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업무는 단순 경제상황 ‘모니터링’
신속대응책 내용은 지난해 업무보고 ‘재탕’
경제수석 산하 금융팀 신설로 ‘입지’ 축소
청와대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맞서 새해부터 한국판 워룸인 비상경제상황실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경제위기 관련 신속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경제상황실 운영 취지였지만 나오는 대책들이 지난해 업무보고의 재탕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경제상황실의 주 업무는 경제상황 모니터링, 각 부처별 보고서 분석, 비상경제대책회의 준비 등 기존의 경제수석실 등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올 들어 나온 신빈곤층 대책이나 일자리 나누기 방안 등은 지난해 업무보고 때 다 보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과 관련, “워룸을 만들고 경제위기정부라는 선언 이후에도 경제정책에 대해 특별히 나오는 게 없다”고 질타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여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는 비정규직 개정안의 경우 이 대통령의 불호령에 의해 당정이 급하게 만든 ‘임시방편책에 불과해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3차 경제비상대책회의에서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에 소홀하며 관계 장관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 고용연장 대책 마련 여부를 물으면서 ‘장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며 몹시 화를 냈다”며 “이로 인해 당정은 24일부터 급하게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대통령이 모두 나서 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부처 책임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 진용개편 때 경제수석실 산하 금융팀을 신설되면서 상황실 내 금융·구조조정팀과 업무가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신설된 금융팀은 금융 및 구조조정,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금융정상회의 관련 업무를 맡기 때문에 경제상황실 산하 금융·구조조정팀은 단순 모니터링만을 전담하는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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