈를 토대로 다양한 면을 살펴봅니다. '주목! 이 선수'는 인터뷰·기록·선수 인생 등을 활용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드디어 타자 친화 구장이라 불리는 라이온즈파크를 제대로 점령한 외인타자가 나타났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르
이건희 기자
추천 컷
아래 컷 기사 중 관심있는 내용을 클릭하시면 해당 컷의 기사만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Culture) 속 콘텐츠(Contents),
문화부 / 윤주혜 기자
코드(Code), 소통(Communication),
화합(Chord), 충돌(Clash) 등을
전해드립니다. -
전날 방송된 드라마,
디지털콘텐츠팀 / 최송희 기자
예능 등 방송 리뷰와 시청률 등
톺아보실 수 있습니다. -
독자와 한 팀이 돼, 돈과 금융의
금융부 / 이서영 기자
흐름을 쉽고 재밌게 짚어보는
재테크 탐험기 -
공간의 재구성과 재탄생,
건설부동산부 / 우주성 기자
그 이면을 상세히 소개해드립니다. -
패션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말하는
디지털콘텐츠팀 / 강민선 기자
'진짜 요즘 옷'의 정체를 묻는다. -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트위터
디지털콘텐츠팀 / 정세희 기자
등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 상황 등을
포착해드립니다. -
핫한 게임, 따끈한 게임
AI부 / 한영훈 기자
신작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
톱스타들의 행적을 명장면을
디지털콘텐츠팀 / 이건희 기자
통해 추억합니다.
인기 컷 기사
-
치통처럼 번지는 불안, 파도치는 감정…'어쩔수가없다'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미국에서는 해고를 '도끼질한다'고 표현한다죠. 한국에서는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너 모가지야'." 산업 고도화는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일자리'라는 토대를 불안정하게 흔들어왔다. 키오스크의 확산, 자동화, 인공지능의 진보는 우리에게 편의를 안기는 동시에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각인시킨다. 오늘의 안락함이 내일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그 두려움을 가장 일상적인 장면에서 끌어올린다.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 분)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아내 미리(손예진 분), 두 아이, 반려견과 함께한 일상은 충만했고, 이제는 '다 이루었다'는 만족감마저 느낄 무렵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날아든 해고 통보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목이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석 달 안에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1년 넘게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어렵게 마련한 집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그는 결국 경쟁자들을 제거해야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결심에 다다른다. 영화는 평범한 가장의 몰락을 치통처럼 스며드는 고통에 비유한다. 은근한 통증이 전신을 장악하듯 생계의 불안은 만수의 삶을 잠식하고, 관객은 그의 내면이 흔들리는 파동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된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초기작의 돌진하는 힘에 세련된 스타일리시함을 결합했다. 영화는 과격한 돌진과 역설의 리듬 위에서 기묘한 미장센을 빚어낸다. 특히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 같은 1980년대 대중가요가 작품 전반에 흐르며 키치한 무드와 결합한다. 불란서 주택과 브루탈리즘이 뒤엉킨 만수의 집, 분재로 채워진 온실, 기묘하게 배치된 공간들은 음악과 맞물려 우스꽝스럽고도 구슬프며 기괴한 풍경을 빚어낸다. 미술과 음악, 인물들의 행동이 얽히며 영화는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형상화된다. 박찬욱·이경미·이자혜가 함께 구축한 시니컬한 태도는 이 비극을 한 걸음 물러서 관조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관객은 인물 어디에나 감정을 안착시키며 따라가게 된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고통과 리듬을 생생하게 밀어붙인다. 이병헌은 만수가 느끼는 초조와 불안, 내면의 붕괴를 밀도 있게 끌어내며 관객을 파도처럼 몰아친다.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미리를 연기하며 파도의 흔적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남겨지는 깊은 여운을 끌어올린다. 두 배우의 교차는 영화 전체의 정조(情調)를 지배하는 파도와 썰물의 리듬을 완성한다. 박희순, 차승원, 염혜란, 이성민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이성민은 기존의 얼굴을 완전히 지우고 지질하면서도 연약한 속살을 드러내며 씁쓸한 인상을 남긴다. 염혜란 또한 전작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박희순, 차승원은 단단하게 이야기의 주축으로서 중심을 잡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영화 속 중년 남성들은 단순히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으로만 비춰지지 않는다. 지질함과 착각, 시대착오적 태도가 드러나며 블랙코미디의 풍경을 만든다. 현실적인 아내들의 모습은 가부장제의 허상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남성들의 지질한 착각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곧바로 씁쓸한 자기 고백처럼 되돌아온다. 만수가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도 그들과 묘한 공감을 나누는 순간은 비극적이다. 직업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 소외라는 공통의 경험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게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처절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계는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올드보이'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과 오랜 호흡을 맞춰온 류성희 미술감독은 '불란서 주택' 양식에 브루탈리즘을 결합한 만수의 집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했다. 