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정책 현주소
탈북자 국내 입국자 수가 1만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북한이탈주민 정책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전환노력과 이탈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1일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1962년 귀순자에게 국가유공자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최초 지원한 이래, 1990년대 들어서 귀순자를 ‘국가유공자’에서 생활능력이 결여된 ‘생활보호대상자’로 전환하며 지원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1997년부터는 기존의 ‘귀순’ 개념을 ‘북한이탈’로 대체하며 자립·자활능력 배양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높은 벽을 토로하는 탈북자들이 많아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가 수도권과 대전, 부산지역 탈북자 25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의 58.4%가 자신을 남한이 아닌 북한 사람으로 여기는 반면 남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미녀 새조위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 상호인식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남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하는 통일 예행연습을 착실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핵이나 로켓발사 등 북한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탈주민에게도 투영돼 부정적 인식이 생긴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남북한 구조상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한국 사회에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07년 이후 정착지원제도가 개편되면서 정부는 기본금을 1인 세대 기준 60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 등과 관련한 장려금 등 최대 2140만원까지 늘려 정착금 및 정착훈련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을 고려한 육아지원문제나 학력수준향상 체계 등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15631명의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입국비율은 2002년을 기점으로 남성을 추월해 지난해에는 약 78%인 9950명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10명 중 8명은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현실감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박정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성들은 인신매매 등으로 불법결혼상태에서 중국 등에서 장기체류하다가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서 경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단독입국하거나 모자가정상태인 경우 자녀양육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47%를 차지하는 7342명의 무직인원을 취업이나 학업 등을 통해 생활인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과제다.
박 선임연구원은 “취업장려금은 4대보험이 가능한 기업에 취직했을 때 효력을 볼 수 있어 무조건 만들어놓고 본 정책”이라며 “4,50대의 중·고령층의 경우에도 직업훈련을 받고 장려금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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