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파는 사람들 : 소믈리에①] AI로 대체 불가한 감정 교류... 한국 최초 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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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서 인턴기자
입력 2020-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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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믈리에, 더이상 감별사 아닌 경험을 파는 서비스직

  • AI가 대체할 수 없는 미래 직업 소믈리에

◈ 소비의 트렌드가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유의 종말’ 저자이자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0년 전,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그가 말한 접속은 김난도 교수(서울대)가 정리한 올해 소비 트렌드 ‘스트리밍 라이프’에 가까운데 소비자가 소유보다 다양한 경험을 얻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지난 2016년 아마존 소믈리에 서비스가 시작됐다.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찾고 구매하기 편리하게 이뤄져있다. 하지만 기자는 소믈리에가 제공하는 경험의 영역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반문한다.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를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직이라 정의한다. 이전보다도 더 섬세한 맞춤 서비스를 원하는 사회에서 소믈리에는 고객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판매한다. 소믈리에 영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경험을 파는 소믈리에,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다.

 

[사진=김경문 소믈리에 제공]

◇ 다채로운 표현력을 가진 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

1969년 첫 시험 이후 현재까지 마스터 소믈리에는 전 세계 260명이 되지 않는다. 그 중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MS) 김경문(37)씨를 만났다. MS는 세계 와인의 최고 전문가로 이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인트로덕토리(Introductory) 소믈리에부터 시작하는 세 단계의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김씨는 뉴욕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CIA)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뉴욕 정식당, 더모던 등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소믈리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요리의 맛과 향에 대한 경험이 와인 소믈리에로서의 다채로운 표현력을 향상시켜 줬습니다.”

In Vini Veritas(진실은 와인에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와인 한 잔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와인은 역사, 지리, 기후, 토양, 과학의 완전체로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김씨가 와인을 접하기 전 CIA에서 받은 요리 특수 교육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현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김씨는 와인이 여러 주제의 대화를 여는 창이며 특히 소믈리에는 많은 사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미스테리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믈리에 존재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을 대하는 환대(hospitality)에서 비롯된다"며 "와인에 대한 정보는 인간을 AI가 앞설 수 있지만 고객과 감정을 교류하는 일은 양과 질을 따질 수 없기에 사람이 소믈리에로서 맡는 고유한 영역"이라고 사람이 갖는 강점을 설명했다. 김씨는 소믈리에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직이라 정의한다. 와인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한 손으로 박수치는 격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열정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지식이 고객을 대할 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에 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믈리에로서 가장 인상 깊은 기억도 고객과 함께한 순간이다. 그가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고객이 주문한 샴페인 코르크가 잘 열리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코르크를 감싸는 케이지를 제거하려는 순간 코르크가 하늘로 솟아올라 천장에 꽂혀버렸다. 당시 등골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지만 고객이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셔서 가벼운 농담으로 넘긴 적이 있다고 한다.

김씨는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뉴욕 정식당을 오픈할 당시 한식에 맞는 와인을 찾아 약 1,000가지 와인 리스트를 구성했다. 그런데 식당을 찾은 외국인 손님의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한국 음료는 어떤 것이 있는가?’란 질문에 김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한식을 기반으로 한 음식이니 한국 술을 찾는 게 단순한 논리였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전세계에 한국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뉴욕에는 정식당, 아토믹스(Atomix), 꽃(Cote), 제주누들바(Jeju noodle bar)와 같이 미슐랭에 오르는 한식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식문화는 음식에 음료가 곁들어질 때 완전체가 된다고 생각하는 김씨는 2020년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다.

“2020년은 저에게 특별한 해입니다. 뉴욕에 우리 한국의 우리 술 소개 프로젝트를 런칭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9년 2주간 대한민국 전역을 돌며 김경문 소믈리에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술을 선정했다. 김씨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의 술이 저렴한 초록병 소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국적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소개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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