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세상읽기] 마스크 낀 그대…그 배려와 돌봄이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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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 인턴
입력 2020-08-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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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과의사 클라인먼의 '케어' - 치매 아내의 존엄 지키려는 '돌봄의 고행'…스스로 내적 성장

 

[백종덕 성림케어덕소센터요양원 원장]



마스크 쓰기가 일상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먼지 자욱한 작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필터 마스크를 끼고 멀쩡한 출근길을 걷는다. 어떤 지자체는 ‘마스크는 내 친구’라는 슬로건으로 마스크 생활화를 홍보하고 장려한다.

“당신은 마스크를 왜 쓰시나요?”라는 질문에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라는 대답과 함께 ‘나 때문에 타인이 위협을 느낄까 봐’라는 대답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한다. 마스크가 나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타인을 보호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다.

최근 아서 클라인먼 Arthur Kleinman의 ‘케어’라는 책을 읽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 분야의 석학인 저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10년간 케어하는 내용이다. 함께 연구도 하고 많은 보살핌을 주던 아내가 60세도 되기 전에 치매에 걸렸다. 아내는 대변도 가리지 못하고 욕설을 하는 등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아서는 마지막까지 지극정성으로 케어하고 존엄한 인간으로 돌보고자 노력한다.

고령사회에서 치매는 드라마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2010년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47만 명이었다. 지금은 61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뒤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만약 이 흐름대로 라면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치매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아서는 치매 환자를 어떻게 케어하는지 보여준다. ‘돌봄’이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키는지도 설명한다. 돌봄은 즐거운 일도, 기쁨을 찾는 일도 아니다. 내게 주어진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다. 이 고통을 왜 견뎌야 할까? 쾌락(행복)을 선으로 여기는 시대, 타인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일은 아무런 매력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서는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겠다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안에서 온유한 자비심이 생기면서 그에 따라 행동하고 싶어진다.’라고 말한다.

돌봄은 개인의 성숙뿐만 아니라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우리 사회를 사회적 돌봄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만들자고 한다.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를 최고로 생각하는 현대사회, 특히 보건 의료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한다. 가족 안에서, 사회 안에서 돌봄으로 보다 더 안전하고 옳은 길을 가자고 제안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안보라고까지 말한다.

돌봄이 국가의 안보라고? 좀 엉뚱하고 급진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신천지 사태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신천지 신도 1명이 증상이 있으면서 의료진의 검사 요청을 거부하고, 교회 집회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산의 주 요인으로 분석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냈으며, 인구 대비로는 세계 1위가 되기도 하였다. 국가적으로 큰 위협이며 사회적 유대에 대한 붕괴에 직면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공공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스크 쓰기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각자도생의 태도로는 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나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는 상황인식을 받아들일 때 내게는 인격이 생기고 사회엔 지혜가 더해진다. 나 때문에 타인이 위협이 될까 봐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돌봄'이라는 마음 마스크를 써야 한다. 미래사회, 돌봄을 중시하는 관점으로 우리사회를 돌아보고, 돌봄의 렌즈를 통해 사회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백종덕 성림케어덕소센터요양원 원장
 

[아서 클라인먼의 '케어'(2020년,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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