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어떻게 기다려왔는데”…부동산도, 결혼식도 막혀버린 2030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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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20-08-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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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3~5월에 연기한 예비 신혼부부 다수…한 차례 더 미루며 예식장과 갈등

  • 정확한 지침 없어 예식장 등 사업주에 맞춰야…정신·물질적 손해에 혼란 지속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예비 신혼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기조를 이해하면서도 물리적 손실과 정신적 혼란을 겪으면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월 예정이던 결혼식을 비수기인 8월로 연기했습니다. 당시에는 강제성이 없어도 신혼부부 90% 이상이 코로나19 방역에 공감하며 예식을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식장비는 물론 스냅사진, 꽃다발 등 위약금까지 물게 생겼습니다. 오늘 하루에 지불한 위약금만 300만원입니다. 현재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화가 납니다.” (30대 예비신부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실내 모임 허용 인원이 50명으로 제한되면서 당장 이번 주말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8월 예비신혼부부 다수가 이미 한 차례 연기 경험…“1000만원 날아갈 판”

이미 부동산 규제로 한 차례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냈던 2030세대는 이번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정상적인 예식이 불가능해지면서 정부를 향해 실망감과 분노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예식장은 물론 스냅사진, 메이크업, 한복 등 모든 결혼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실내 50인, 실외 100명 이상 모임을 금지 대상 자송에 예식장을 포함하면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때 예식장을 비롯해 대다수 사업자들이 위약금 명목으로 손해를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비 신부는 “각 웨딩홀마다 재량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1000만원가량을 웨딩홀에 퍼주게 생겼다. 예식날짜가 다가오면서 위약금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 신부는 “사업자들의 힘든 것도 이해하지만, 이번 방역 지침으로 발생하는 피해와 비용을 오롯이 예비신랑신부가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9월과 10월에 예식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걱정도 크다.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과 10월 예식을 계약한 B씨는 보증인원 250명 기준 식장견적만 4300만원이 나왔다. 10일 전에 취소하더라도 1505만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할 상황이다. 대다수의 예식장이 8월 고객들 대응에 집중하면서 이들은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B씨는 “10월 결혼식은 준비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답변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위약금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금 결혼하는 게 마치 죄인처럼 느껴진다”고 속상해했다.

◆예비신혼부부 “정부가 당장 나서서 강제성 있는 대응 기준 마련해야”

예비 신혼부부들이 정부에 크게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가 또 있다. 이들 다수가 3월 신천지 대구교회발 집단감염 당시 스스로 예식을 미루며 비수기인 8월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강제성 있는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한 예비신부는 “정부가 강제성 있는 대응을 마련하거나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예식장에서 예식 일정을 미룰 때 선입금을 수백만원 요구하거나 계약서에는 있지도 않은 도시락이나 답례품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신부 역시 “정부에서는 고심한다고 하지만 협의, 논의, 권고 등으로 사업자가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 줬다”면서 “하루빨리 정확하고 강력한 지침으로 현 상황을 진정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예식업중앙회’와 공조해 피해 최소화 노력…비회원사 60%가 문제”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비 신혼부부가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고, 중앙회가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어 현장에서 원활하게 일정 연기가 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공정위에서도 계속 논의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 예식장 가운데 예식업중앙회가 아닌 비회원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는 비회원사인 전국 예식장 가운데 60%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기세가 이어질 경우 9~10월에도 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동일한 문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예비 신혼부부와 예식장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정위 관계자는 “위약금 및 환불 과정 등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며 “다만 여기서도 중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정환 변호사는 “감염병법에 따른 행정명령에 따라 예식장들이 입는 손해보전에 대해서는 감염병법에 따로 있다. 이걸 소비자한테 전가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 “해당 건은 정부가 지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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