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드라마 '허수아비'에 담긴 '값진 고구마', 다 삼켜낸 이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형사사건일 것이다. 1986년 첫 사건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이어진 10건의 여성 대상 강간·살해사건이, 2019년 마침내 진범이 밝혀질 때까지 33년 동안 미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이 지나 발달된 과학기술 덕분에 진범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비로소 명칭이 바뀌었다. &nbs
이수진 기자
-
이성진의 金맥 지도 "책 사도 신용점수 오른다고?"…'씬파일러' 품는 인터넷은행
책을 사거나 통신비를 꾸준히 납부하는 등 일상 속 데이터가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 대출과 연체 이력 등 금융정보 위주로 신용을 평가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소비 패턴과 생활 습관, 납부 이력 등 비금융 정보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성진 기자
-
김수지의 Moving Q 100여일 만에 총성 멎은 중동…車업계, 유가 등 '전략 계산' 분주
참고 이미지 중동전쟁이 100여 일 만에 종전 수순에 접어들며 자동차업계가 전후(戰後) 전략 마련에 분주해졌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 등 주요 비용 변수의 정상화 여부는 물론 중동 시장 판매 회복과 현지 생산거점 구축 속도까지 사업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합의 마무리"…기뢰 제거 등 유가 안정화 관건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미
김수지 기자
인기 컷 기사
-
"우리나라 민족성 공산주의가 딱"... 하이닉스 성과급 근황최근 반도체 업황 호황 속에서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며 산업 현장 전반으로 논쟁이 번지고 있다. 특히 하청 노동자를 넘어 급식·지원업무 등 이른바 ‘하청의 하청’까지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같은 현장에서 일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들 역시 성과급 지급을 촉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조선·건설 현장에서는 급식업체 등 간접 고용 노동자들까지 원청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등장,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원 인력까지 보상 체계 연동을 주장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이 배경에는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개정법으로 인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실제 일부 노조는 원청 기업에 성과급 등 이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확대되며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의 교섭 대상이 원청을 넘어 발주처까지 확장되는 사례가 나오고 교섭 의제 역시 임금·복지뿐 아니라 성과급과 직접 고용 문제까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의 갈등이 더 크게 나타난다. 대기업 정규직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상황에서 같은 생산 생태계에 속한 하청 노동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보상 분배를 요구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초과 이익이 커질수록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도 함께 증가하는 ‘성과급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하청업체는 물론 화물노조, 급식업체로부터 성과급 지급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농어민들까지 합세, 분배와 상생을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MBC 등 방송사 역시 '억대 성과급 나눠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해당 근황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들은 "한국인들 입으로는 반공을 주장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공산주의자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누리꾼들도 "우리 민족은 공산주의가 어울리는데 미국이 억지로 민주주의 옷을 입혀놓은 것, 사회 돌아가는 거 보면 공산주의가 딱이다", "우리나라 사회주의 공산주의 엄청 좋아한다. 법안 보면 죄다 통제하는 건데 찬성하고", "이런 미래를 본 노란봉투법, 대 재 명", "그냥 국민 성향이 공산주의에 가까움", "확실하게 여기저기 말도 안되는 짓이 벌어지는 거 보니 나라 망해가네", "미개해져 간다", "물질주의가 극한으로 치달아서 잘 나가는 사람의 돈이 내 것 빼앗아간 놈으로 보이니 여기저기서 달라고 앵앵 거리는 거 아닌가 싶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한편 이번 논란은 단순한 성과급 분쟁을 넘어 원청과 하청 간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누가 사용자이며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돼, 반도체를 시작으로 조선·건설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유사한 갈등이 이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민선 기자 -
