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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상품 이름이 '투자 성향'을 기준으로 손질된다. 디폴트옵션의 취지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현실화하기 위해 업권이 목소리를 높인 결과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1~2분기) 동안 디폴트옵션 제도를 일부 개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금융 당국 및 업권으로 구성된 퇴직연금 개선TF에서 논의한 내용이 반영됐다.
주요 내용은 디폴트옵션 상품 명칭에서 '위험'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투자'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존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는 투자 위험을 기준으로 분류됐으나 개선 이후에는 초저위험은 안정형, 저위험은 안정투자형, 중위험은 중립투자형, 고위험은 적극투자형 등의 명칭으로 변경된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도록 도와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2022년 7월부터 1년 동안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2023년 7월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상품명부터 '위험'이 강조된 탓에 가입자들이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인 '초저위험'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 당초 목표한 수익률 제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초저위험 디폴트옵션 가입자들에게 해당 상품이 물가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고지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고위험 디폴트옵션의 경우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공시제도도 개선된다. 앞으로는 상품의 등급별 수익률과 함께 판매 비중을 함께 명시해야 한다. 기존 퇴직연금 공시에서는 금융사별 수익률이 해당 금융사가 보유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들의 단순 평균 수익률으로 노출됐다. 그러나 금융사별 적립금의 증가율과 평균 수익률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위험포트폴리오의 높은 수익률로 평균 수익률은 올라가지만 실제 고위험포트폴리오를 택한 가입자 수는 적어 실질적인 적립금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금융사별 가입자들의 실제 수익률을 함께 공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었으나 해당 안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에는 디폴트옵션 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중도 해지 패널티가 완화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은행의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할 경우 만기를 채우기 전 상품을 해지할 경우 약속된 이자수익을 수취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중도 해지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이자수익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금융투자상품 해지에 대한 가입자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말 도입된 실물이전제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폴트옵션은 실물이전제도를 통해 금융사를 옮길 수 없는 투자상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청산한 후에야 계좌를 옮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스스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야 일정 기간 적립금이 미운용됐을 경우 사전 선택한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는 방식이다. 미국, 호주 등 디폴트옵션을 먼저 도입한 나라들에서 가입자들이 따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음에도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비율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디폴트옵션이 지정되지 않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미운용 기간이 길어도 현금성 자산으로 그대로 방치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금융사에 면책 특권을 주고 가입자가 '옵트아웃'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가입자의 동의 없이도 자동으로 금융투자상품을 통해 운용되도록 한다"며 "우리나라에 도입된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사전 지정'에 초점이 맞춰져 실질적으로 '디폴트옵션'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하기에는 정부에서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디폴트옵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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