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끌' 주식에 '빚투'…신용대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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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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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새 7조7000억원…1~5월 증가량보다 많아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계 신용대출 증가세가 범상치 않다. 신용대출로 조달된 자금은 상당 부분 부동산·주식시장으로 급격히 쏟아져 들어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 규제로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관련 자금을 조달한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이나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는 가계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모든 금융권에서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지난 6월 3조7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7조7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이는 올해 1~5월 증가 규모인 7조3000억원보다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이달까지 3개월 연속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달 부동산 담보대출의 금리가 2% 초중반 수준이나 1~2등급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1.75% 수준이다.

이에 일선 금융사에서는 담보를 마련해야하는 부동산 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해진 덕에 수많은 금융고객들이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권에서는 8월 중순까지 2조원 이상의 신용대출이 집행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은 기간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달에도 4조원 안팎의 기록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용대출로 조달된 자금 상당수는 부동산·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상당액이 아파트 거래 매매대금, 수도권 아파트 분양 계약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 많았기에 주택 원매자들이 신용대출에 눈을 돌렸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이 늘어 어느 정도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 같다"며 "그 외에도 신용대출 금리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떨어지다 보니 일단 대출을 받고 생각하자는 식의 대출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대출한 자금(신용공여액)은 2분기 말 기준 29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7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빌리는 돈의 규모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등 비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6월 5조2759억원, 지난달 3조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달 만에 9조원 넘는 가계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됐다는 의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변동성이 큰 장세 탓에 이른바 빚투 고객도 상당히 늘었다"며 "저금리 상황이라 별다른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어 리스크가 있더라도 한 방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저금리 신용대출로 조달한 자금으로 무턱대고 투자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안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택 매매나 주식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사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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