'나는 솔로' 31기 옥순은 왜 관계의 중심에 서려 할까?▲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SBS Plus·ENA '나는 SOLO'에는 늘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직접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판을 읽고, 관계의 흐름을 만들고,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조율하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중심축이길 원하는 사람. 그런 캐릭터는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최근 31기 옥순의 모습이 그렇다. 옥순은 주변 인물의 불안과 욕망을 빠르게 읽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는 인물처럼 보인다. 정희가 정숙과 영식의 러닝 데이트에 하소연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옥순은 정희의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 "둘이 러닝복 입고 오는 거 열받지 않냐"고 반응한다. 표면적으로는 공감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정희의 불안을 낮추기보다 더 구체적인 장면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대화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공동 반추'와 닮아 있다. 공동 반추는 두 사람이 문제와 감정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현상이다. 문제 해결보다 감정 재확인에 머물 경우 불안과 우울을 더 키울 수 있다. 정희에게 옥순은 "내가 예민한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주지만, 동시에 그 불안을 계속 타오르게 만드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순자를 둘러싼 장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옥순은 룸메이트들과 이야기하며 "경수가 과연 순자를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순자가 경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처럼 해석한다. 더 논란이 된 건, 순자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다른 여성 출연자와 경수가 이어지길 바라는 듯한 말을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을 '뒷담화'로만 해석하면 옥순을 '무례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끝나게 된다. 더 깊게 보면 옥순은 관계 속 누가 누구와 이어질지,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누가 흐름을 잡고 있는지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 흐름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분위기로 미세하게 개입하려 한다. 이 같은 통제 성향은 이성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옥순은 가능성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더 빛나게 만들며 그 곁에서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해 보인다. 영호가 특별히 웃긴 말을 하지 않아도 옥순은 적극적으로 웃고 반응한다. 호감 표현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행위다. 영호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험이다. 별것 아닌 말을 해도 크게 반응해주고, 자신을 괜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옥순의 방식은 영리한 관계 전략이다. 사람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는 상대에게 강하게 끌린다. 옥순은 이 지점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상대의 매력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매력이 드러나도록 판을 만들어준다. 다만 이 기질은 양면적이다. 상대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이 이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해질 수 있다. 상철과의 대화에서 그런 면이 드러났다. 상철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자, 옥순은 공격적인 말투로 선을 그었다. 이는 실망감이라기보단 통제감 상실에 대한 반응처럼 보인다. "나는 당신을 선택지에 둘 수 있지만, 당신이 나를 선택지 중 하나로 두는 건 불쾌하다"는 듯한 반응. 관계에서 통제감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모습. 불안한 사람은 상처받기 전에 먼저 밀어내고, 버림받기 전에 먼저 차단하려 한다. 그래서 옥순의 언행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주도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관계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크게 흔들린다. 타인을 잘 읽지만, 그만큼 타인을 자신의 관계 전략 안에 배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옥순이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관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인해야 안심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조력자, 해석자, 대변인, 설계자가 될 때 가장 살아나는 인물. 항공사 전략기획팀 소속 옥순의 대변인 활동 이력도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변인은 누군가의 말을 대신 정리하고, 해석하고, 외부에 전달한다. '나는 솔로' 속 옥순 역시 종종 타인의 감정과 관계를 해석하고 대신 말하는 위치에 선다. 우연일 수 있지만, 그의 관계 방식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지난 방송 후 쏟아진 시청자들의 원성은 옥순이 강해서가 아니다. 그 강함이 타인의 감정 위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희의 불안은 더 커졌고, 순자는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관계의 가능성을 평가받았으며, 상철은 솔직한 혼란을 드러냈다가 차갑게 밀려났다. 옥순은 사람을 움직이는 법을 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말에 반응하며, 어떤 위치에 서고 싶어 하는지 빠르게 감지한다. 좋은 능력이다. 다만 관계에서 중요한 건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만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흐름 안에서 누군가가 작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감각도 필요하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일수록, 가까운 곳의 표정을 놓치기 쉽다. 얼핏 보면 옥순은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강함은 어쩌면, 관계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이동건 기자 -
