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김두규. 해냄.
"택일 비보가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선왕조조차도 공식적으로 부정한 택일 비보술이다. 그 사회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의 지식인과 지도자들이 가졌던 전통사상에 대한 무시나 무식의 빈틈을 천박한 무속인들이 파고든 결과이다."
저자 김두규 교수는 우리 사회를 농락한 주술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그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21세기 오늘날까지 한반도에 벌어져 왔던 주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의 폐해와 위험성을 알려준다.
김 교수는 고려시대부터 1000년 동안 이어온 풍수를 21세기에 되살린 대표적인 풍수학인(風水學人)으로 손꼽힌다. 그의 학문적 출발은 독문학으로, 이번 신간에서는 ‘의심과 부정’의 변증법적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동양학과 서양학,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술의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저자는 주술과 권력은 상호의존적 관계로 “권력이 있는 곳에 주술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나라 풍수의 비조(鼻祖)로 알려진 신라 말의 승려 도선과 그의 비보술을 짚으며, 이때부터 주술과 권력이 결탁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또한 도선의 실존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도선 자체가 권력자들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배태된 허구의 인물이란 시각이다. 후대에 그의 이름을 가탁한 수많은 술사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어 이 땅에 주술의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보술은 풍수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비보술은 지형지세를 점쳐서 길흉을 정하고, 주술 목적을 위한 천도, 궁궐과 정자 신축, 굿 등을 통해 병든 땅을 다스리거나 고치는 밀교의 택지법이다. 반면 풍수는 도읍지 등 땅의 형세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살펴 용도와 규모에 맞게 삶과 행위를 위한 터를 잡는 기술이다.
저자는 비보술은 풍수술로 위장되어 최근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2022년 청와대 흉지설로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청와대 흉지설은 풍수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 자리는 원래 공동묘지 터였고 이는 풍수술이 아닌 비보술이 낳은 결과라는 사실을 낱낱이 밝힌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했다면 그것은 막강한 권력을 남용한 개인의 잘못과 불행이었지 터의 문제는 아니었음을 천명한다.
저자는 주술에 빠진 고려와 조선 왕들의 말로를 짚으며,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고 강조한다. 주술은 개인의 취약한 자아의식과 권력층의 무능과 리더십 부재를 교묘히 파고들며 진실과 현실에 대한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 터는 과거 공동묘지였다. (중략) 일본 총독 관저도 아니고 일본군 본부도 아닌 말단 중대본부 터였다(총독 관저는 1939년 현재의 청와대 터로 옮김). 이러한 터는 용(龍)이 지나가는(過) 곳이라 하여 ‘과룡(過龍)’이라 부른다. 풍수술사들은 “처음에 성공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실패하는 땅”이라고 말한다.”
―5장 <도읍지 비보술 vs 도읍지 풍수술, 용산 대통령실은 공동묘지 터 위에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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