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다가온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5차례 걸친 청산 구간에서 코스피 급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환경 악화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4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2일 엔·달러 환율은 146.55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49.99엔에 마감하면서 지난 3월 19일 이후 150엔 아래로 내려간 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하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일본과 반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해 미국 채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 방식이다. 엔저에서는 이익을 얻지만 금리가 올라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환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엔화로 투자한 자산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성명서 발표 때까지 152엔에서 지지됐으나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기자회견 후 곧장 하향 돌파했다"며 "기술적으로도, 수급적으로도 중요한 선을 하향 돌파한 이상 본격적인 엔 캐리 청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직접적인 영향이 적더라도 그동안 자금 유입이 충분했던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하락하면 국내 증시 또한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은 엔 캐리 트레이드로 풀린 유동성이 빅테크를 비롯한 수익 자산에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술주 차익 실현과 엔화 분위기 전환으로 지난 7월 중순부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기간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코스피 낙폭이 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구간은 총 5차례다. 1차(1998년 4~10월), 2차(2002년 2~8월), 3차(2008년 5~10월), 4차(2015년 11월~2016년 2월), 5차(2020년 1~6월)이다. 이 기간 코스피의 고점 대비 낙폭은 1차 -38.9%, 2차 -15.9%, 3차 -56.7%, 4차 -10.9%, 5차 -35.7%였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좌우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코스피가 하락할 때 매도 주체에서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2차 65.4%, 3차 78.6%, 4차 94.7%, 5차 79.5%에 달했다.
강민석·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구간에는 외국인 매도 영향력이 커지고, 매수 영향력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현재는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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