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와 한국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최종제품 수출뿐 아니라 공급망, 한국 경제 근간까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오는 4월 초 자동차 관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면서 동맹국을 대상으로도 보편관세를 매기고 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대 미 수출액이 347억4400만 달러로 49.1%에 달했다. 수출 규모 면에서는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106억8000만 달러)의 3배에 달한다.
대미 자동차 수출국 순위에서도 2023년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4위에 랭크되는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한국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 국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한 양은 4만7190대(21억 달러·약 3조원)에 그친다. 자동차 부문에서만 미국의 무역적자가 약 50조원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현지 증산으로 국내 감산이 이어지며 고용 축소와 공급망 위축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170만8293만대를 판매했다. 향후 현대차가 미국 공장에서 120만대를 생산하면 국내 생산은 약 50만대까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자동차 부품 생산까지 축소되면 이는 곧 완성차업체의 공급망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관세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50만대), 앨라배마공장(33만대), 조지아공장(35만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끌어올려 현지 생산량을 최대 118만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부터는 HMGMA에서 아이오닉 9과 아이오닉 5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