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등에 업은 20조원 투자 초대형 반도체 사업 '좌초'
후베이성 우한시 HSMC가 지난달 27일 전 직원에 갑작스레 퇴사 통보를 내렸다고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HSMC 측에선 향후 생산 재가동 계획이 없다며 다음날인 28일 오후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5일까지 퇴사 수속을 마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실상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직원들은 회사가 그동안 정상대로 생산 가동을 준비 중이었다며 (퇴사 통보는) 너무 갑작스러워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지방정부 지원 아래 2017년 11월 탄생한 HSMC는 14·7나노미터(㎚)급 미세공정과 웨이퍼 패키징 기술력 기반의 반도체 위탁 생산라인 구축에 주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양산에 돌입하면 연간 생산액 600억 위안으로, 직·간접적으로 5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본격적으로 외치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투구하기 시작할 때였다. HSMC는 2018, 2019년 2년 연속 후베이성 정부 중점투자 프로젝트에 포함돼 최소 80억 위안 자금 지원도 받았다.
지난해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 건설계획에 따르면 HSMC 투자 규모만 1280억 위안(약 22조원)이다. 이는 중국 전국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 중 최대 투자액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게다가 2019년엔 글로벌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장상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거물로 잘 알려진 인물로, 당시 반도체 업계에 화제가 됐을 정도다.
그해 말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ASML로부터 첨단 노광기도 도입하며 중국 내 유일하게 7㎚급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췄다고 선전했다. 이로써 HSMC는 중국 반도체 선두주자로 명성을 떨치는 듯보였다.
◆ "100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사기극" 전말
하지만 이후 공사대금 체불, 계좌 동결 등 HSMC를 둘러싼 잡음이 잇달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HSMC의 설립이 사실상 '1000억 위안 규모 반도체 사기극이었다는 게 중국 현지 언론들이 내린 평가다.
자금난에 처한 HSMC는 부랴부랴 ASML로부터 매입한 노광기를 우한농촌상업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5억8000만 위안의 자금을 빌렸다. 이를 두고 차이신은 "은행에 압류된 이 노광기가 첨단 장비가 아닌, 이미 수년 전 나온 구식장비였다”고 꼬집었다.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HSMC 대주주인 '베이징광량란투'라는 기업은 실체가 없는 자본금 '제로(0)'의 페이퍼컴퍼니였고,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차오산 등은 반도체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반도체 업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HSMC CEO에서 물러난 장상이는 대만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HSMC에서의 기억은 악몽"이라고 회상했을 정도다.
결국 지난해 7월 HSMC 투자자였던 우한시 둥시후구(東西湖區) 정부는 HSMC 반도체 프로젝트가 비교적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며 자금줄이 끊겨 사업이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10월 결국 HSMC는 우한시 정부 관할로 넘어갔다.
그리고나서 반 년 만에 결국 문을 닫으며 20조원 투자 규모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HSMC의 실패는 반도체 자급자족을 향한 중국의 야망이 좌절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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