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현대차와 기아,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다. 특히 완성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현지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미국·일본 등 경쟁사에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1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25% 수준일 것"이라며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최소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들(기업)에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미국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4월 2일로 예고한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가 실제 시행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국 간 자동차 관세는 없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20.8%)에 이어 2위다. 자동차 수출액 중 절반(49%)에 달하는 347억4400만 달러가 대미 수출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 수출량(217만7788대) 중 미국 비중은 46.6%(101만3931대)에 달한다.
고율 관세로 판매 가격이 오르면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미국에서 7만대가 팔린 투싼 하이브리드(HEV)의 현지 판매가는 3만2575달러(약 4687만원)정도다. 여기에 관세 25%를 단순 가정하면 4만718달러(약 5859만원)로 뛴다. 소비자로서는 8143달러를 더 내야 한다.
반면 투싼 HEV의 경쟁 모델인 일본 도요타 라브4(RAV4) HEV(XLE)는 3만4335달러(약 4940만원), 미국 포드 이스케이프 HEV는 3만4235달러(약 4926만원) 수준이다. 도요타와 포드는 해당 차종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가 붙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 생산도 위축될 수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창원·부평공장에서 49만4072대를 만들어 41만8782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차량 1대당 가격을 3000만원으로 가정하면 25% 관세 부과 시 가격이 750만원 오른다. 이를 지난해 수출량인 42만대에 적용하면 '트럼프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은 3조1500억원에 이른다. 한국GM 연간 영업이익(1조3400억원) 대비 2.4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국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자동차 산업 파이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첨단 제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수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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