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북 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북 산불로 사망자 26명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께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 야산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이 주변 인물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A씨는 묘소를 정리하던 중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소용이 없자 라이터로 태우려다 산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과학수사계는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전날(29일) 현장 보존 조치를 하고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내주 중 합동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A씨가 낸 불로 인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까지 번지며 역대급 피해를 일으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8시 기준 사망자는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모두 75명이 산불 사태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4만8238㏊로 집계됐는데 이는 서울 여의도(290㏊)의 166배 달하는 규모다. 시설물 피해도 계속 늘어 주택 2996채, 농업시설 1142곳 등 모두 4801곳에서 산불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매년 산불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늘어나자 시민사회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는 '고의적인 방화범에 대한 강화 요청에 처벌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게시자는 청원 취지에 대해 "산불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실상 산불 발생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냐"며 "방화 범죄 특성상 강력한 처벌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불을 낸 A씨는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해당 법은 고의로 산에 불을 지른 자에 대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과실로 타인 혹은 자신의 산림에 불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리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작 발화자들은 재판에 넘겨져도 대부분 약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많아 사법 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불 발화자들은 대부분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지는데 최근 3년간 산불 실화에 따른 처벌은 대부분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3년 3월 경남 하동에서 133㏊에 달하는 산림·토지를 태운 발화자에 대해 창원지법은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려 과연 사법부가 산불 예방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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