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를 통해 김문수 노동부 장관의 백브리핑 영상을 시청했다.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는 데도 당내 지지율 1위로 꼽히는 현직 장관의 발언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한 원칙이다. 김 장관은 이에 개의치 않고 19일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다만, 그의 발언은 막무가내식 정치 개입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오히려 그는 우리 시대 공직자가 가져야 할 소명의식을 대변하는 듯했다.
김문수 장관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공직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는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후) 7년 넘게 (피복공장에서) 미싱 시다, 즉 최하층 노동자로 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직자는 사회의 가장 약한 자를 보호하는 것이 첫 번째 직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실업자, 노인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에서 가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처럼 말을 바꾸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김 장관은 소신을 밝혔다. "군인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한 장성이 울면서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했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계엄인가. 지금은 계엄을 할 시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고려했다는 주장에 대해 "군 장악도 못한 대통령이 무슨 계엄을 하나. 윤 대통령은 계엄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탄핵심판에 대한 입장도 명확했다. 김 장관은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며 "헌재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결론을 내리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만장일치 판결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는가"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이 직선제로 뽑는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이다. 헌재 재판관이 이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무슨 큰 잘못을 했나. 헌재가 국민들의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희생을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찬반을 떠나 국민 누구라도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며 헌재의 공정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김 장관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그는 "뜻밖이다. 나는 특별히 한 일이 없다. 정책을 발표한 것도, 뜻을 밝힌 것도 없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말에서 한국 사회의 균형감각이 흔들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진보적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진보의 정의를 단순한 정치 성향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역할에 대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진실한 사람만이 공직을 맡아야 한다. 청렴한 사람만이 공직을 맡아야 한다. 공직자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공직자는 법과 규정보다 어려운 사람을 먼저 찾아 나서야 한다. 공직자가 부패하면 국민이 살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 장관이 '공직자가 부패하면"이라고 말할 때 마치 그 누구를 겨냥한 듯해 마음이 아렸다. 단순히 원론적 발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직자의 덕목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과거 그가 노동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노동자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여전히 약자를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발언이 모두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는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않는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공직자의 모습은 분명 신선했다.
그의 말처럼 공직자는 법과 규정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이 김 장관의 발언을 반면교사 삼아, 권력의 논리보다 국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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