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로봇 산업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전격 공개한 로봇용 AI 언어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시장에 충격을 주며 AI 로봇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기존에 2030년께 가정용 AI 로봇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성과다.
구글의 AI 연구 조직 딥마인드는 13일 자사 주력 AI 모델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로봇 전용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와 ‘제미나이 로보틱스-ER’을 발표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로봇용 AI 모델로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로봇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구글은 이 모델을 “단순한 정보 처리 능력을 넘어 공간적 이해와 조작 능력을 갖춘 범용 로봇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시각 정보, 언어 명령, 행동 제어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결합해 다양한 환경에서 즉각적인 반응과 적응을 가능하게 한다.
성능 면에서도 경쟁 모델을 앞선다는 평가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술 보고서’에서 체화추론질의응답(Embodied Reasoning Question Answering·ERQA) 테스트 결과 제미나이 로보틱스가 타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탑재된 로봇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수동적 반응이 아닌 자율적 판단으로 최적의 행동을 수행한다. 시연 영상에서 구글 연구진은 로봇이 단순 명령을 넘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한 로봇은 알파벳 블록으로 단어를 조합하고 가방 지퍼를 닫거나 점심 도시락을 가방에 넣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해냈다.
특히 놀라운 점은 학습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추론을 통해 적절한 행동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실험실에 설치된 장난감 농구 코트에서 연구진이 “덩크슛을 해보라”고 지시하자 로봇은 농구를 학습한 적 없음에도 플라스틱 공을 집어 골대에 넣는 동작을 완수했다.
구글이 시장 예상을 깨고 AI 로봇 기술을 공개한 배경에는 중국의 급부상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중국 AI 로봇 스타트업 ‘아지봇(Agibot)’은 로봇용 AI 언어모델 ‘제니 오퍼레이터-1(GO-1)’을 선보이며 가정용 AI 로봇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로봇은 토스트를 만들고 커피나 음료를 제조하는 등 실용적 기능을 시연했으나 제미나이 로보틱스 수준의 음성 기반 자율 판단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중국 로봇 산업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상장사 약 100곳 중 56%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했다는 분석 속에 AI 로봇 분야에서도 미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뿐 아니라 다른 기술 공룡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Meta)는 최근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고, 엔비디아는 AI 로봇 스타트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섰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아틀라스 역시 현대차 공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AI 접목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구글이 선보인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AI와 로봇의 결합을 통해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보여줬으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며 "다만 기술 시연이라는 한계에 그친 상태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산업, 가정 등에 적용된 모델을 누가 들고 나오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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