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년 장기집권의 첫발을 뗐다. 7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한 그는 벌써부터 철권 통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5선 확정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에는 전술핵무기 훈련을 지시하는 등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드러냈다. 다음 주에는 중국을 찾아 북·중·러 밀착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5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시작했다. 2000년,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올해까지 대통령 5선에 성공한 그의 집권 기간은 총리를 지낸 2008~2012년을 포함해 30년에 이른다.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록을 넘어서는 셈이다. 러시아 헌법상 2030년에 다시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종신 집권'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작년부터 러시아에서 터진 일련의 사건들은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군사그룹 바그너 반란 사건에 이어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 이후 추모 행렬, 그리고 대선 직후 러시아 근교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까지. 지난 24년간 이어진 푸틴 대통령 철권 통치에 금이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취임식 하루 전날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한 '경고장'부터 꺼내 들었다. 6일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비전략적 핵무기의 준비와 사용을 연습하고자 러시아 남부에서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이 직접 러시아에 대한 도발적 언행을 한 서방 지도자 견제용으로 전술핵무기 훈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훈련 장소와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러시아에 위협이 되는 발언을 한 영국과 프랑스를 겨냥한 대응 조치인 동시에 '스트롱맨'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발언이) 전례 없는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수사"라며 이날 훈련은 이들 발언과 관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밀월관계인 북·중과는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차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현재 서방의 대중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순방 중인 시 주석이 귀국한 이후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은 6일 중·프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 견제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으나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푸틴 5기를 맞아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는 더욱 깊어질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반서방 진영의 새로운 축으로 거듭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6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이샨 타루르 외교 칼럼니스트는 '푸틴은 서방 반자유주의 축의 중심에 있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헝가리 등 일부 EU 국가, 아프리카 국가들, 미국 내 우파 등과 연합해 반서방 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혐오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는 당분간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부터 나타났던 리더십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철권 통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AP통신은 5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한 세금 징수와 징집 인원 확대 등 비인기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푸틴의 5기 내각 구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최대 관심사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다. 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작년 프리고진 반란 사건과 최근 그의 수하인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부 차관의 축출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내부 경쟁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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