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BOJ, 16일 회의서 31년 만의 1% 금리 '유력'…시선은 이미 '다음' 인상 시기로

  • "1%론 물가 못 잡아"... 이례적 총재 부재 회의


  • 금리는 올리고 국채는 계속 사주고… 美 재무장관까지 등 떠밀어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건물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건물[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0.75%에서 1.0%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1%대 진입이다. 그런데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정작 이번 인상보다 '그 다음 인상'에 쏠려 있다. 한 번 올리는 것만으로는 물가를 잡기에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닛케이는 15일 시장이 이번 인상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반년에 한 번꼴로 금리를 더 올려 2027년 말에는 1.75%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이 1% 인상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물가에 있다. 오랫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는 나라'로 통했던 일본에서 이제는 앞으로 물가가 꽤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시장이 내다보는 일본의 향후 물가 상승률 기대치는 11일 기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실제 물가가 아니라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인플레이션 국가 미국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쓰루타 게이스케 수석 채권전략가는 일본은행의 더딘 인상 속도로는 이런 물가 기대를 가라앉히기 어렵다고 짚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은행이 정반대 방향의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 한다는 점이다. 한 손으로는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동안 줄여오던 국채 매입을 더는 줄이지 않으려 한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계속 사주면 그만큼 시장에 돈이 풀리고 국채 값도 떠받쳐진다. 그리고 금리가 더 뛰는 것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7년 4월부터 매입 규모를 월 2조 1000억 엔(약 19조853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채 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막으려는 절충책이다. 다만 닛케이는 씀씀이를 늘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살림을 일본은행이 사실상 뒤에서 받쳐주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시선을 전했다.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국채 매입 축소를 멈추기로 '거래'했다는 일부 증권가의 관측도 함께 소개했다.
 

우에다 총재 '궐석'


이번 회의에는 한 가지 이례적인 대목이 있다. 일본은행 수장인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자리를 비운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0일 우에다 총재가 입원했다고 밝혔다. 현직 총재가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다만 총재가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인상이라는 결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은 집행부가 안건을 내고 정책 위원 다수의 찬성으로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시장은 총재 부재가 이번 인상 전망 자체를 뒤집을 변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총재 부재가 진짜 변수로 떠오르는 곳은 따로 있다. 회의 뒤 기자 회견이다. 이번 회견은 우에다 총재 대신 내부 출신으로 실무를 오래 다뤄온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가 맡는다. 그가 공개 석상에서 금융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어서, 회견에서 나올 한마디 한마디가 엔화 환율과 국채 금리를 크게 흔들 수 있다.

마침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뚝 떨어진 점도 변수다. 기름값이 잡히면 물가를 밀어 올리던 압력도 한풀 꺾이기 때문이다. 다만 닛케이는 유가가 안정되면 오히려 경기 침체 걱정이 줄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기는 더 쉬워진다고 봤다. 이번 합의가 1% 인상 방침을 뒤집을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인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입김도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은행의 더딘 금리 인상이 엔화 약세의 주범이라고 보고, 일본에 인상을 우회적으로 압박해 왔다. 50차례 넘게 일본을 드나든 '지일파'인 그가 특히 경계한 것은 일본이 2022년 영국의 '트러스 쇼크'를 되풀이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영국은 재원 대책 없이 대규모 감세를 내놨다가,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금리는 폭등하고 파운드화는 급락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보였다. 올해 1월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는데도 엔화는 함께 약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그 나라로 돈이 몰려 통화가 강해지는데, 정반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를 통계적으로 100만 번에 서너 번 나올 법한 '6시그마'급 이상 현상이라고 불렀다. 시장이 일본의 재정과 통화를 한꺼번에 믿지 못한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결국 진짜 승부는 '다음 인상', 더 나아가 '그다음 인상'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1% 인상까지는 잠자코 지켜본 다카이치 총리가 추가 인상에도 같은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고 싶어 하고, 일본은행은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더 올리고 싶어 한다. 31년 만의 1% 진입은 긴축의 끝이 아니라, 정부와 일본은행이 벌일 줄다리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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