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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물가 낮추려면 성장 얼마나 희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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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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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년간에 걸쳐 1%포인트 낮추기 위해서는 매분기 성장률이 추세성장률보다 0.16~0.25%포인트 정도 낮게 유지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부문의 물가 영향력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독자적인 통화정책보다 다른 나라와 함께 물가상승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 성장률 희생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 2월과 3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와 4.7%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범위인 3±1%를 크게 넘어섰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유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한파와 구제역 등으로 농축산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급요인만으로 최근의 물가상승세를 설명할 수는 없다. 국내 및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어 수요부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정책(Disinflation)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인 4% 초반에 비해 아직 1%포인트 이상 낮은 상태여서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금리인상은 향후에도 수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정책금리가 인상되면 물가상승률은 하락하지만 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율의 하락에 수반되는 비용인 성장의 하락율을 희생률(sacrificeratio)이라고 한다.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초래되는 성장률의 감소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우선 상당히 낮은 상태의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낮추는 과정은 높은 상태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장률의 감소 폭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물가상승률이 10%인 상태에서 8%로 낮추는 경우가 2%에서 0%로 낮추는 경우보다 성장률 하락 폭이 작다는 것이다. 경제의 개방도도 주요한 요인이다. 경제의 개방도가 높다면 물가상승률과 성장률간의 관계가 폐쇄경제보다 낮다. 그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내의 성장률을 더 크게 떨어뜨려야 하며 이에 따라 희생률은 높아지게 된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다. 물가안정 목표를 설정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지키기 위해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 확실시 된다면, 경제주체들은 이를 믿고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높다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지속성이 낮아 금방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국내경제 상황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대외개방도가 높고 원자재 등을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계경제 상황이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준다. 환율의 움직임도 물가상승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원유가격이 2008년 중반보다 낮은데도 실제 소비자가격은 그에 못지않은 것은 환율이 그 당시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단기적으로는 유가, 원자재, 농축산물 등의 공급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이 온전히 공급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물가상승의 배경에는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원자재 및 농산물 수요 확대와 전 세계적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공급측면 외에도 수요요인이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서 한 국가만이 긴축정책을 펼 때는 희생해야 하는 성장률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과거 평균적인 희생률에 비해 더 높게 성장을 희생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면 여러 국가들이 동시에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을 펼친다면 희생해야 하는 성장률의 크기가 작아질 여지가 있다. 국가간 협조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경우 경제적 편익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의 물가상승률이 당기의 물가상승률로 이어지는 비율인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높다. 물가를 상승시키는 충격이 왔을 때 상당기간 동안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결국 공급측면에서의 문제로 물가가 오르더라도 쉽게 그 충격이 사라지지 않고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실제 물가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에 단호하게 대처한 경험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낮아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성공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실적(track record)을 쌓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물가대응 정책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높은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펼친다면 정책의 효과도 높고 신뢰도도 높아져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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