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외교부, 뉴질랜드 성추행 외교관 비호?..."법대로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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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8-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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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관 A씨, 뉴질랜드대사관 직원 성추행 의혹

  • 외교부 내부 감사 절차 통해 '감봉 1개월' 처분

  • 뉴질랜드 "A씨 사건 현지 조사해야" 소환 요구

  • 외교부 "언론 아닌 양국 사법 공조로 수사해야"

  • A씨 즉각 귀임 조치·주한 뉴질랜드대사 면담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A씨가 현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뉴질랜드 수사당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가 A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총리와 외교부 장관 등 고위급 차원에서 직접 나서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정부는 외교관 특권면제를 이유로 들어 A씨를 감싼 바가 없다고 반박하며 양국 간 공식 사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A씨에 대해 즉각 귀임 발령을 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들도 4일 한국 정부의 여러 조치에 대해 관심 있게 보도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 [사진=연합뉴스]

 
① 외교관 A씨,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

A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2017년 11~12월경 현지인 남자 직원의 엉덩이 등 주요 부위를 손으로 움켜쥐는(squeeze) 등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A씨는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현재 제3국에서 근무 중이다.

A씨는 지난해 2월 외교부 내부적인 감사 과정 중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A씨의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률 전문가와 외부 민간인들을 모두 포함한 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충분히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한 후 나온 게 감봉 1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성추문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공무원의 품위 유지 기반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에 처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② 뉴질랜드 정부 요구는 무엇인가?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에 A씨가 현지에서 사법 절차에 임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에 출연해 "(A씨가) 정말 결백하다면 이곳으로 돌아와 사법 절차에 따르면 될 일"이라며 "문제가 된 범죄가 한국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씨는) 뉴질랜드에 들어와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피터스 부총리는 "외교관 면책 특권은 이런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A씨가 옳은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외교관 특권면제를 이유로 들어 A씨의 현지 송환을 막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는 사안"이라며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해당 문제를 거론한 것을 상기시켰다.

뉴질랜드 정부는 또한 지난해 8월 한국 정부에 주뉴질랜드대사관의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③ 한국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는 A씨에 대한 면책특권을 이유로 뉴질랜드 수사당국 수사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사관 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은 대사관 및 현지 공관 직원들에 대한 면책특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거절하고, 서면 인터뷰나 자료 제출 등에 협조할 의사를 제안했지만 당시 뉴질랜드가 거절했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전날 오후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해당 방안을 거듭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위 당국자는 "A씨 개인에 대한 (면책)특권 문제와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 대사관 및 직원에 대한 특권 면제는 구분되는 것"이라며 "외교부는 A씨 개인에 대한 특권 면제 포기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양국 간 외교로 풀 수 있는 사안을 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위 당국자는 "뉴질랜드가 공식 사법 절차에 따른 요청을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계속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 통화에서 갑자기 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외교 관례상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 측에서 제기하는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식은 한국과 뉴질랜드 간 공식적인 사법 협력 절차에 의한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한국에 형사사법 공조라든지 범죄인 인도 등의 절차를 요청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④ 외교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엔 어떤 입장인가?

정부는 또한 외교부 차원에서 A씨의 성추행 의혹을 감추거나 덮거나 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고위당국자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와 뉴질랜드 고용노동부에 대한 진정 방법을 우리 외교부 측이 안내해줘다"면서 사안을 숨기거나 축소하려고 했다면 이 같은 조치를 왜 취했겠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고위 당국자는 또 '동성 간 성추행 문제여서 외교부가 관대했던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2017년 문제를 제기한 즉시 주뉴질랜드 대사관 성고충담당관이 본부 성고충담당관에게 보고했다"며 "이 보고에 따라 대사관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A씨에게 경고장을 발급했고 분리조치도 했기 때문에 특별히 동성 간 케이스여서 관대하게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성 추문에 대해서는 엄격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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