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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의 일.고.감 물러서지 않는 카메라, 다큐멘터리스트 하라 가즈오
2024년 10월 이탈리아 라벤나 나이트메어영화제 시상식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는 하라 가즈오 감독 하라 가즈오(原一男)는 1945년 6월 8일 태어나 올해 81세가 된 일본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1972년 뇌성마비 장애인 단체 푸른 잔디회를 다룬 <굿바이 CP>로 데뷔해 <가자 가자, 신군>(1987), <전신소설가>(1994), <센난 석면 피해배상 소송>(2017), <미나
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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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의 SNS 속 세상 "반찬 남겼으니 1000원 내세요"…학생들 향한 식당 요구에 갑론을박
식당에서 기본으로 제공된 반찬을 남겼다는 이유로 어린 학생들에게 1인당 1000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학생들이 반찬을 남겼다가 별도의 비용을 요구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에 따르면 당시 식당에는 초등학교 6학년 또는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찾아와 식사를 했다.
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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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트래블 픽 유황 온천에 몸 풀고 불멍으로 마음 비우고… 가을 '스파커버리'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웰니스 프로그램 따뜻한 유황 온천수에서 몸의 긴장을 풀고 밤에는 캐빈 앞에서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즐기며 마음을 채운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가 단순한 온천욕과 물놀이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아우르는 복합 웰니스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지에서 건강과 치유를 동시에 챙기려는 웰니스 관광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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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꿈'이었을까...삼천당제약의 '증명의 시간'128만 4000원(2026년 3월 30일)에서 12만 원(2026년 7월 29일)까지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 단 4개월 한때 시총 30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장의 황제주로 등극했다가 반년 만에 2조 원대로 추락한 삼천당제약 얘기다. 글로벌 100조 규모의 비만약 시장을 향한 토종 제약사의 도전은 부풀려진 '거위의 꿈'이었을까. 삼천당제약 주가는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하던 지난 3월 1주당 128만 4000원에서 현재 21만 1500원(10월 19일 종가)으로 수직 하강했다. 투자자들에게 '천당과 지옥'을 선사한 삼천당제약의 히스토리를 정리했다. ◆비만약 '주사제'에서 '알약'으로···주가 4만3233% 폭등의 기적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은 故 윤덕선 일송학원(한림대학교, 한림대의료원) 설립자의 차남으로, 1986년 안과용제 전문기업인 조선삼천당 인수를 통해 현 삼천당제약의 토대를 만들었다. 윤 회장은 '은둔형 오너'로 알려졌지만 매우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기존 합성의약품 제약사에서 2010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하며 당시로서는 생소한 '새로운 제형 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실제 삼천당제약을 글로벌 시장에 알린 계기는 먹는 형태의 비만약 플랫폼이었고, 기술 개발 성공을 계기로 주가도 폭발했다. 삼천당제약은 신기술 개발에 착수한 2013년 주가가 3000원대에 머물렀지만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극대화되던 지난 3월 130만원대까지 4만3233% 상승이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계약의 실효성, 기술력에 대한 의문 등으로 반년 만에 20만 원대로 추락했다. 삼천당제약이 개발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쉽게 말해 알약 형태의 비만·당뇨 치료제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약물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주사 형태의 플랫폼이 메인으로, 만약 먹는 형태가 주사를 대체할 수 있다면 복용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삼천당제약은 독자 플랫폼(S-PASS)을 활용해 오리지널사인 노보노디스크 흡수촉진제(SNAC) 없이도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대체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특허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는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인슐린 등 다른 펩타이드 의약품에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의약품에 적용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해외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 모델이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파트너사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의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계약은 약 1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과 제품 첫 판매 이후 10년간 파트너사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향후 10년간 15조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장밋빛 전망에 자본시장은 적극 화답했다. 