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의 기본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최악의 무역장벽’을 쌓았다고 지목한 한국에는 26%의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가 급변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직접 도표를 들어 보이며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다른 국가를 향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그에 상응한 관세를 부과하는 이번 상호관세는 오는 5일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9일 시행)로 구성됐다.
주요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한국 26%를 비롯해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또 태국에는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이 적용된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관세 부과 목록에는 총 100개국이 포함돼 있다. 기본관세인 10%를 부과받는 국가들을 제외할 경우 더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국가는 약 60개국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한국 4차례나 언급하며 관세 정당성 주장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인 한국은 일본(24%), EU(20%)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이들 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또 한국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한국을 4차례나 언급하며 관세 부과 정당성을 내세웠다.
그는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10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매우 조금만 판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경우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우방이 더 나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한국은 미국산 쌀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실제로는 50~513%까지 차등해 부과한다”고 짚었다.
한국은 매년 미국산 쌀에 대해 최저 수입 물량(13만2304t)에는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는 수입량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시작했거나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제품,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제품과 향후 제232조에 따른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모든 제품은 상호관세에서 제외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USMCA의 적용을 받는 품목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USMCA가 적용되지 않는 품목에는 25%의 관세가 적용(에너지 10%)된다.
美, 관세부과 車부품 목록 공개…컴퓨터도 포함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이날 연방공보를 통해 관세가 부과될 150여개 관세코드를 게시했다.
로이터가 관세 코드를 분석해본 결과를 보면 관세 부과 대상에는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은 물론 타이어, 쇼크업소버, 점화플러그 와이어, 브레이크 호스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품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번 관세 대상에는 노트북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컴퓨터도 포함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는 2024년 기준으로 미국 수입품 가운데 가장 큰 범주로 수입액은 1358억 달러(약 199조원)에 이른다.
이들 부품에 대한 관세는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는 3일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반도체 등에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천명하면서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EU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발 관세에…각국 대응 준비 중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다른 나라들도 대응을 준비 중이다. EU는 기존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에 상호관세에 대한 맞대응 관세도 더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캐나다도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맞대응 방침을 밝혔고, 중국은 자국을 타깃으로 한 기존 관세에 대응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에 더해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멕시코의 경우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일부 국가는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발표 이후에 협상을 통해 이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즉각적인 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현재로서 우리는 이 새로운 관세 체제가 자리 잡게 하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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