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지났지만 내놓은 정책은 태산처럼 쌓였다. 취임 이후 60여 일 동안 나온 대통령 행정명령이나 메모랜덤만 해도 벌써 140개에 달할 정도로 수없는 정책과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통상 분야나 경제 분야만 해도 정부가 소화하기 어려울 만치 많은 지시나 조치가 내려졌다. 현재까지 나온 트럼프 2.0 정부의 경제정책을 종합해 보면 크게 다섯 가지 큰 흐름이 읽힌다. 즉, <1>미국 최우선 교역정책 <2>국가안보 중시 <3>에너지·자원 우월성 확보 <4>과학기술 및 AI 리더십 확보 그리고<5>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미국 최우선 교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역정책은 트럼프 2.0 정부의 가장 핵심적 정책으로 트럼프 1.0과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트럼프 2.0은 과거 북미FTA를 허물고 구축했던 USMCA마저도 무너뜨릴 예정이다. 멕시코와 캐나다 모든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은 미국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우방도 무시하고 이웃도 배격하겠다는 각오이다. 그러나 미국 최우선 교역 정책은 아직 윤곽이 다 드러난 것은 아니다. 일차적으로 미국 최우선 교역정책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각 부처에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명령을 해 놓은 상태다. 각 부처는 소위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종합 계획'을 4월 초까지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발표되면 트럼프 2.0 정부의 정책은 확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 계획안에 담길 핵심적인 내용은 (1)불공정무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 (2)WTO는 물론 한·미 FTA 등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한 다음에 폐지하거나 혹은 재협상을 할 것 (3)외국의 관세 혹은 비관세장벽 등 차별적인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대책 (4)환율 조작에 대한 조사와 대책 그리고 (5)근본적인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방안이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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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문제를 미국의 교역 문제에 결부시킨 것은 트럼프 1.0 정부의 가장 획기적인 공적 중 하나다. 쿠바 위기 사태 이후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56년 만에 다시 꺼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해 25%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고 자동차로 확대 적용하려 했던 조치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지 모든 수입품에 대해 검토하라고 명령하고 그에 더하여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출 규제 조치까지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우월성(dominance) 확보
트럼프 2.0 정부가 이전 1.0 정부와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에너지·자원의 우월성에 대한 민감한 집착이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의 글로벌 우월성을 장악하기 위하여 거의 무제한적인 탐사·발굴을 촉진하고 규제를 풀겠다는 각오다. 이를 법정부적으로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에너지우월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에너지 광물 자원 개발을 방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가 자연 혹은 기후변화를 염려하여 중첩적으로 쌓아왔던 규제를 없앨 뿐만 아니라 그린 뉴딜 혹은 전기차 의무화 조치 혹은 우대 조치마저 폐기할 태세다. 이러한 조치는 앞으로 연방 차원은 물론 지방정부, 민간단체와 첨예한 갈등을 초래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
과학기술 및 AI 리더십 확보
트럼프 2.0 정부는 과학기술과 AI의 발전을 국가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올려놓은 최초의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온 것이 별로 없다.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PCAST)를 구성한다는 것과 AI크립토 차르 데이비드 색스를 임명한 것과 디지털 핀텍크기술의 리더십을 선언한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런 위원회만 가지고 과학기술이 창달될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규제 완화
이제까지 나온 트럼프 2.0 정책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는 규제 완화 부문이다. 에너지 개발·탐사에 관한 규제를 즉각적으로 철폐하고 심해탐사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제거하며 에너지 관련 투자 제한도 거의 즉각적으로 없애라고 지시했다. 머스크를 수장으로 임명한 정부효율성부(DOGE)가 연방 공무원 수만 명을 해임하며 각 부서에 지출 감액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조치는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앞으로 새로운 규제를 내놓는 경우 과거 규제 10개를 없애라는 10:1 원칙은 매우 파격적이다.
트럼프 2.0 정책의 허점
첫째 문제는 실효성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린 명령의 내용은 지난 100여 년간 미국 의회가 다루며 고심해 왔던 통상의 모든 문제점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과연 대통령 명령 하나만으로 수십 년 된 문제들이 깔끔하게 해소되겠냐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 정책에 대한 저항도 곳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또 불공정무역에 대한 미국의 무역법 규정이나 외국의 차별 조치에 대한 조치법, 통상협정에 관한 법 등 거의 모든 조치가 미국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문제들인데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2026년에 있을 총선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석을 유지하지 못하면 트럼프의 정책은 그날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문제는 교역상대국의 보복 조치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의 유예에서 보듯이 교역 상대국이 관세로 보복하는 경우 여론의 압박을 우려한 트럼프 정부가 정책을 되물릴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국의 보복이나 유럽에 대한 관세 조치가 확정되는 경우 유럽의 반발 조치에 따른 미국의 대응 여부는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착된 자유무역정신의 퇴조가 가져올 불확실성이다. 19세기 말 리카르도의 상대우위론에 입각하여 당시 최강국이었던 영국이 주창하고 미국이 계승했던 자유무역주의는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해 온 것이 확실한 정설이다. 이제 자유무역주의가 퇴조하고 쌍무적 보호주의가 고착되면 미국 경제는 지금보다 나아질지 몰라도 세계 경제 성장은 확실히 정체될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 2..0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80% 경제를 교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대의 고비를 맞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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