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대북강경발언...남북관계 악화우려

유럽 3개국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핵무장’ 발언으로 남북관계 악화 우려가 쏟아지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유럽 뉴스전문채널 '유로뉴스(Euro New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대부분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세간에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물론 전문가들도 우려를 쏟아내는 상태다.

참여정부 외교장관 출신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고, 통일부 장관을 지낸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무역도 하지 말라는 식의 남북 교류협력 폐기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남북관계를 좀처럼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한 형국으로 만들어놨다는 평가다.

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대화국면을 열어놔야 하지 않느냐”면서 “대통령이라면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연철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은 “정치적 구호로 할 수 있는 말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현금이 건너간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이 현금이 지원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김 소장은 “그동안 남북경협을 해온 그리고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경협하지 말라고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너무 과장된 주장이다.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금 지급 방식을 개인에게 주는 것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북한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용(이명박) 정부 들어 북핵해결 중심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남북이 냉각기를 거치는 상태에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까지 더하면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 당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없어보인다”며 “하반기에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진다면 지금의 남측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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