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무장길 중심지 상가는 이미 올해 상반기까지 팝업 일정으로 꽉 차있어요. 임대료는 평당 100만원에 권리금은 4억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지난해보다 임대료는 50만원, 권리금은 1억씩 올랐습니다. 높은 임대료에 개인은 들어올 엄두를 못 내고 지금 장사하는 상인들은 권리금만 받고 빨리 나가려는 분위기예요." (연무장길 인근 공인중개사 A씨)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 상권이 임대료 상승에 신음하고 있다. 팝업 증가로 주변 상권 임대료가 급등함에 따라 다수 상인들이 일대 상권에서 하나둘씩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성수동 전체 상권이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일대 상당수 상인들이 상가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서울 성동구.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 연무장길에는 장기 임대 대신 팝업 매장을 받기 위해 빈 상가들이 곳곳에 있었다. 임대인 입장에서 팝업스토어가 입지나 기간에 따라 최대 억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 상가 분양보다 수익이 높게 나온다는 인근 중개소의 설명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무장길 핵심지의 330㎡ 규모 상가의 팝업스토어 대관료는 계약 기간 2주를 기준으로 하루 10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1~2주의 단기 임대 형식으로 운영되는 팝업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상 연 최대 5%의 임대료 증액 상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아, 임대료 상승 폭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부르는 게 값'이 된 분위기에 성수 일대 상가 임대료도 함께 올라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성수동의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23년 2분기 1㎡당 4만9310원에서 지난해 4분기 5만8060원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기존 상가 임차인들이 성수동을 떠나는 등 일반 상권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의 정체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수동 공인중개사 B씨는 "임차인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도 하고, 요즘은 임대인들이 직접 나서서 팝업만 추진하려는 분위기여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성수에서 오래 장사를 한 상인들은 나중에 팝업스토어 열풍이 끝나면 상권 침체와 함께 지역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른 원주민 내몰림 현상) 현상은 심화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관련 법령에서 정한 보증금액인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상가의 30%는 서울시 환산보증금 기준인 9억원을 넘어 제도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안건은 현재 계류 중인 상태다.
팝업 매장의 임대료를 제한할 방법도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임대료 제한 문제는 성수동에 집중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논의까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성수동 내 젠트리피케이션을 공론화하는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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