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사무실로 출근하던 직원들은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아직 재택근무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곱씹기도 전에 업무공간은 바뀌고 있다. 끈질긴 전염병의 생존력은 이 변화를 가속화한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는 공간 기획 전문기업 엔스파이어와 손잡고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執務室)’을 최근 오픈했다. 일하는 공간의 변화를 고민하던 차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새로운 시도에 최적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섰다. 엔스파이어와의 합병을 결정하고,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
이 공간은 개별 책상 단위로 개인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개방형 공간인 ‘네스트’부터 칸막이로 구분돼 있는 ‘하이브’, ‘케이브’를 통해 독립적인 업무 공간을 사용한다. 공유 라운지에는 음료와 과자가 준비돼 있고, 미팅을 위한 회의실도 마련돼 있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이 모두 같은 장소에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일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로켓펀치는 2015년부터 전 직원이 사무실 없이 원격으로 일해왔는데, 그동안의 노하우를 도입해 새로운 업무 공간을 만들었다”며 “공유오피스는 중심업무지구 수요를 커버하고 팀 단위 공간을 만들지만, 우리는 집 근처에서 출발해 개인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스터디카페나 카페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집무실에서 일하게 도와주고, 이를 활용할 기업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시간 만에 합병 결단, 10일 만에 집무실 완성
로켓펀치는 집무실 프로젝트를 위해 엔스파이어와 합병했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와 김성민 엔스파이어 대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라는 인연도 중요했지만, 결정적으로 두 회사의 방향성이 맞았다. 로켓펀치는 온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엔스파이어는 2018년부터 ‘집무실(레드하우스)’ 프로젝트를 가다듬고 있었다. 두 업체는 서로의 방향성을 공유한 뒤, 3시간 만에 합병을 결정했다.
조 대표는 “엔스파이어는 공간 기획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고, 로켓펀치는 집과 사무실 사이의 공간을 고민해 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직원들이 필요한 업무 공간을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시너지를 확인했고, 다른 형태가 아닌 합병을 결정했다”며 “집무실 공간은 R&D 측면에서 접근한다.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오픈된 상태로 워크 모듈을 사용한 덕분에 지점 당 10일이면 출점이 가능하다. 워크 모듈은 분해할 수 있어 10% 내외의 공실 관리 기능도 있다. 몇 달씩 걸리는 전통적 개발방식으로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 빨리 출점하고, 공간은 유연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집무실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로켓펀치는 2013년 스타트업 채용 사이트에서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를 지향하면서 기업이 아닌 개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 제공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개인이 프로필과 경력, 그동안 수행했던 프로젝트 등을 올리면 해당 직군의 사람들이 정보를 확인하면서 교류하는 형태다. 기업이 채용정보를 입력하면 지원자가 확인하는 기존 형태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이 작은 차이는 연간 30만~40만명을 기록하던 창업 초기 트래픽을 현재 360만~37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조 대표는 기업 중심 채용 정보 플랫폼을 “공채시대 메타포”라고 규정한다. 이제 혁신 기업은 수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관계를 맺고 채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과거 채용 정보와 상위 10% 인물에 대한 정보는 몇 만명이 볼 수 있지만, 로켓펀치는 10명이 보는 프로필을 1000개씩 만들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공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집무실은 온라인에서 교유하던 공간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사무공간을 제공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것이 향후 로켓펀치의 성장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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