'나는 솔로' 31기 영숙은 왜 "나도 오열해?"라고 말했을까?▲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연애는 시험도, 투자도, 경기도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사랑까지 경쟁으로 이해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설득이나 교감이 아니라 승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눈물마저 판세를 흔드는 변수로 읽는다. ENA·SBS Plus '나는 SOLO' 31기 영숙의 언행이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산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가 목표지향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숙의 목표지향성이 관계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아픈 장면들을 만들었을 뿐이다. 영숙은 자기소개 때부터 목표지향성이 강한 인물로 소개됐다. 기금 운용 공기업 11년 차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까지 노후 준비 강사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목표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이라고 설명했고, 30대 초반까지는 운동에 몰입하다가 '자본주의를 깨닫고' 주말마다 임장을 다녔다고 밝혔다. 내 집 마련, 투자 의지, 경제적 준비는 그에게 중요한 삶의 기준으로 보였다. 목표지향성은 현대사회에서 강력한 생존 기술이다. 목표를 세우고, 자원을 모으고, 시간을 투입하고, 결과를 만든다. 이런 사람은 삶을 흘러가는 대로 두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고, 기회를 만들고,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고 가려 한다. 성취목표 이론(Achievement Goal Theory)은 목표를 두 갈래로 본다. 하나는 배우고 성장하는 데 초점을 둔 숙달목표(Mastery Goal), 다른 하나는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수행목표(Performance Goal)다. 전자가 과정과 성장에 무게를 둔다면 후자는 결과와 비교, 인정에 더 민감하다. 영숙에게서 도드라진 모습은 후자다. 지난 방송에서 영숙은 달리기 미션 이후에도 그 장면을 여러 차례 되짚었다. 그에게 달리기 미션은 게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슈퍼데이트권을 둘러싼 경쟁이었고, 경수의 마음을 향한 상징적 승부였다. 순자와의 달리기 대결에서 넘어지며 1등을 놓친 영숙. 이후 옥순이 "우리 마음속의 1등은 영숙님"이라고 위로하자 영숙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누군가의 다리에 걸려서 넘어진 것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순간 영숙은 객관적 결과와 별개로, 정서적 판정 안에서 1등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비쳤다. 사람은 실패했을 때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내가 졌다"보다 "내가 방해받았다"는 해석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자기 보호적 귀인(Self-serving Bias)은 성공을 자신의 능력과 노력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운이나 상황, 타인의 영향으로 돌리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나아가 의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적대적 귀인 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으로 설명된다. 물론 영숙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몰아갔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내면은 몇 장면으로 재단할 수 없다. 다만 화면 속 영숙은 패배를 패배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이 밀린 이유를 다시 구성했고, 그 과정에서 순자의 승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이후 더 큰 장면이 나온다. 순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경련 증세를 보였고, 결국 응급실로 이동했다. 순자는 여자 숙소에서 자신을 둘러싼 출연자들의 대화를 듣고 힘들어했고, 경수의 애매한 태도까지 겹치며 증상이 심해졌다. 경수는 순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뒤, 영숙에게 쓰기로 했던 슈퍼데이트권을 순자에게 쓰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경수가 영숙에게 슈퍼데이트권을 쓴다고 해서 순자가 오열했을 것"이라는 동료 출연자의 추측에 영숙은 "나는 왜 뛴 거냐"며 "나도 한 번 오열해?"라고 토로했다. 순자가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상태였다. 순자의 눈물이 경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건 영숙이 그 눈물을 어떻게 읽었는지다. 영숙은 몸으로 뛰었고, 넘어졌고, 패배도 감수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순자가 눈물 하나로 경수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처럼 비쳤다. 정정당당한 구애 경쟁이 '생떼'에 의해 뒤집혔다는 억울함. 