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입지가 대전 대덕일대로 확정되자, 유치를 바랐던 영.호남 지방자치단체가 들끓었다. 해당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총선 때 두고보자”는 냉소 섞인 비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지역 갈등과 국론분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정부 들어서만도 행정수도 건설 수정논란을 시작으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동, 주요 공기업의 본사 지방 이전 등을 두고 지자체와 마찰이 극심했다.
문제는 사전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나 사업성 검토 없이 표를 의식해 공약을 남발한 정부에 있다. 공약을 남발했으면 그만큼 무너진 국민적 신뢰에 대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고자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할 땐 사업 타당성이라든가 경제성이라든가 전문가의 의견을 모두 검토해 공약을 하는 건 아니다”고 못박았다. 17대 대선 당시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한 영남권의 절대적 지지와 과학벨트 공약으로 사로잡은 충청권 표심을 무시하는 듯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자체나, 중앙정부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나 공약을 할 땐 좀 더 신중해야한다”고 충고까지 했다. 자신이 헛공약으로 당선되고 나서 지자체의 반발에 대해 ‘신중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사업타당성을 고려해 확정했다면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여권의 지지 텃밭인 영남권 민심을 잡기 위해 LH본사를 경남 진주로 ‘몰아주기’하는가 하면, 과학벨트는 거점과 기능지구를 나눠 영.호남에 분산배치하려고 하고 있다. ‘효율성’에 맞는 일인지를 따져야 할 대목이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반성하고 성난 민심을 진정으로 달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SOC)공약이 부메랑이 돼 다음 선거에서 여권 심판론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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