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요원한 상황에서 감염 예방만이 최선이라는 걱정도 백신 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독자적으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격적, 공급량 측면에서 불리한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러시아 10월 대규모 접종...상용화 목전 미국·영국 '당황'
지난 1일(현지시간) 인터팍스통신 등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의 말을 인용해 모스크바 소재 국영 가마레야 연구소가 10월 중 자국 의사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백신 접종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러시아가 개발 중인 백신이 이달 중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보안 당국은 지난달 러시아 해커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정보를 탈취해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 안드레아 켈린은 해당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은 자국 제약사인 칸시노, 시노팜, 시노백 3곳을 통해 임상 3상을 진행하며 개발 속도를 과시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시노팜이다. 시노팜은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백신을 연말에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칸시노는 최근 18~83세 성인 시험군 508명을 대상으로 한 백신 2차 임상에서 실험자 전원 항체 형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의학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미국과 영국은 앞다퉈 긍정적인 임상 결과와 백신 대량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보건 전문가들을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 백신에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앤서니 포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백신 투여 전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길 바란다"고 안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백신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들에 의존해야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국은 정부 지원금 10억 달러를 받은 제약사 모더나가 상용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더나는 내년부터 연 5억회 투여분에서 최대 10억회 투여분까지 백신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은 50~60달러로 관측되고 있다. 1인당 2회분 투약을 전제로 산정한 가격대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도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총 20억회 분량의 백신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가격은 8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의 가격은 8~60달러로, 전 세계 인구에 필요한 백신 1회 접종 물량을 단순 계산하면 632억(약 75조)~4680억 달러(약 558조원)에 달한다.
◆빌게이츠가 지목한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 한국...현실은?
빌게이츠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 국가라고 호평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 360만 달러의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빌게이츠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은 아직 전임상(동물임상) 단계로, 향후 연구 결과를 신중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예방 백신 관련 임상에 진입한 곳은 제넥신(임상 1상)과 메디톡스(임상 1상)가 있다. 임상 1상은 임상 1~3상 중 가장 초기 단계로 상용화까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될 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백신 확보 경쟁에 대비해 이미 13억~15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백신 계약도 맺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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