그래서 "나도 오열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에는 "그것도 전략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영숙의 세계에서 순자의 감정은 고통이기 전에, 공정한 승부를 흐리는 변수로 읽혔다. 일종의 반칙처럼 느꼈을 수 있다. 그래서 이후 경수와의 1대1 데이트에서도 영숙은 "(경수가) 순자와는 밖에서 오래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동정 때문에 그 사람을 선택하는 게 맞냐"고 말한다. 경수의 선택이 감정에 휘둘린 것인지 따져 묻는 방식이었다. 이때 영숙의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제로섬 사고다. 제로섬 마인드셋(Zero-Sum Mindset)은 타인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을 의미하며, 세상의 자원이 한정돼 있다고 보는 세계관이다. 사랑은 제로섬이 아니다. 경수가 순자를 걱정한다고 해서 영숙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순자가 아프다고 해서 영숙의 노력이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로섬 렌즈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은 공존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내 몫을 빼앗는 변수로 읽힌다. 경수 앞에서 영숙이 약한 모습을 보인 장면도 이 맥락 안에서 읽힌다. 그는 달리기 이후 부상과 숨 가쁨을 어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순자의 힘듦이 경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판단한 뒤, 자신 역시 취약성을 관계 안에서 활용 가능한 수단처럼 다루는 모습. 순자가 어떤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보다, 그 아픔이 경수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더 크게 들어온 듯했다. 경쟁 상황 속에서는 타인의 감정이 보이지 않고, 나의 목표를 돕거나 방해하는 변수로 먼저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면은 앞선 광수와의 데이트 장면에서도 드러났다. 영숙은 자신을 1순위 호감 상대로 선택한 광수와의 데이트에서 서먹한 분위기를 보였고, 당시 자신의 관심 상대였던 영철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광수가 "영철님 앞에서 영숙님이 가장 진실한 텐션으로 웃은 것 같다"고 말하자, 영숙은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후 숙소로 돌아온 광수는 혼자 눈물을 흘렸고, 영숙은 영철을 찾아가 자신의 감정을 어필했다.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고, 진정한 관계를 찾아간다는 건 좋은 일이다. 마음이 없는 상대에게 억지로 호응해야 할 의무도 없다. 다만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온 사람에게 최소한의 존중을 보일 수는 있다. 그건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따뜻하게 보내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광수의 마음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영철을 향한 영숙의 궁금증과 깨달음 속에서 광수는 소모품처럼 남았다. 영숙의 약점은 감정이 없다는 게 아니다. 감정은 많았다. 자존심, 서운함, 억울함, 질투, 성취감, 불안이 모두 강하게 드러났다. 다만 자신의 감정이 커지는 순간, 타인의 감정 위치는 실감하지 못했다. 상대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내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서 순자의 힘듦은 고통이 아니라 변수로, 광수의 진심은 마음이 아니라 배경으로 밀려났다. 이런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질까. 물론 방송만으로 영숙의 성장사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경쟁형 인간의 성향은 몇몇 환경에서 강화된다. 첫째, 성과로 인정받아온 환경이다. 잘해야 인정받고, 이겨야 주목받고, 증명해야 사랑받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을 결과로 설명하는 데 익숙해진다. 둘째, 감정보다 결과가 우선인 환경이다. 자신의 감정이 충분히 받아들여진 경험이 적으면, 타인의 감정도 보호해야 할 신호가 아니라 부담스럽거나 불공정한 변수로 보일 수 있다. 셋째, 자원이 한정돼 있고 밀리면 끝난다는 희소성의 세계관이다. 투자, 임장,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같은 언어는 현실 감각과 실행력의 증거다. 다만 이런 사고방식이 관계의 영역까지 그대로 들어올 때, 사람의 마음마저 선점하고 확보해야 할 대상으로 오해될 수 있다. 삶의 어떤 영역에서는 남보다 빨리 뛰어야 이긴다. 하지만 연애에서는 빨리 뛰는 사람이 반드시 사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영숙은 좋은 면이 많은 사람이다. 추진력 있고, 욕망을 숨기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기회를 만든다. 남에게 인생을 맡기지 않는다. 일과 자산 관리, 자기계발 영역에서는 큰 힘이 되는 특성이다. 끝내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 성과도, 돈도, 자리도, 인정도. 사랑은 때로 용기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영숙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원하는 관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 추진력은 그의 매력이자 힘이다. 다만 사랑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힘만큼, 상대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함께 살피는 능력도 필요하다. 영숙의 행동이 낳은 불편함은 사랑을 향한 의지가 너무 강해서가 아니라, 그 의지가 때때로 타인의 마음을 지나쳐버린 순간에 있었다.
이동건 기자




![고혜영의 주린이 투자노트 : [주린이의 투자노트]는 주식 초보의 시각에서 주식시장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 고혜영 증권부 기자](https://image.ajunews.com/images/site/news/kr/dlab/img/cnr_08.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