앞서 유럽 계약을 통한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삼천당제약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제약사, 미래 가치는 어떻게 평가? 삼천당제약의 미래 가치가 약 4개월만의 '일장춘몽'으로 끝난 가장 결정적 원인은 계약 규모와 미래 현금흐름을 해석하는 회사와 시장의 시각차다. 의약품 개발에는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인체 흡수율 재현, 오리지널사의 특허 장벽 회피, 대량 품질 확보, 규제기관 품목허가 등 겹겹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가시화되지 않은 미래 매출을 확정된 가치로 치환하는 것은 시장의 착시를 부른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IB업계는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제약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NPV) 방식을 권장한다. 단순히 미래 예상 매출에 할인율을 곱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 순현금흐름에 연도별 할인율과 각 임상·허가 단계별 성공확률을 복합 계상하는 방식이다.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처럼 기술 허가나 상업화의 불확실성이 큰 제약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 유용한 지표다. 실제 이를 활용해 추산한 삼천당제약의 기대 수익은 회사의 발표와는 차이가 있다. 회사가 발표한 연평균 1조 5000억 원의 기대수익을 rNPV로 재접근해보면 양측의 시각차는 명확해진다. 향후 10년간 기대수익을 12%의 연 할인율(WIPO 기준 제약사 및 바이오 자본비용 평균치 조정값)로 고정한 뒤 성공 확률을 70%로 가정하면 현재 매출가치는 1조 1865억 원 정도다. 성공률이 50%로 떨어지면 기대수익은 8475억원, 30%로 떨어지면 5085억원으로 하락한다. 성공 확률이 규제당국의 허가 지연이나 특허 분쟁 등으로 20%포인트만 떨어져도 기대 가치는 수천억원 급감한다. ◆ 파티가 끝나면 꿈에서 깰 시간···삼천당제약의 '넥스트 레벨'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삼천당제약이 풀어야 할 숙제는 세 가지다. 우선 기술의 재현성이다. S-PASS를 적용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위고비(오리지널 주사제), 경구제(리벨서스) 대비 인체에서 유효한 흡수율과 약효를 보이고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둘째, 상업화의 실효성 및 특허 리스크 해소다. 1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과 90% 이익 분배 조건이 실행되려면 노보노디스크 등 오리지널사가 구축한 촘촘한 에버그리닝(Evergreening) 특허망을 법적으로 완전하게 회피해야 한다. 미·유럽 특허 침해 소송 리스크를 넘지 못하면 계약은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정보 공개의 투명성이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체결한 바인딩 텀시트(Term Sheet)가 실질적인 본계약으로 이행되는 과정, 마일스톤 수취 조건(임상 완료, 품목 허가, 판매 달성 등 단계별 정산 시점), 파트너사의 구체적 실체 등을 자본시장이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공시를 통해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리스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기술 데이터가 수치로 검증돼야 특허 회피와 상업화 가능성이 열리고, 계약의 재무적 가치도 평가할 수 있다.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를 꿈꿨던 토종 제약사의 도전은 '거위가 꾼 백조의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백조를 알아보지 못한 시장의 우매함'이었을까. 꿈에 부풀었던 기대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데이터로 입증할 증명의 시간이다.
한지연 기자 -
공포의 흑상어가 "우리 부캉이"가 되기까지지난달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부캉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는 모습 상어 한 마리가 부산을 들썩이게 했다. 3m 길이의 흑상어. 영화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포식자로 그려지지만, 북항에서는 달랐다. 사람들은 녀석에게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안부를 궁금해하고, 바다로 돌아가기를 응원했다.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한 달 넘게 머물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10월 21일 당국의 3차 유도 작업 끝에 수로 밖으로 이동했으나, 22일 오전 제1~2보도교 사이 수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캉이가 발견된 이후 21일까지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약 167만 8800명에 달했다. 모두가 부캉이를 보러 온 건 아니겠지만, 상어 한 마리가 지역의 명물로 떠오른 건 분명하다. 상어는 경계하거나 피해야 할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부캉이 앞에서는 걱정과 애정이 먼저 나온다. 수로 주변에 모여든 시민들은 부캉이에게 건강하게 바다로 돌아가라고 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은 왜 두려워하던 존재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 이름이 붙는 순간, 상어는 달라졌다 '상어'와 '부캉이'는 같은 동물을 가리키지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정보는 다르다. 