온실과 정원, 분재는 그가 붙들고 싶은 삶의 풍경을 상징한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소재와 색채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직조했고, 송종희 분장감독은 실직 전후 인물들의 미묘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로 BAFTA 촬영·조명상을 수상한 김우형 촬영감독은 긴장과 유머가 교차하는 영상을 완성했다. 음악은 조영욱 감독이 맡았다.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악은 긴장과 해학을 오가며 극을 밀도 있게 채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어쩔 수가 없다'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뉴욕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으로 세계를 매혹시킨 박찬욱은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궤적을 그려낸다. 이 영화는 무너지는 영화계를 향한 은유이자 세대 교체의 흐름,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풍자로도 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편적 불안에 대한 공명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작은 불안들은 연쇄적으로 이어져 거대한 파도로 밀려온다. 영화는 그 파동을 블랙코미디의 리듬으로 빚어내며 웃음 속에 씁쓸한 자화상을 담아낸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39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송희 기자 -
또 터진 표절 논란…김광석 명곡 닮은 日 밴드 신곡에 '시끌'
슈퍼등산부 '산보' 라이브 영상 일본 인디 밴드 ‘슈퍼등산부(スーパ-登山部)’의 신곡이 고(故) 김광석의 대표곡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공개된 슈퍼등산부의 신곡 ‘산보(山步)’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김광석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냐”, “한국인도 일본인도 모두 유사성 느낄 것 같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994년 김광석 4집에 실린 곡으로 드라마 OST로 쓰이고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할 만큼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논란이 커지자 슈퍼등산부 측은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표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 댓글을 통해 한국어로 “댓글을 보고 처음 들어봤는데 일부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점에 놀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유명한 곡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산속을 걷는 이미지를 담아 작곡한 멜로디가 겹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유사한 곡을 발표한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지적을 계기로 한국의 명곡을 알게 됐다. 음악에는 국경을 넘어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음을 다시 느꼈다. 김광석님의 곡에 존경심을 새기며 앞으로 더 신중히 작업하겠다”고 전했다.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상당수는 “유명한 명곡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리메이크라 해도 믿을 만큼 똑같다”며 표절이라고 의심했다. 반면 일부는 “비슷하긴 하지만 이렇게 한국어로 해명한 건 성의 있어 보인다”, “의도적 표절이라기보다는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이제 한국 음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는 긍정적 해석도 있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국 음악을 연상케 하는 신곡 사례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한 보이그룹은 에스파의 ‘위플래시’를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와 안무로 논란을 빚었고 과거에도 싸이와 자이언티의 곡과 유사한 일본 음악이 등장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저작권은 국제 조약을 통해 보호되기 때문에 민·형사상 대응이나 조정 신청도 가능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박희원 기자 -
佛 현대미술 거장 로랑 그라소 "작품 앞에 선 관객들, 각성된 꿈처럼 몽상에 빠지길"
로랑 그라소 낯섦과 아름다움.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 거장 로랑 그라소의 작품 앞에서는 몽상가가 된다. 여백과 신비, 이상함과 아름다움, 친숙함과 미스터리, 기억과 시간이 충돌하며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몰입의 시간을 선사한다. 로랑 그라소에게 경계란 고정된 선이 아니다. 진동하고 균형을 이루는 유동적인 그의 작품 세계는 자연, 기술, 인간 등이 서로 뒤섞이는 다양한 가능성에 문을 연 '열린 세계'다. 그의 세계에서 관객은 호기심을 가득 품은 몽상가로 다시 태어난다. 2008년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2015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기사장)' 수훈을 비롯해 파리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도쿄 에르메스 재단, 전남도립미술관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전시 전경 올해는 한국 관객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달 초에는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에 참여해 DDP의 거대한 외벽을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스의 눈 100개로 채워, 관객들과 소통했다. 