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걸리는 신용대출] 3개월 새 11조 빌려갔다…금융당국 칼 꺼내들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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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8-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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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불이 붙어 온 나라가 카지노판이 됐다."

최근 금융·자산시장 상황을 한 경제학자가 이렇게 진단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상황을 도박에 비유해 꼬집은 것이다.

실제 최근 몇 개월 동안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금융고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신규 신용대출액 증가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6월 3조7000억원, 지난달 4조원을 기록했다. 두 달 만에 올해 1~5월 증가 규모인 7조3000억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또한 이달에도 지난달 기록한 4조원 이상의 신용대출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금융사에서는 이달 중순까지 2조원 이상의 신용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가로 이달 하반기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이 겹치면서 신용대출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고객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부동산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주식은 '빚투(빚내서 투자)'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다.
 
◆신용대출 급증 원인 역대 최저 수준 '저금리'

최근 3개월 동안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역대급 저금리 환경이 마련된 덕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3월(0.5% 포인트)과 5월(0.25% 포인트) 두 차례에 걸쳐 총 0.75% 포인트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자금조달 비용을 감소시켜 금융사의 대출금리가 인하되도록 영향을 미친다.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 편차는 1월 3.21~11.37%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2.17~6.44%로 크게 낮아졌다. 이 기간 단 2개 은행을 제외한 16개 시중·지방·기타은행은 신용대출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같은 기간 은행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고신용자(신용등급 1~2등급)의 신용대출 금리도 2.85~4.23%에서 2.05~4.05%로 하향 조정됐다. 즉, 이자부담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고신용자가 신용대출을 받기가 쉬워진 셈이다.

고신용자뿐 아니라 중·저신용자도 신용대출을 받기가 편해졌다. 올해 들어 여러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저마다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은 결과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전북은행 중금리 대출 비중은 39.1%로 지난해 6월 말 34.2%보다 4.9% 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BNK경남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도 30.5%에서 31.4%로 0.9% 포인트 늘었다.

◆자금 사용처는 부동산·주식 시장··· 영끌·빚투 성행

최근 3개월 동안 신용대출로 조달된 자금 11조원가량 중 상당수는 부동산·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일선 금융사에서는 신용대출 중 상당량이 수도권 아파트 거래 매매대금 혹은 아파트 분양 계약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집행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에 주택 구매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렸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이 늘어 어느 정도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 같다"며 "그 외에도 신용대출 금리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떨어지다 보니 일단 대출을 받고 생각하자는 식의 대출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대출한 자금(신용공여액)은 2분기 말 기준 29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7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의 규모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등 비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최근 3개월(6월부터 8월 21일까지) 동안 15조213억원에 이른다.

◆늘어나는 리스크에 금융당국 옐로카드··· 코로나19 재확산이 규제 변수

문제는 신용대출의 상당수가 변동성 높은 자산으로 바뀐 탓에 대출자와 금융사의 리스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급 저금리 환경이라 신용대출의 이자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탓에 경기 위축이 심각해 가계 소득도 줄었다는 점이 관건이다.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22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340만원 대비 5.29% 줄었다. 같은 기간 사업소득도 99만원에서 94만원으로 4.6%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으로 비경상적 소득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 때문에 근로·사업소득 감소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신용대출 이자부담 감소 효과만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 지원이 종료되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위축이 더욱 심해지면 대출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대출자가 부실화된다면 금융사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택·주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선 금융사에 신용대출 관련 규제를 잘 지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신용대출로 조달된 자금의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23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억제에 애쓰고 있다.

실제 23차례 발표된 정책 중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해 구매 수요를 억제하려는 내용이 많았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했듯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변수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데,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 최저 금리 상황에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신용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계속될 경우 너무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규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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