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의 접점 찾기가 결국 불발됐다. 양측은 의사들의 2차 총파업을 앞두고 대화를 나눴지만 이견만 재확인한 꼴이 됐다.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등이 만나 최근 현안을 논의했다.
이들의 대화는 1시간 10분 남짓 만에 결론 없이 끝났다. 이날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책의 전면 백지화 혹은 재논의를 고수했고, 정부는 원안 수정이 아닌 ‘유보’만 할 수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의협은 공식적인 ‘재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한 정부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방상혁 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총리님께 감사하지만 결국 이번 면담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총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의료진 덕분이라고 말했던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논의 없이 추진했다. 이걸 지적하는 것”이라면서 “코로나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더욱 사기를 갖고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오히려 의료인 등에 칼을 꽂고 있다”고 비판했다.
면담이 끝난 후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른 시일 안에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마음이 통한 것 같다.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의료계 집단행동 여부와 관련해선 즉답을 하지 못했다.
정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행하면 환자는 두려워하고 국민은 불안해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의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문제는 협상 결렬로 인해 대형병원의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병원들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휴진만으로도 부담이 크다.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 측에서는 외래 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을 줄이며 한정된 인원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벌써부터 곳곳에선 의료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에서 내과 중환자실로 올라가는 환자들은 받기 어렵다는 내부 공지를 보낸 상황이다. 세브란스 측은 정기적인 중환자실 관리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휴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성모병원은 선별진료소 운영을 축소했다. 유증상자나 입원 예정자 등에 대해선 지장 없이 검사를 진행하지만, 무증상자에 대해선 코로나19 검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전공의 선배들인 전임의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소속 전임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다만 선별진료소와 응급실, 중환자실 같은 필수부문의 인력은 현장에 남는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에서도 일부 전임의들이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의 휴진으로 생긴 공백을 전임의들과 교수들을 통해 막아왔는데, 대체인력의 한 축이 같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한 전임의는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강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정책에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들이) 병원 밖으로 나온 것이다. 무작정 철회보다는 재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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