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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 日에 이어 中에 대해서도 무역적자 만성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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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7-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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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중(對中) 무역, 구조적인 적자로 변질 가능성 농후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세계 경제에 하방 압력이 거세다. 원자재 파동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무역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제조업 혹은 수출 강국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일본, 한국 등이 대표적인 국가다.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31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었다. 독일 다음으로 강소기업을 많이 가진 일본은 무역수지 흑자와 적자를 거듭하다 최근 대규모 적자로 인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 14년 만에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에다 7월 들어서도 적자 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는 66년 만에 역대 최고치인 103억 달러에나 달했다. 무역수지 비상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암시한다.

수출 상품의 원자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에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은 치명적이다.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면 적자가 줄어들겠지만 적자 내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새겨볼 대목이 있다. 대일 무역적자가 3년 연속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일시적으로 2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수입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통계를 보면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한국은 경쟁국과 비교해 열세다. 전반적으로 일본 시장에 관한 관심이 식으면서 수출에 대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일본 시장이 까다롭고 어렵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고 쉬운 시장만 찾아다니는 것이 다반사다.
 
최근 일본 국내 시장 상황을 보면 우리 수출을 늘릴 호기가 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된다. 디지털화 지연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약화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의 성장 엔진이 식으면서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고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다. 자국 상품 구매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수입 상품에 대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난공불락이라고 하는 일본 가전(家電) 시장에서 LG전자 올레드(OLED) TV가 사상 처음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 10%를 뛰어넘었다(12.6%). 마침내 한국 상품의 기술력과 독창성이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를 본격 온라인으로 출시하면서 매출 신장을 노리고 있다. 모처럼 들려오는 낭보다.
 
상반기 우리 무역적자보다 더 큰 무역적자가 한·일 간 교역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정부가 2019년 한·일 간 정치적 갈등 확대로 소·부·장 수입 대체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양국 간 산업구조를 볼 때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의존 비율을 소폭은 줄일 수 있겠지만 수출이 늘어나면 이에 비례하여 수입이 늘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질수록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열정이 퇴색한다. 일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수입처를 전환하는 데만 몰두한다. 정치적 이유에 편승해 일본 시장 진출이나 기업 간 협력을 회피한다. 이제 매듭을 풀어야 할 시기이고, 수출로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 전략 다시 짜고 일본 시장 공략 서둘러야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보다 훨씬 더 우려스러운 형태가 한·중 간 교역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1992년 수교 이후 한 번도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보인 적이 없지만 지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무역이 승승장구해온 비결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우리 무역수지 흑자 중 86%가 중국에서 비롯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근래 5년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보다 수입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무역흑자 규모도 29%나 감소했다.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도 3년 전부터 대만에 양보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고, 일본과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판세다. 일시적이지 않은 구조적인 적자로 변질되면서 고착될 수 있는 징조가 감지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직접적 원인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생한 원자재 가격 폭등에서 기인한다. 국내 5대 제조업 핵심 원자재 90%가 중국산이다. 소·부·장 자립화를 선언하면서 고작 나타난 결과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만 크게 높였다. 중국산 공급이 끊기면 K-제조업이 속수무책으로 멈추어 선다. 제조업 생태계가 중국에 휘둘리고 있으니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본에서 빼 중국으로 옮기더니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그리 어렵다.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만 쳐다보는 꼴이 연일 반복된다.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런 시각으로만 무역적자를 평가하는 것은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이 우리 턱밑까지 근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으론 미국 등 서방의 봉쇄로 중국이 고립되면서 제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애국 소비(國潮·궈차오)’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설 자리가 없어진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이 연일 줄을 잇는다. 반면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은 갈수록 거세다. 일본에 시달리고 있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중국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한국 무역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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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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