식별 가능한 대상 효과(identifiable victim effect)는 사람들이 익명의 다수보다 이름과 얼굴, 사연이 있는 대상에게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동물에게도 이름이 붙고, 사진이 공개되고, 구체적인 사연이 생기면 반응은 달라진다. 22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전날 3차 유도작업으로 수로 밖으로 나갔던 상어 '부캉이'가 다시 재진입, 차단막 안으로 들어와 수로 안을 유영하고 있다. 바다에는 수많은 상어가 살아간다. 그중 일부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대다수 상어의 삶과 죽음은 사람들의 일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부캉이는 달랐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오늘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으며, 내일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할 수 있었다. 멀고 막연했던 생명에 이름과 사연이 생기자 관심의 무게도 달라진 것이다. ▲ 우리는 왜 상어에게 사람의 마음을 입힐까 부캉이를 둘러싼 보도에는 종종 사람의 감정이 묻어났다. 수로 출구 부근을 배회하는 모습은 마치 바다로 나가기를 망설이는 것처럼 묘사됐다. 부캉이가 실제로 무엇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기 싫었던 것인지, 새로운 공간을 경계한 것인지, 다른 이유로 특정 구역을 오간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행동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입힌다. 의인화(anthropomorphism)는 인간이 아닌 대상에 인간의 감정, 의도, 욕구를 부여하는 심리적 경향이다. 낯선 존재를 이해할 때 가장 익숙한 기준인 인간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현관 앞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고장 난 컴퓨터에는 "나한테 왜 이러냐"고 말하고, 오래 탄 자동차가 폐차될 때 괜히 미안함을 느낀다. 사람은 세계에 마음을 입히는 동물이다. 지난달 29일 1차 외해 유도작업 당시 부캉이의 모습 부캉이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수로에 오래 머무는 상어는 생태학적 관찰 대상이다. 하지만 부캉이는 어딘가에 갇혀 있는 존재이자, 사람들이 돌아갈 곳을 걱정하는 대상이 됐다. 그렇게 상어는 포식자를 넘어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존재가 됐다.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의인화는 공감을 키우는 가장 빠른 통로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도 관심과 도덕적 배려를 기울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인간의 감정을 지나치게 투영하면 동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가 바라는 것을 혼동할 수 있다. 상어의 야생성과 현실적인 위험은 지워지고, 인간이 상상한 이야기만 남을 수도 있다. ▲ 우린 부캉이가 떠난 뒤에도 상어를 사랑할까 사람들은 앞으로도 상어를 사랑할까. 부캉이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응원 속 수로를 떠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바닷속의 다른 상어들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인간의 공감은 편향적이다. 가까운 대상, 구체적인 대상, 이름 붙은 대상, 얼굴이 보이는 대상에게 먼저 간다. 멀고 추상적인 고통은 밀려난다. 그래서 한 마리의 부캉이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지만, 수많은 동물은 일상의 풍경으로 남는다. 사람은 모든 고통을 같은 강도로 느낄 수 없다. 그랬다면 우리는 하루도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뉴스에 나오는 모든 재난, 질병, 전쟁, 동물 학대, 빈곤을 같은 강도로 느낀다면 정신은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은 대상을 좁힌다. 하나를 붙잡고, 그 하나를 통해 세계 전체를 조금 느낀다. 부캉이는 그런 통로가 됐다. 한 마리의 생존을 걱정하면서 바다의 생태계와 멸종 위기 동물의 처지를 돌아볼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누군가는 그냥 귀여워했고, 누군가는 그냥 걱정했고, 누군가는 그냥 기사 제목이 보여 눌렀다. 그래도 사회적 감정은 그런 얕은 반응들의 집합 속에서 깊은 질문을 만들곤 한다. 반대로 부캉이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관심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인간의 공감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다. 한 존재에게 깊이 마음을 주는 능력과 그 밖의 수많은 존재에게 무심해지는 경향. ▲ 부캉이를 향한 마음의 정체 부캉이를 향한 반응은 인간의 선함만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편향, 상상력, 구경 욕망, 책임감도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대상을 선택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어떻게 사랑을 주고, 어떻게 책임을 묻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우리는 무언가를 걱정하면서도 그걸 즐길 수 있다. 재난 생중계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화면을 끄지 못하는 마음, 유명인의 불행에 아파하면서도 관련 기사를 계속 클릭하는 마음, 동물 구조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음 영상을 넘겨보는 마음…그 안에는 자신의 연민에 만족하는 심리도, 남의 불행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비하는 본능도 숨어 있을 수 있다. 21일 당국이 외해로 유도하기 위해 설치한 '폰툰'과 그물 등 장비 사이로 유영하는 부캉이를 시민들이 바라보는 모습 사람들은 부캉이를 걱정했고, 부캉이를 이야기로 소비했다. 부캉이가 무사하길 바랐고,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동물의 안위에 마음을 졸였고, 다른 수많은 동물의 고통에는 무심했다. 이런 모순을 인정하지 않으면, 부캉이의 사건도 귀여운 미담이나 과장된 호들갑 중 하나로 납작해질 테다. 우리는 부캉이를 사랑했을까, 부캉이를 걱정하는 시간을 사랑했을까. 그 둘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마음일지 모르겠다.
