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인 한온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우드브리지에 전동컴프레서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과 미국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로 부품값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한온시스템 캐나다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90만대분)는 지난해 미국 내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량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온시스템은 캐나다 벨빌에서도 냉난방공조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부품은 친환경차 핵심 부품으로 물량을 줄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관세를 적용해 미국에 수출을 해도 부품 값이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주 시장은 한온시스템 전체 매출 중 39%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기지다.
부품 값이 오르면 최종재인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의 가격 인상 릴레이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5만5544달러(약 8100만원)로 내연기관차를 12% 웃돌았다. 멕시코에 진출한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부품 업체에 대한 관세도 부과되면서 연초 차량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서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해 생산량 36만67대 중 7%인 2만2600대를 수출했는데 여기에 일부 캐나다 수출 물량도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면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 인건비 등이 요구된다"며 "물량 조정 등을 통해 4년간 버티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국내 자동차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 일본 등 자동차 협회와 동맹을 맺고 관세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지율 하락으로 사임하기로 한 것도 악재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세액공제 형태로 150억 캐나다달러(약 15조5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생산 보조금을 책정하고 LG에너지솔루션 등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정권이 바뀌면 관련 정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트럼트 당선이 유력해진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를 내는 등 관세장벽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의 미국 공장(합작법인 포함) 8곳 중 5곳이 올해 가동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퀸크릭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파예트카운티 공장과 서네버 공장도 올 하반기 중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인 랜싱 공장(얼티엄셀즈 3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법인이 지분을 전량 사들여 도요타 등으로 배터리 고객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이 캐나다에 건설 중인 양극재 공장도 관세장벽 때문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앞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캐나다 공장 가동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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