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사 스타일 논란] ①‘믿는 사람에 계속 기회 준다’…과도한 인내심이 외려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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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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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영민 비서실장 유임에 당분간 논란 지속

  • ‘고구마 인사’ 힐난 속 靑참모 인사 일단락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왼쪽부터)을, 신임 민정수석으로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청와대 기후환경 비서관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믿고 기용하면 끝까지 기회를 준다.”

한 여권 관계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달 반 가량 사이에 수석급 이상 참모 15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명을 교체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롯해 잇단 악재로 인한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6·17, 7·10, 8·4 대책까지 한 달 간격으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주택 참모들의 ‘내로남불’ 처신이 논란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으면서 정책에 대한 평가가 묻히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논란의 핵심인 노영민 비서실장을 유임하면서 문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재차 주목을 받았다.

노 실장은 ‘시한부 유임’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참모들 교체에도 국정운영 관리라는 명분으로 청와대에 살아남았다. 일괄사의를 표명했던 6명 중 4명이 교체됐고, 노 비서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은 사표가 반려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급 이상 인사는 일단락됐다고 보시면 된다”며 인사 논란에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노 실장이 올해 가을 또는 연말까지도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무게감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과 관련해 ‘고구마 인사’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당시 구두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을 재신임했다”면서 “이제 무주택자가 된 노 실장을 내보내기는 너무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청와대는 OECD 전망 올해 성장률 1위에 흥분돼 실패한 부동산 정책도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바로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서 “청와대 경제팀, 내각 경제팀도 고집스레 유임시킬 듯하다. 아무 설명 없는 오늘 유임 결정도 ‘고구마’ 먹은 듯 갑갑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고구마’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신조어 탄생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공격적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상대적으로 느리고 답답한 이미지를 얻자, 문 대통령은 “사이다는 밥이 아니지만 고구마는 든든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청와대의 이른바 ‘3실장’ 중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만 교체된 상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 정책라인은 굳건하다.

홍 부총리의 경우에는 세 번이나 재신임을 받았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여권과 갈등을 빚은 바 있는 홍 부총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또다시 코너에 몰렸었다.

대표적인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홍 부총리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중간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가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인사를 극도로 꺼리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된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후임 인사는 ‘다주택자는 안 된다’ 정도로 정리될 듯 싶다.

지난 14일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서도 청와대는 새로 임명한 차관급 인사 9명이 모두 1주택자였다. 8명은 애초부터 1주택자였고 1명은 2주택자였으나 지난 6일 한 채를 처분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 실현’이라며 이례적으로 내정자들의 주택상황을 공개했다. 그동안 참모진 다주택자 논란 국면에서 ‘개인 신상’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비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차관급 인사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주거 정의가 실현되도록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국민 인식을 고려해 인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1주택자 중심 인사’를 주거 정의라는 개념으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8대 인사 기준 외에 ‘1주택’이 비공식적으로라도 추가되면 향후 개각 등에서 인재풀이 급격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에서 ‘직’을 얻으려면, 능력보다 ‘집’을 팔아야 한다는 논란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일련의 부동산 논란은 국정을 홍보와 이벤트로 보는 국정 철학이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결정장애로 보이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고 독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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