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손가락으로 사람 몰아가는 악플러…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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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20-08-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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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유민 & 박소은 인스타그램]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 뉴스에 더 이상 댓글을 달 수 없다. 또 다른 분야 뉴스에서는 댓글을 달 수 있지만 이용자들의 과거 댓글 이력을 볼 수 있게 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작성 이력이 공개됨에 따라 악플은 급감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리는 악플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어 여전히 악플러의 손가락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동료는 고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자택에 찾아갔다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외부인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악플'이 지목됐다. 지난 5월 고유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 저도 수백 번 얘기하고 싶었지만 굳이 말을 해서 저한테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매일 경기장 와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 제가 다 기억하는데 그분들은 끝까지 저를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주시는데 제 팬도 아니신 분들이 저한테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다이렉트(DM)로 보내지 말아 달라. 저도 이제 일반인이니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며 악플러에 대해 언급했었다. 

지난 2월 고유민은 포지션이 리베로로 전환된 후 상대 선수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돼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악플에 시달렸다. MBC가 보도한 일기장을 보면 고유민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구단과의 갈등까지 겹쳤던 고 선수는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 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달라"며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었다. 하지만 악플은 계속됐고, 결국 고유민은 세상을 떠났다. 

이미 지난달에도 악플로 인한 사망 소식이 전해졌었다. BJ 박소은의 동생은 "언니가 지난주 하늘의 별이 되었다. 팬들에게 빨리 알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 언니가 그동안 악플 때문에 힘들어했으니 언니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무분별한 악플과 추측성 글은 삼가셨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박소은의 죽음에 BJ 세야가 거론됐다. BJ 세야가 유명 BJ와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을 했는데 이후 해당 BJ로 지목된 박소은에 대한 악플이 쏟아졌던 것. 이후 지난 6월 박소은은 악플러의 DM을 공개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섰지만 돌연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일본 공영방송 NHK는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가 도쿄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기무라는 넷플릭스로 방영됐던 예능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했었다. 출연 당시부터 악플에 시달렸던 기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SNS에 '안녕' '더 이상 인간이고 싶지 않다. 난 살면서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다. 모두 감사드린다. 사랑한다. 안녕'이라며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기무라의 사망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평소 악플로 고민해왔다는 주변인들의 증언과 동료 프로레슬러 나가요 지구사가 "말은 때로 너무나 날카로운 칼이 돼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무참하게 찔러 망쳐 놓는다. SNS, 얼굴을 내밀지 않는 편리한 세상을 만든 도구, 편리한 도구는 무엇이든지 오케이인가?"라는 글을 올리면서 언론들은 악플을 사망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기무라 하나 인스타그램]
 

악플로 인한 사망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확실한 법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뿐이다. 하지만 악플을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악플로 인해 모욕이나 명예훼손 상태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설령 증명돼도 처벌 수위가 낮아 벌금 몇백만원에 불과하거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도입됐다가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를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제도 시행 5년 만인 2012년 폐지됐었다. 전문가는 이 역시 다시 도입돼도 악플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처벌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사실상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 힘들다.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캠페인과 이용자들의 댓글 정화 운동 강화가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위헌 결정이 내려져 개헌이 아니고서야 다시 도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악플 차단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플랫폼 사용자 책임 등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은 시민의식 개선이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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