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추석 강타한 '월병 전쟁'... 70년 노포 인산인해에 대리구매까지

  • 월병 하나 사려고 2시간 줄서... 하노이·호찌민 뒤덮은 '추석 장사진'

  • 긴 대기시간이 새 일자리로... 대신 줄 서주고 개당 최대 1만5000동 받아

월병을 사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사진베트남 독자 제공
월병을 사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사진=베트남 페이스북 월병 커뮤니티 갈무리]

베트남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중추절(뗏 쭝 투)을 하루 앞둔 24일, 하노이와 호찌민의 오래된 월병 가게 앞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구매 수량을 제한해도 줄은 쉽게 줄지 않았고, 한 시간을 기다리고도 원하는 월병을 사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한국의 ‘성심당 오픈런’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으로 줄이 길어지면서 돈을 받고 대신 기다려주는 ‘월병 대리 구매’도 명절철 부업으로 자리 잡았다.
 
1인당 ‘한 쌍’만…70년 된 하노이 월병집 앞 장사진

24일(현지 시각) 하노이 서호 지역 투이퀘 거리에는 전통 월병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월병은 베트남, 중국 등에서 중추절을 맞아 먹는 과자로 매년 이때쯤이면 너도나도 월병을 사려 몰린다. 가장 붐빈 곳은 1954년 문을 연 ‘바오프엉’이었다. 하이퐁에서 제빵 기술을 배운 창업주가 세운 가게로 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매체 건강과생활신문(SKĐS)에 따르면 이날 바오프엉은 손님 한 명당 월병을 한 쌍, 즉 2개까지만 판매했다. 하노이에 사는 A씨는 월병 6쌍을 사려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한 쌍만 구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가족 모두 이 집 월병을 좋아하는데 이것밖에 못 샀다”고 말했다.

물량이 쉽게 동나는 이유는 생산 방식에 있다. 바오프엉은 월병을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두지 않고 그날 판매할 양을 중심으로 만든다. 찹쌀 월병은 보관 기간이 약 5일, 구운 월병은 약 7일에 불과하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수요가 생산 속도를 앞지른다. 지난 22일 오후에는 준비한 제품이 모두 팔리면서 “밤 9시에 다시 판매한다”는 안내가 붙기도 했다. 20년 넘게 이 가게 월병을 사 왔다는 B씨는 30분을 기다린 뒤 추가로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줄을 떠나지 않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바오프엉의 월병은 개당 8만~11만동(약 4300~5900원) 수준이고 4개들이 한 상자는 36만~38만동(약 1만9000~2만원)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오래된 가게를 다시 찾는 이유는 익숙한 맛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은 전통 월병 가게가 북적이는 반면 일부 현대식 월병 판매대는 한산하다며 시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줄 대신 서 드립니다”…호찌민선 대리 구매가 부업
월병을 직접 만드는 베트남 시민들 사진베트남 독자 제공
월병을 직접 만드는 베트남 시민들 [사진=베트남 페이스북 월병 커뮤니티 갈무리]

호찌민에서도 오래된 월병 가게를 중심으로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최대 화교 거리인 5군의 쩌런 일대에서는 1985년 문을 연 ‘프엉 디엠 투언’과 80년 가까이 차오저우식 월병을 만들어 온 ‘찌에우 민 히엡’에 손님이 몰린다. 프엉디엠투언은 성수기에는 줄 선 사람이 100명을 넘는 날도 있다. 한 사람당 최대 세 상자, 12개까지만 살 수 있고 인기 있는 맛은 별도로 수량을 제한한다.

이런 불편을 파고든 것이 ‘대리 구매’다. VN익스프레스가 음력 8월 초부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본 결과 “월병 대신 사 드립니다”, “줄 대신 서 드립니다”라는 글이 수백 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호출 기사와 대학생, 프리랜서 등이 주로 이 일을 맡는다.

쩌런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단골손님들의 부탁이 늘자 월병 대리 구매를 부업으로 삼았다. 손님이 제품과 수량을 정하고 대금의 절반을 보내면 대신 줄을 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수고비는 월병 한 개당 1만~1만5000동(약 530~800원) 수준이다.

시즌 초에는 30분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음력 8월에 들어선 뒤에는 두 시간 이상 기다리는 날도 생겼다. 차량 호출 기사 D씨도 운행 사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대리 구매에 나선다. 그는 월병 한 개당 1만5000동을 받고 하루 10만~15만 동(약 5300~8000원)을 번다고 전했다. 그는 “큰돈은 아니지만 비가 와서 콜이 없는 날에는 부족한 수입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호찌민 FnB아카데미의 쩐 쭝 히에우 원장은 “인기있는 전통 월병 가게는 수십 년 동안 맛과 품질, 가격을 유지해왔다”며 “1년에 한 번뿐인 명절이라 오래된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량은 한정돼 있고 대기시간은 길다 보니 멀리 사는 사람들은 직접 몇 번씩 줄을 설 수 없다”며 “이들이 파는 것은 월병이 아니라 자기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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