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소득 지표는 개선됐지만 상당수 가계의 체감 생활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과 사업 소득이 늘어도 식비, 공과금, 교육비, 대출 상환 부담이 함께 커지면서 가계가 느끼는 여유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29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VnExpress이 최근 베트남 통계총국이 발표한 '2025년 생활수준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600만 동(약 33만 원)으로 2024년보다 10.9% 증가했다. 도시 지역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약 740만 동(약 40만7000원)으로 6.7% 늘었고 농촌 지역의 1.42배 수준을 기록했다.
근로자 소득도 상승세를 보였다. 베트남 내무부 고용국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900만 동(약 49만5000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71만7000동 증가했다. 선라이프 금융그룹의 올해 금융 회복력 지수 보고서에서는 베트남 응답자의 22%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고 답해 조사 대상 6개 시장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소득보다 빨리 오른 생활비... 체감 소득 갉아먹은 필수 지출
소득 증가에도 생활수준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29세 직장인 B씨는 올해 상반기 추가 업무를 맡으며 수입이 15% 늘었지만 높아진 이동 비용을 감당하는 데 대부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을 늘리려고 추가 업무를 맡았지만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생활과 여행 취미를 유지하는 정도일 뿐 더 넉넉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찌민시 자딘구에 사는 30세 A씨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온라인 사업이 안정되면서 올해 상반기 가족 소득이 20~30%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가격, 전기·수도요금, 아이들 학비까지 모두 올라 예전보다 지출을 더 신중하게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부담은 가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응답자의 84%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매달 지출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식품, 공공요금, 연료비는 소비자의 약 96%에 영향을 미쳤고 의료비도 여전히 큰 부담으로 꼽혔다. 여기에 B씨는 “최근 휘발유 가격 변동 이후 3만5000동이던 사무실 점심값이 4만 동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8% 상승했다. 주택, 전기, 수도, 연료, 건설자재는 6.72%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교통은 5.23%, 식품·외식 서비스는 4.79% 올랐다.
대출 부담까지 겹친 가계... 이자 부담에 밀린 장기 계획
생활비 부담에 더해 대출 상환 비용도 가계의 체감 여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래에셋베트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 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약 5만3400억 동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3.2% 증가했다. 신규 부실채권 증가는 대출금리 상승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지출 압박이 커지면서 저축을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선라이프 조사에서 응답자의 33%는 소비를 위해 저축을 인출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조사 대상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또 23%는 필수 지출을 줄이거나 건너뛰고 있으며 12%는 은퇴기금이나 노후 저축 납입을 일시 중단하고 있었다.
장기 재무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티엔비엣증권의 올해 베트남인 금융 건강 및 투자 신뢰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가정의 주요 장기 목표는 의료와 자녀 교육으로 각각 48%, 47%를 차지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 투자자 중 자신과 가족을 위한 명확한 장기 재무계획을 가진 비율은 27%에 그쳤고 나머지 73%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거나 목표와 구체적 실행 경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누리꾼 반응에서도 체감 부담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 독자는 “소득이 오르기도 전에 소비재 가격이 이미 올랐다”며 휘발유와 식품 가격 상승을 언급했다. 다른 독자는 “월급이 1단위 오르면 전기, 수도, 자녀 교육비는 매년 5~10% 오른다”고 적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몇 년 전보다 생활비가 크게 늘었다며 시장에서 채소 가격이 비싸졌다는 경험을 전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도 물가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달 초 물가관리운영위원회 6개월 점검 회의 이후 응우옌 반 탕 부총리는 각 부처, 기관, 지방정부에 올해 남은 기간 가격 수준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물가 압력을 키우는 요인을 더 면밀히 예측하고 조기 경보를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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