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응찰자 수는 많아지는데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마련 적기라는 의견과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되고 있다. 사진은 경매 입찰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 전경. |
2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 응찰자 수는 지난해 12월 3884명에서 올해 1월 3984명, 2월 4495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 응찰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서울에서는 2월 경매 응찰자 1922명 중 1382명(71.9%)이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 주택에 응찰했다. 인천은 2384명 중 80%에 달하는 1902명이 주택 상품에 몰렸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치솟는 전셋값에 내 집을 좀 더 싼값에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응찰자 수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입찰 경쟁률은 높아졌지만 낙찰가율은 하락세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9월 80.06%에서 올해 2월 68.42%로 12%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무조건 낙찰을 받는 게 상책이어서 응찰자가 몰리면 낙찰가율도 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침체기에는 응찰자가 고가 낙찰을 피하고 무조건 싸게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입찰자들이 해당 물건의 매도·매수 호가를 철저히 분석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입찰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니면 말고'식으로 입찰가를 낮게 써내면서 사람이 몰려도 낙찰가율은 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찰 물건만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원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일반 거래시장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급매물이 많은 상황이다보니 보통 1~2회 이상 유찰된 물건 위주로 입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낙찰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벨라스아파트(전용면적 147㎡)는 감정가가 10억원이었으나 2회 유찰 후 감정가 대비 69% 선인 6억96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14일에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대우아파트(전용 114㎡)가 1회 유찰 후 3억2870만원에 낙찰됐지만, 이는 최저 매각가격인 3억2800만원보다 불과 70만원 높은 수준이다.
낙찰가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경매로 나온 아파트를 싼값에 살 수 있는 지금이 내집 마련 적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설춘환 R&I컨설팅 대표는 “응찰자 수가 계속 증가하면 낙찰가율도 언젠가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며 “투자 목적이 아닌 실제로 거주할 집을 마련하려면 낙찰가율이 85%선만 되어도 입찰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경매시장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대홍 팀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경매 투자도 큰 매력을 지닐 수 없다"며 "향후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 부동산 투자 수요가 이탈하면서 경매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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