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상반기 저점 이후 하반기 상승’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 불안 등으로 하반기 상승을 장담키 어려워지면서 지금의 하락세가 과연 바닥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의 각종 경기지표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중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4.8% 감소한 4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IT 제품이 3월 –10.0%에서 4월 –11.5%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비IT 제품은 1.0%에서 –3.0%의 감소로 전환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심각성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산업별 최근 현황을 보면 유화업계의 경우 동아시아 지역 주요 제품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주요 대기업이 생산하는 에틸렌은 t당 115달러의 폭락세로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수준(1011달러)을 기록했다. 아울러 수요 부진 때문에 저밀도 및 고밀도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 등 주요 제품 시세 역시 연중 최저치에 달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역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반도체와 LCD 등 부품 부문 매출 비중은 총 매출 가운데 36.5%, 총 영업이익의 17.8%로, 세트(휴대폰·TV) 부문보다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1%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태양광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양광 반덤핑 조치로 중간제품인 셀·웨이퍼 가격이 소폭 반등했지만,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전방제품인 모듈가격은 꿈쩍 않고 있다. 이는 그만큼 수요가 경직돼 있음을 의미한다. kg당 24달러 대의 마지노선을 달리고 있는 폴리실리콘의 경우 세계 선두기업인 OCI조차 4공장 투자보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다.
철강업계도 그림자가 짙다. 세계철강협회 집행위는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을 당초 5.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업계엔 열연·후판 등을 중심으로 중국·일본산 수입이 늘어나는 부담도 크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열연·후판 수입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열연은 일본산 비중이 50%, 후판은 중국산 비중이 60%를 각각 넘어섰다.
조선업계 역시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총 277척으로, 622척이 발주됐던 전년동기 대비 58.9%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철강·화학기업들의 부진에는 자동차 등 수요사들의 판매부진이 한몫했다. 지난 5월 완성차 5사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8.9% 늘었지만,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판매분을 뺀 국내생산분의 증가율은 3.1%에 그친다. 특히 내수시장은 올 들어 1~5월 중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세였다. 오랜만에 싼타페, K9 등 주력 신차가 출시된 5월에도 0.8%의 소폭 증가에 멈췄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따른 저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로존 붕괴 등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 대책을 세워둬야 하는 때”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