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끌어들인 日 5500억 달러 대미투자…달러 조달 숨통

  • 씨티·JP모건·JBIC, 가스화력 2곳에 5000억 엔… 日정부가 손실 위험 보증

  • 日은행 부담·엔저 우려 덜어… 일본 기업 실익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초일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약 80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가 자금 공급자로 참여한다. 미국 대형 은행이 달러를 빌려주고 일본 정부가 손실 위험을 보증하는 구조다. 민간 자금 공급의 주체가 1차 사업의 일본 은행에서 2차 사업의 미국 은행으로 바뀌는 셈이다. 대미 투자 실행의 최대 난관으로 꼽혔던 대규모 달러 조달에 일단 숨통이 트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6일 씨티와 JP모건이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인 국제협력은행(JBIC)과 함께 대미 투자 2차 사업에 자금을 공급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도 26일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JBIC의 융자에 더해 외국 은행의 융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사업에는 미국에 차세대 원자력발전소와 가스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총사업비는 최대 12조 엔으로, 1차 사업의 두 배 규모다. 씨티와 JP모건은 우선 JBIC와 함께 가스화력발전소 2곳에 모두 약 5000억 엔(4조 4530억 원)을 빌려준다. 세 기관이 각각 융자액의 3분의 1을 부담하며 일본 민간은행은 참여하지 않는다.

앞으로 새로운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융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달러 자금이 풍부한 미국 은행을 끌어들여 일본 은행들이 대규모 달러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일본 재무성은 미국 은행의 참여로 “외화 조달도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미 투자의 최대 과제는 막대한 달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지금까지 미·일 양국이 합의한 사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민간은행이 조달해야 할 달러는 40조 엔을 넘는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은행의 해외 대출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40조 엔이다. 기존 해외 대출의 약 30%에 해당하는 자금이 대미 투자만으로 추가되는 셈이다.

일본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를 마련하려면 외화예금을 늘리거나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 달러 매입이 이어지면 엔화 약세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4월 시작된 1차 사업의 민간 융자는 3대 은행이 맡았다. 이들은 2차 사업 이후에도 융자를 이어가려면 대규모 달러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에 우려를 전달해 왔다.

3대 은행은 재무성·일본은행과 중장기 달러 확보 방안을 협의하며 지원을 요청해 왔다. 외환자금특별회계 활용과 일본은행의 달러 자금 공급, JBIC의 융자 확대 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은행의 참여로 당장의 부담은 줄었지만, 대미 투자 전체에 필요한 달러가 모두 확보된 것은 아니다.

일본무역보험(NEXI)은 미국 은행의 융자분을 보증해 손실 위험을 낮춘다. 씨티와 JP모건은 일본 정부의 보증 아래 일본의 대미 투자 사업에서 수익을 얻게 된다. 반면 현지 사업을 담당하는 일본 기업에 이익이 얼마나 돌아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대미 투자는 지난해 7월 미·일 양국 정부가 당초 일본산 자동차 등에 부과됐던 약 25%의 관세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투자 대상을 선정해 일본에 통보하면 일본 측은 45영업일이 지난 뒤 달러화 자금을 융자해야 한다. 지난 3월 중순 합의한 2차 사업 가운데 화력발전소 관련 융자는 해당 기한에 맞춰 집행될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23일 새 관세를 발표했다. 일본에 적용되는 세율은 12.5%로 정해졌다.

일본은 한국과 유럽연합(EU)보다 먼저 복수의 투자 사업과 자금 조달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23일 조선 분야의 대미 투자를 본격화한 만큼, 미국 은행과 정부 보증을 결합해 달러 조달 부담을 나눈 일본의 방식은 한국의 대미 투자 추진 과정에서도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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