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의 주인공은 박성현(넵스)이었다.
박성현은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10개 잡고 10언더파 62타를 쳤다. 그는 2위 선수 두 명보다 4타 앞선 단독 선두다. 62타는 코스레코드이자 자신의 18홀 최소타수다.
박성현이 미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는 출전자격이 안돼 갤러리로서 관전했다. 그는 올해 3승을 올리며 비로소 두각을 나타냈다. 그 덕분에 이 대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미LPGA투어여서 그런지 이 대회는 여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와는 달랐다. 코스 셋업, 로컬룰, 진행, 동반자들의 분위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핀 위치도’만 해도 그렇다. 국내 대회에서는 핀 위치도에 ‘그린앞에서 몇 야드, 그린 사이드에서 몇 야드’식의 정보만 표시한다.
그런데 이 대회는 달랐다. 첫날 핀 위치도에서 여섯 개 홀에 붉은 색으로 숫자와 알파벳이 첨가돼 있었다. 기자도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안가 미LPGA투어 경기위원에게 물어보고난 후에 그 뜻을 알았다.
핀 위치도에서 4번홀을 예로 들어본다. 기본적인 정보인 ‘32-4’ 외에 오른쪽에 붉은 색으로 ‘24 LD’가 적혀있다.
길이 327야드로 짧은 파4인 이 홀은 그린 왼편에 벙커가 파고들어와 있다. 핀 위치도에 의해 그린 앞에서 32야드, 그린 왼쪽 가장자리에서 4야드 지점에 핀이 꽂혔다. ‘24 LD’는 무슨 뜻일까. L은 ‘레프트’(left)이고 D는 ‘닷’(dot)을 뜻한다. R은 ‘라이트’를 의미한다. 24 LD는 그린 왼편 점을 찍은 곳으로부터 24야드 지점에 핀이 꽂혔다는 부연설명인 것이다.
벙커가 파고들어왔기 때문에 벙커 가장자리에 점을 찍은 후 그로부터 24야드 지점에 홀이 파였다는 얘기다. 24 LD를 표기하지 않으면 선수들은 그린앞에서 32야드 지점에 아무런 장애물없이 핀이 꽂힌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4 LD를 첨부함으로써 선수들에게 그린주변의 정보를 더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점은 선수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노랑 색 페인트로 파고들어온 벙커나 러프 바깥쪽 그린 에지에 칠해 놓았다.
선수들은 야디지 북(코스맵)을 지니고 다닌다. 따라서 각 홀 그린이 어떤 형태로 생겼는지 안다. 24 LD를 굳이 쓰지 않아도 야디지 북에 나온 그린 모양을 보고 핀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위원회에서 핀 위치도에 24 LD를 써놓는 것은 선수들에게 더 확실한 정보를 주어 오판의 여지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하나의 예를 든다. 3번홀은 기본적인 정보 ‘20-6’ 외에 그 오른편에 ‘6 RD’가 표시돼 있다. 이는 그린 앞에서 20야드, 오른편 가장자리에서 6야드 지점에 홀이 파였다는 것 외에도 그린 오른편 앞을 파고든 러프의 가장자리로부터는 6야드 지점에 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회에서는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표시하지 않는다. 미LPGA투어 대회에 데뷔한 박성현도 이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1라운드 후 박성현에게 핀 위치도에 표시된 붉은 글씨의 의미를 아느냐고 묻자 “처음 보는 것이다. 물론 캐디도 몰랐다. 모른 상태에서 기존의 ‘그린 앞 및 사이드 거리 정보’만 갖고 플레이를 했다.”고 대답했다.
요컨대 더 구체적인 정보가 있었는데도 이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첫날 경기에서는 18개 홀 가운데 6개홀에 이런 정보가 표시됐다. 박성현은 미LPGA 투어프로인 렉시 톰슨(미국) 미셸 위(나이키)와 동반플레이를 했다. 박성현은 결과적으로 두 선수에 비해 눈을 3분의 1쯤 감고 플레이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4타차 선두로 나섰으니, 박성현을 더 칭찬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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