이동건 기자 -
'나는 솔로' 34기 영숙, 무례함엔 악의가 필요 없다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나는 솔로' 34기 영숙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거침없이 말한다. 불편할 수 있는 농담을 거리낌 없이 던지고,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요구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숙에겐 가식 없는 표현일 수 있다. 상대를 상처 주려는 악의가 아니라, 생각을 숨기지 않는 태도.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신에겐 솔직한 말이 상대에겐 무례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이해할 때 화장실을 둘러싼 대화에서는 영숙의 거침없는 화법이 유독 두드러졌다. 출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숙은 "쉬 마려워"라고 말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사용할 법한 표현을 처음 만난 이성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꺼낸 것이다. 이어 남성 출연자들이 영숙을 배려해 남자 숙소 화장실을 사용해도 된다고 하자, 영숙은 "앞으로 (남자들은) 변기에 앉아서 예의 있게 소변을 보라"고 말했다. 영숙에겐 편하게 주고받는 농담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신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행동을 바꾸라고 했기 때문이다. 미방송 영상에서 영수에게 던진 질문도 비슷하다. 영숙은 같은 다자녀 가정에서 자란 영수에게 "(남매가) 모두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냐"고 물었다. 상당히 사적이고 민감한 질문이다. 그런데 영숙은 자신의 말에 악의가 없다면서 "누군가가 제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관점 전환'은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에게 같은 상황이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하는 것이다. 영숙의 언행에서는 이런 조율이 충분치 않은 순간들이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상대가 그 말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영숙은 아무 남자에게나 술을 따르지 않는다며 "어디 여자가 함부로"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관념을 끌어와 자신의 행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자신이 부당하게 취급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뭐 노리개야?"라고 반발하며 여성을 수동적으로 취급하는 상황을 끌어왔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두 장면의 맥락은 다르지만, 영숙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은 흥미롭다. 그의 언행에서 나타나는 비대칭이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대우가 되는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숙의 화법은 예의를 몰라서라기보다, 자신의 의도와 경험을 기준으로 행동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수 있다.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표현이 상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 직설이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영숙의 화법은 어떤 반응을 얻으며 유지됐을까. 사람은 주변의 반응을 통해 무엇이 허용되는지 배운다. 직설적으로 말했을 때 사람들이 웃어주고, 거친 농담을 당당함이나 시원시원한 매력으로 받아들인다면 같은 방식으로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영식도 영숙의 가식 없는 모습에 호감을 보였다. 영숙의 거침없는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만약 영숙이 살아오면서 비슷한 반응을 자주 경험했다면, 화법을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특히 거친 농담은 상대가 불편함을 표현하기 어렵다.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웃어넘긴 반응이 말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참아준 말조차 자신에겐 통하는 농담으로 기억될 수 있다. ▲ 자신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규정할 때 1988년생인 영숙은 인테리어 자재 회사의 패브릭 팀 팀장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을 사람이 왜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에는 서툰 걸까. 직업적 능력과 관계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과 상대의 감정을 고려해 표현을 조절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그의 언행이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반복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숙의 모습은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자신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말이 상대에게 미친 영향까지 덮어주진 못한다. 영숙의 악의 없는 무례함은 배려를 배우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을 솔직하고 가식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 남성을 하대하지만, 연애하면 맞춰준다 영숙은 사전 인터뷰에서 "남성을 조금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조차 쉽게 대할 수 없는, 어른스러운 남자를 원한다고 했다. 평소 남성을 낮춰 대하면서도 정작 연애에서는 자신이 인정하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바라는 모습이다. 영호와의 데이트에서는 "보기보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편이다"라고도 말했다. 평소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과 달리, 연애에서는 자신의 방식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자기인식이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4기 영숙 이 발언들을 연결하면 영숙에겐 상반된 두 욕구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마음과, 자신이 인정할 만큼 성숙한 남성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거친 말투가 곧 거친 마음을 뜻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거침없음이, 정작 바라던 사람과의 거리를 더 벌리고 있진 않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이동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