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우 미·중이 격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도 고부가가치 영역은 엔비디아의 하청업체로 전락 중이며 범용 메모리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반도체 양극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발 빠른 추격으로 레거시(범용) 반도체에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최근 엔비디아를 흔든 중국 딥시크의 등장과 트럼프발 관세 압박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도 격변이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 생존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출 통제 등 중국 견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반도체 패권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엔 TSMC에 인텔 지분 인수를 제안하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추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대미 투자를 추가 확대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게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현주소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기관 IDC의 마리오 모랄레스 분석가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드는 것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수년간 미국 제재를 뚫고 굴기를 가속화한 중국 반도체가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서서히 줄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속도가 붙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의 기술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5%까지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선 CXMT가 올해 12%까지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만의 위협도 심상치 않다. 엔비디아, AMD, 퀄컴 등 글로벌 테크업체가 TSMC의 선단 공정을 이용해 AI 관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파운드리에선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4.9%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9.3%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55.6%포인트에 달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결국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중요하다"며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세미콘 코리아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다. 올해 행사에는 약 500개 업체가 참가해 2300여개의 부스를 꾸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