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방한 그후] ①​‘中 지지요청 부담’ 시진핑 연내 방한·경제협력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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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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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시진핑 연내 방한' 삭제…코로나19 안정화 조건으로

  • "연내 방한 무산 가능성 '中 지지요청' 韓 입장 보겠다는 것"

  • "'RCEP·일대일로' 협력 中 지지 속내 담겨…경제협력도 부담"

미·중 갈등 속 중국의 지지 요청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외교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추진 등 양국 경제협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외교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방한이 한·중 관계 개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오히려 중국이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을 중국의 우군으로 강조하면서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줄타기 외교’ 불안감이 확대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23일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방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지나친 집착이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習 방한, ‘코로나19 안정’ 조건 내걸고 ‘연내’ 방침 삭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 위원은 전날 부산에서 가진 회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 성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양측이 이전부터 강조해왔던 ‘연내 방한’ 언급은 없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올해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발표한 회담 결과문에서 ‘연내 방한’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양 위원이 서 실장에게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말했지만, 중국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양국의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은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코로나19 상황 안정’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최근 국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만큼, 방역 상황을 보고 방한 시기를 구체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외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입장, 11월 미국 대선 결과 등이 시 주석의 방한 시기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양 위원이 이번 방한에서 미·중 갈등 상황에서의 중국 입장을 전달한 것은 한국에 중국 지지를 요청한 것과 다름없고, 이에 따른 한국의 입장을 지켜본 뒤 시 주석의 방한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특히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지지 요청이 한층 심화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 추진이 오히려 한국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중국은 시진핑 방한을 계기로 한국을 ‘중국 지지국’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꼭 이 시기에 시진핑 방한을 추진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효과가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중 경제협력도 부담···RCEP·일대일로 ‘中 지지’ 강요 담겨
한·중 경제협력 강화 구상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양국 경제협력 확대는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난 극복에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중 경제협력 이면에는 미·중 갈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중국의 우군 확보 속내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한·중 간 경제협력 강화가 한국이 미·중 갈등 속 중국의 편에 서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실제 서 실장과 양 위원이 이번 회담에서 협의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서명과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연계 협력 시범사업 발굴 등은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 주도의 사업이다.

시 주석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는 미주 대륙을 제외한 중국 주도의 국제 경제 협력 구상이다. 겉으로 보기엔 양국의 정책과 사업을 연결해 공동 시너지 효과를 얻자는 취지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세계 각국에 인프라 건설비용 등 돈을 빌려주면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석, 경계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RCEP 또한 미국이 경계하는 경제구상 중 하나다. RCEP는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FTA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의 32%(27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한국, 중국,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 협정 타결 서명이 이뤄지면 미국, 유럽연합(EU)에 맞서는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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