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부동산 관련 지표가 이달 들어 반등에 성공했지만 서울 지역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대출 옥죄기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확산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꺾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한 달 전인 1월보다 11.6포인트(p) 상승한 73.2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하락하고, 비수도권은 반등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지난달보다 1.4p 내린 64.5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은 올해 1월 76.7에서 2월엔 75.6으로 1.1p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산연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인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 비율이 높고, 100을 밑돌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건설사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탄핵정국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사업자들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도 4개월째 하락세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5.6으로 전달 68.4보다 7.2p 올랐다. 반면 서울은 한 달 전보다 12.2p 내린 75.8로 주저앉으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입주전망지수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 이하로 내려가면 입주 여건이 나빠질 것이란 의미다. 그간 다른 지역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왔던 서울마저 70대로 추락한 건 주택사업자들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내려갔다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 여건을 살펴보는 분양전망지수에서도 서울 지역은 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128.2까지 올라갔던 서울 분양전망지수는 그해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89.5를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엔 87.1로 다시 한번 쪼그라들었다.
각종 지표가 나빠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도 쪼그라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엔 전달 대비 0.08% 상승했지만, 올해 1월엔 0.04% 오르는 데 그치며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계속될 경우 서울 아파트 시장도 침체 장기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희순 주산연 연구위원은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안 요소와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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