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가 핵 억지력을 등 유럽 동맹국들에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24일(현지시간) 익명의 프랑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에 프랑스 핵 전투기 몇 대를 배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전투기를 배치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린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이런 조치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도 프랑스와 마찬가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기 전인 지난 23일 밤에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통화해 유럽 안보와 우크라이나 방위에 관한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럽이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자체 핵우산 확대와 관련해 메르츠 대표는 지난 23일 출구 조사가 발표된 후 공영방송에 출연해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안보 체계를 재편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유럽의 두 핵 강국인 영국, 프랑스와 핵을 공유하거나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트럼프 체제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공유 정책에 따라 '핵우산'을 제공해 온 미국과의 관계를 이유로 프랑스의 제안을 거절해 왔다. 프랑스나 영국과의 핵 공유를 추진한다면 수십년간 지속돼 온 독일의 전략적 정책을 바꾸는 일이 되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영국과는 달리 나토 측에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방위 체계를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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