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이 미국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이 자국 방어력 강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패키지 구매를 고려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은 현재 미국측과 무기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구매 규모는 70억~100억 달러(약 10조1200억~14조4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소식통은 추정했다. 무기 패키지에는 해안 방어용 순항미사일과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대만의 무기 구매 고려에 대해 “대만의 강력한 자국 방어 의지를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방위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은 정밀 유도탄, 방공 체계 업그레이드, 지휘통제 시스템, 예비군 장비, 대(對) 드론 기술 등을 우선적으로 포함하는 특별 방위 예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대만의 무기 검토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협력엔 동맹국의 비용 지불이 있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관’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때부터 “대만이 우리에게 방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왔다.
트럼프가 언급한 반도체 관세 역시 대만에는 큰 부담이다. 트럼프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대만이) 가져갔다”면서 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반도체는 대만의 주력 산업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는 작년 매출의 70%를 엔비디아 등 북미에 기반을 둔 고객사로부터 올렸다. TSMC는 650억 달러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공장 3곳을 짓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 제품은 대만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내 반도체산업을 살리기 위해 TSMC에 경영난에 빠진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을 인수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은 대만에 총 21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11개 무기 패키지 구매를 승인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가 승인한 무기 판매 규모 약 76억 달러(약 11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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