대전에서는 복합 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에서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을 내년 2월 22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에는 '오키드 섬(Orchid Island)', '과거에 대한 고찰(Studies into the Past)’ 등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로랑 그라소는 서면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말했다. 로랑 그라소 ▷작업을 통해 어떤 질문이나 감정을 유도하고자 하나. “관객으로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순간은 기존의 감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과 마주할 때예요. 제 작업은 겹겹이 쌓인 층으로 구성되죠. 처음에는 익숙한 형상이나 질감이 우리의 기억이나 감각과 맞닿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다른 신호들이 드러나고 더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되죠. 저는 관객이 작품을 보고 이게 어떤 건지 바로 알지 않기를 바라요. 작품이 일정한 여백과 신비를 간직한 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머무르게 하길 원해요. 겉으로는 단순하고 명확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이거나 생태적, 사회적 질문들이 녹아 있으며, 저는 이를 직접적이지 않고 시적인 언어와 감각적 세계를 통해 전달하고자 해요.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지적이며 동시에 감각적인 흥분 상태, 그리고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몰입의 순간이에요. 관객이 작품 앞에서 각성된 꿈처럼 몽상에 빠지기를 바라요. 이러한 잠정적인 이탈의 경험은 일상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인식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죠.” Orchid Island 스틸 ▷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수탈 기관 중 한 곳인 헤레디움에서 작품을 전시하면서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저는 전시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입장이죠. 각 작품은 하나의 요소로 기능하며,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이 공간 전반을 구성해요. 이때 장소는 하나의 ‘존재’이자 ‘인물’로 작용해요. 헤레디움 건물은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맥락을 품고 있죠. 식민지 시기의 상처를 간직한 이 장소는 제가 지속적으로 테마로 해온 ‘기억과 변화’, ‘과거와 현재’의 긴장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에요. 영상 작품 ‘인공물(ARTIFICIALIS)’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늘날의 세계를 비춰요. '오키드 섬(Orchid Island)' 역시 식민성과 침략의 위협을 상징하는 장소죠. 이러한 공명은 한국의 역사와도 겹치며, 이번 전시 공간과 깊이 있게 대화해요.” ▷자연·인간, 인간·기술 사이의 경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오늘날 전통적인 범주가 사라지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계가 서로 뒤섞인 세계에 살고 있으며, 시간조차도 새로운 방식으로 흐르고 있죠. 제 작업은 이러한 흐름을 예견하고, 그 변화의 결을 동반해 온 과정이기도 해요. 산업화 시대에 설정되었던 경계들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인간은 이제 기술의 지속적인 영향 속에서 비인간 존재들과의 관계 또한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요. 식물과 동물, 자연은 더 이상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 하나의 파트너로 여겨져야 해요.” Artificialis ▷첨단 기술의 발전이 예술과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여전히 초현실적·신화적 상상력을 붙잡아야 하나. “예술가는 언제나 자신의 시대에 주어진 도구를 활용해왔죠. 오늘날의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시키고,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문서를 분석하거나 리서치용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작업의 여러 측면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그러나 AI는 ‘창조’가 아닌 ‘재조합’의 도구예요.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기에 창의성 그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창작에는 여전히 고통과 불확실성, 자기 탐색이라는 본질적 과정이 필요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초현실주의의 은유가 창작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조합해, 낯설고 기묘한 감각을 생성하는 것. 프로이트가 말한 ‘두려운 낯설음(Unheimlich)’처럼,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감정이 충돌할 때 창작의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믿어요. 저는 이러한 감정과 감각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감성의 새로운 문을 열고자 해요.” ▷ 시간이란 무엇인가. "늘 시간을 조작하고 비틀어보려 노력해요. 제 작품들은 늘 시간을 중심으로 해요.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이라는 네온 작품은 기억과 시간의 복잡한 교차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었고, 한동안 리움미술관의 외벽에 전시되었죠. ‘과거에 대한 고찰(Studies into the Past)’ 시리즈는 역사적 배경과 제 영화 속 현상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간여행을 보여주고 있고요. 서로 다른 시간대가 충돌하는 공간처럼 보이죠.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특정 시대로 한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지 않아요. 지금 이 시대도 충분히 매력적이죠. 물론, 그 어떠한 시대라도 갈 수만 있다면 다 흥미롭고 재미있을 테지만요." 로랑 그라소 Studies into the Past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 전시 전경 [사진=헤레디움
윤주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