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한파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금융기관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대의 대출 실적을 기록하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1일 한·일 양국의 중앙은행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대비 4.4%를 기록해 1991년 11월(4.4%) 이래 17년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권(은행계정) 대출금 평잔도 4.1% 증가해 관련 통계가 나온 지난 1992년 7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시중은행들의 단기프라임레이트(기업에 대한 은행의 최우대 대출금리)는 지난 2007년 3월 2일 1.875%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월 13일 현재 1.475%로 2001년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큰 폭으로 축소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29일 현재 308조2039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0.7%(2조214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지난달 예금은행의 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6.89%로 11월보다 0.64%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CD 평균금리는 연 5.62%에서 4.68%로 0.94%포인트 급락했지만 은행의 대출 금리는 CD 금리 하락 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건전법과 같은 일본 정부의 다양한 금융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정부도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유동성 경색은 상당히 풀렸지만 신용경색이 아직 이어지고 있어 일본과 같은 대출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연구소의 최현우 전문역은 "지난해 일본의 경제 침체 골이 깊었고 물가가 많이 올라 민간 법인 및 가계의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본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최근의 대출 증가세가 높아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 실적이 급증한 것은 일본 기업들이 은행과 체결한 대출 약정한도를 활용해 자금을 많이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업의 대출 약정한도를 이용한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약정한도 이용액도 급증했다"며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본격적으로 억제하기 전에 필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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